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 한성희 / 갤리온 2013. 07. 12.
프롤로그
30년 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그러나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
딸아, 오랜만에 너에게 편지를 쓴다.
잘 지내고 있니?
밥은 잘 먹고 다니고?
미국에서의 신혼 생활은 재미있니?
직장 생활은 좀 어때?
전화나 메신저로 자주 소식을 주고받으면서도 엄마는 항상 네 안부가 궁금하다.
떨어져 있으면 내 새끼가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부터가 마음이 쓰이는 걸 어쩔 수가 없구나.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 누군가의 안부를 이처럼 애달프게 그리워한 적이 있었던가.
나는 너를 낳기 전까지 일이 주는 성취감에 취해 사는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이었다.
솔직히 못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던 게지.
하지만 너를 낳고 마음고생을 하게 되었더라 했다.
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기인 너를 돌보기 위해 병원 눈치를 보면서,
네가 갑자기 넘어져 다치거나 열이 펄펄 끓어오르는 등 매일 예측불허의 삶을 살면서,
처음으로 세상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무언인지,
왜 사람들이 행복을 말하는지,
왜 자식을 키워봐야 부모가 성장하는지도 말이다.
만약 너를 낳지 않았더라면 더 큰 성공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마음은 분명 허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너라는 존재는 인생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흔들릴 때마다 너를 생각하면서 다시금 삶의 중심을 잡을 수 있었으니까.
……
그러던 어느 날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지.
나한테 많은 걸 선물해 준 너에게,
멀리 떨어져 살아가야 할 너에게, 엄마로서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
이제껏 나는 너에게 엄마였고, 나에게 너는 하나밖에 없는 딸이었다.
어쩌면 너무 가까이 있었기에,
그리고 앞으로도 늘 가까이 함께 있을 거라 생각해 미처 해 주지 못한 많은 말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딸아 사랑한다.
너는 누가 뭐래도 나에게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그 말은 곧 네가 어떤 선택을 하건 그 결과가 어떻건 간에 상관없이 나는 너를 지지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네가 그랬듯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렴.
해 보고 안 되면 뭐 어떠니.
까짓것 쉬어 가면 그만이다.
그러니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그냥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재미있게 사는 방법이 잘 안 떠오를 때면 이 책을 참고하렴.
실수투성이이고 부족하지만 재미있게 살고자 했던 엄마의 인생을 보며 힘을 내거라.
우리 딸,
그리고 세상의 모든 딸들아,
파이팅이다.
- 늘 너를 아끼고 지지하는 엄마가.
[t-14.07.06. 20220701-18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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