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식 - TV동화 행복한 세상」
출근시간의 소란이지나가고 조금 한산해진 지하철에서의 일입니다.
그곳은 서브웨이 보부상이라 불리는 장사꾼들의 영업무대가 되곤 합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자! 선전 기간에 한해서 단돈 천 원에 모시겠습니다.
초강력 슈퍼울트라 접착제가 천 원!"
강력접착제와 다용도 칼을 파는 이가 한바탕 열변을 토하고 간 뒤, 한 남자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초췌한 몰골의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용기를 낸 듯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저... 여러분 제 말을 잠시만 들어주십시오." 승객들의 시선이 모아지자 그는 구구절절 사연을 늘어 놓았습니다.
"제겐 네 살난 딸이 하나 있습니다.
아주 착하고 예쁜 아이입니다."
그런데 그 애가, 그 착하고 에쁜 딸이 그만 불치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거기까지 말했을 때 승객들은 그가 물건을 팔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언짢아진 승객들은 외면했습니다.
바로 그때 그가 등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책을 파는 대신 그 책을 펴보이며 말했습니다.
'기도가 소망을 이루어 준다'
"많은 사람이 함께 기도를 해 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여러분, 부디 제 딸이 살아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제 딸 이름은 송희입니다... 부탁드립니다."
그는 꾸벅 절을 한 뒤 다른 칸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다음 순간 승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기도했습니다.
이제 겨우 네살!
죽음을 알기엔 너무 어린 아이 송희를 위해.
기도를 파는 그 아버지를 위해...., (p88)
※ 이 글은 <행복한 세상>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박인식 - TV동화 행복한 세상 1권
샘터(샘터사) - 2002. 03.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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