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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작가책방(소설/ㄱ - ㄴ

길에서 배운다 (겨울 p245) - 일상의 황홀/구본형

by 탄천의 책사랑 2007. 12. 23.

 

 

 

 

일상의 황홀 - 구본형/을유문화사 2004. 11. 04.

2월 4일
어느 회사의 신입사원 교육에 가서 강연을 했습니다.
나보고 '도전과 변화'에 대하여 이야기해 달라고 하더군요.
사회라는 격량의 물결 위에 배를 띄운 기분 좋은 젊은이들이 적당한 흥분과 긴장감을 가지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가 처음 직장에 들어갔던 때를 기억해 냈습니다.

비로소 예측이 가능한 생활권 속으로 들어왔다는 안도감 같은 것이 있었지요.
스스로 꾸러 갈 수 있다는 것,
내가 운 좋은 사람이라는 것,
이 괜찮아 보이는 새로운 사회에서 빛나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것....,
처음 어렵게 구한 양복을 입고 하얀 드레스 셔츠를 입고 타이를 매고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처음 학교에 가는 아이 같았던 첫 출근날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몇 가지를 챙겨 주었습니다.
 

자신의 철학을 만들어라. 
철학이 없으면 앞으로 나타나는 숫한 갈림길을 골라 갈 수 없다. 
철학이란 세상과 나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이해 (利害)를 따르지 말고 자신의 철학이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되도록 해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내라.
무슨 일을 하든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내는 사람만이 차별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자신만의 유일함을 가지지 못하면 대중 속에 묻히고 만다.
지금은 별들의 시간이다.
자신을 재료로 신화를 만들어 내야 하는 작은 영웅들의 시대다.
소시민의 울타리에 갇히지 마라.

스스로에게 투자해라.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투자할 수 있는 종잣돈은 시간이다. 
아침이든 저녁이든 하루의 어디서건 시간을 내어 실험하고 모색하고 학습해야 한다. 
나이 들어 초라해지는 사람도 있는 반면 더 지혜로워지고 빛나는 사람도 있다. 
시간이 우리의 밝기를 결정한다. 


나는 가슴으로 강연을 했고, 그들이 가슴으로 내가 들어가 받아들여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와 그들 사이에 아무것도 끼어들지 않은 완벽한 공유의 순간이 멎지게 찾아왔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편두통에 시달렸는데, 강연이 끝나고 나자 그것이 씻은 듯 사라졌습니다.
열정은 나의 에너지를 빼았아 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에너지를 서로 주고받는 것입니다.
젊은 그들이 가슴속 에너지를 내게 덜어주자 두통이 달아나 버렸던 것입니다.


※ 이 글은 <일상의 황홀>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07.12.23.  20231230_15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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