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병호 - 군대 간 아들에게」
PART 3. 후회 없이 살기 위한 인생의 지침
9. 나와 타인을 확실히 구분 짓는 특별함을 갖춰라
"세상은 주고받는 계약관계야.
타인의 선의를 기대하는 것은 자유지만 줄 것이 없는데 어떻게 받기를 기대하겠나.
부모는 너를 어느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무 조건 없이 뭔가를 주려고 하지.
그러나 타인과의 관계는 주고받는 관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아들들과 자주 나눈 대화의 일부분이다.
이 말을 통해 나는 타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 '그 무엇 (실력)'과 그것을 만들어내는 데 꼭 필요한
'그 무엇 (습관)'을 갖출 수 있을 때 인간은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싶었다.
나는 자식들에게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반복해서
"좀 더 자유로운 인생을 원한다면
그것에 걸맞은 비용을 젊은 날부터 기꺼이 부담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해주었다.
부모로서 자식을 도와줄 수 있지만 결정을 내리는 일과 실행까지 대신해 줄 수는 없는 일이다.
다른 사람과 뭔가 달라야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잘 되기를 소망한다.
행복하기를, 성공하기를, 어떤 목표를 성취하기를 바란다.
우리가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은 어떤 결과물이고, 우리는 그 결과물에 대해 일정한 기대 수준을 갖고 있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인과관계로 매사를 이해하는 데에 익숙하다.
'뿌린 대로 거둔다'라는 격언처럼 무엇인가를 뿌려야 무엇인가를 거둘 수 있다.
이처럼 명백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주 이런 사실을 잊어버린다.
소망하기만 할 뿐 그것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소홀하다.
여러분은 남들과 다른 인생을 만들어가기를 소망하는가?
그것도 간절히 소망하는가? 그렇다면 정공법을 선택하라.
성공이나 성취를 하나의 생산물로 생각하고 그런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투입물에 관심을 가져보라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삶을 정직하게 바라보도록 돕는 방법이기도 하고,
기대하는 결과를 얻기 위하여 무리하게 서둘지 않도록 돕는 방법이기도 하다.
자신과 타인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을 최소한 몇 가지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한다.
흔히 말하는 뚜렷한 차별화에 해답이 있다.
두세 개도 좋고 대여섯 개도 좋고 많게는 열 개 이상이라도 좋다.
생활과 업무,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자신과 다른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몇 가지 습관을 만들기 바란다.
여기서 습관은 삶을 규정하는 원리나 원칙 등을 말한다.
인풋(input, 투입 요소)에 관심을 갖는 일은 자신에게 정직해지는 방법이기도 하고,
서둘지 않도록 돕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과정에 최대한 충실하도록 만들어주는 방법이기도 하고, 과정에서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인풋에 관심을 갖는 일은 과정에 관심을 갖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과정과 노력에 대한 고려 없이 결과물에만 눈길을 주곤 한다.
이럴수록 좌절감을 맛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과정에 관심을 갖게 되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지간에 세상은 한 번 살아볼 만하다'라는 결론을 끌어낼 수 있다.
반대로 목표에만 눈길을 주면 현실과 목표 사이의 건널 수 없는 격차 때문에 낙담하기 쉽다.
최대한 충실한 군 생활,
성공적인 취업, 원하는 학점 등은 모두가 각각의 결과물에 해당한다.
그러면 이런 것들을 만들어내기 위해 내가 주도권을 쥐고 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목표를 달성하려는 사람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다.
단순히 목표에만 매달려서 소망하는 사람과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게 된다.
합리적인 사람은 허황된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가 수학이나 과학과 같은 과목을 정규 교과 과정에서 배우는 것은 이성의 힘을 강화시키기 위함이다.
이성이 가진 힘의 중심에는 합리적인 정신이 있다.
요행을 바라며 공부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정신에서부터 비롯된다.
따라서 성장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얼마 전 흥사단이 초, 중, 고교생 2,000명을 대생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10억 원이 생긴다면 1 년간 감옥행도 감수할 수 있다'라는 항목에 대해 반응을 물은 적이 있다.
놀랍게도 '감수할 수 있다'라고 대답한 학생 비율이 무려 44퍼센트나 되었다.
놀라운 것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런 답변을 한 비율이 높았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윤리의식이 더 낮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여러분의 생각을 어떤가?
과연 그 10억 원이 온전한 자기 것이 될 수 있을까?
원인과 결과의 관계로 보면 10억 원이 공짜로 자기 돈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상식이나 순리에 비춰보면 세상에는 공짜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이번 한 번만 하고 손을 턴다'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나쁜 짓을 무마하려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그 한 번 때문에 자신의 경력과 명예 전부를 흙탕물에 집어던져버리는 잘못을 범한다.
그 한 번이 결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기업이론으로 인생경영을 설명하는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교수는
'한계비용 대 총비용 이론' 에서 해법을 찾는다.
큰 이득을 눈앞에 둔 경우 대다수 사람들은 한계비용에 주목하고 총비용에 눈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딱 이번 한 번만 하고'라는 그 한 건 때문에 전체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똑똑하고 전도 유망했지만 그 한 번 때문에 경력 전체를
허공에 날려버린 사람을 목격했기 때문에 더 가슴에 와닿는 주장이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그 한 번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사생활에 한계비용 원칙을 적용한다.
머릿속에서는 '봐라,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안다.
그러나 이번처럼 특별히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한 번만 그렇게 해도 좋다'라는 말이 들린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옳은 것 같다.
'이번 한 번만' 뭔가를 잘못해서 치르는 대가는 보통 엄청 작아 보인다.
결국 그 유혹에 빠지면 궁극적으로 가게 될 방향이나 내리게 될 선택에 따르는 총비용을 보지 못한다"
윤리나 도덕이라는 것이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그것이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에 운리와 관련된 것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나는 절대로 넘지 않아야 할 선을 넘지 않는다'거나
'호의에 의한 경우라도 절대로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지 않는다' 등과 같이 말이다.
인풋의 모든 것은 앞에서 부분적으로 이야기한 것처럼 구체적인 습관으로 표현할 수 있다.
'~한다' 혹은 '~하지 않는다'와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차별화에 있어서 타인의 방법을 참조할 필요는 있다.
어떤 분야든 간에 자기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라.
이들의 공통점은 다른 사람들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나름의 습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차별화의 핵심 포인트는 차별화된 습관에서 비롯된다.
좀 더 강하게 이야기 하자면,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타인을 뚜렷하게 구분 지을 수 있는
비장의 무기 몇 가지는 최소한 갖고 살아야 한다.
습관은 반복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반복은 습관을 넘어서 한 인간의 품성과 같은 근본적인 것의 변화를 꾀할 수 있다.
더욱 매력적인 것은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좋은 습관을 갖는 것은 타인에게 폐를 끼치거나 타인과 경쟁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좋은 습관을 갖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자신과의 경쟁이다.
더욱이 사적인 생활에 속하기 때문에 타인의 질투나 시기심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 이 글은 <군대 간 아들에게>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24.01.31. 20240130-142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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