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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한 바퀴'' 꿈을 이뤘다

by 탄천사랑 2007. 9. 25.

 

신혼여행으로 세계일주를 택한 편집디자이너 박택근(36)·구지회(33)씨 부부는 2005년 7월부터 334일 동안 5개 대륙 24개국을 여행했다. 총 경비는 2950만원. 구씨는 “둘이 여행해 비용이 적게 들었다”고 말했다.

누구나 꿈꿔 봤을 세계일주 여행. 첫 단계는 경비 산정이다. 기간·코스·숙박시설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1년 여정에 대개 1인당 2000만원 정도가 든다. 가장 큰 몫은 항공료로, 전체 경비의 30% 안팎이다.

요즘 세계일주에 나서며 구간 항공권을 따로 구입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원월드·스타얼라이언스 등 항공사 연합체에서 ‘세계일주 항공권’을 내놓기 때문이다. 비용이 상대적으로 싸고, 예약·발권에 드는 수고도 크게 덜 수 있다.


박·구씨 부부도 ‘원월드 익스플로러’ 5대륙 항공권을 950만원에 샀다. 다만, 일정이 엉켜 세 차례나 별도로 항공권을 구입하느라 200만원을 더 썼다. 이를 상쇄할 행운도 따랐다. 세계일주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신혼여행에 맞춰 일시 퇴직까지 했다가

최근 새 일자리를 잡은 박씨는 “스페인에서 항공사 실수로 좌석 예약이 겹쳐 150만원을 보상금으로 받았다”고 자랑했다. 부인 구씨는 세계일주 도중 생긴 허니문베이비를 다음달 출산할 예정이다.

 


대기업 입사 동기인 장기욱(39)·이정원(35)씨 부부가 2003년 4월부터 218일 동안 4개 대륙 38개국을 돌아보며 쓴 돈은 3000만원. 이들은 문화 체험에 많이 썼다. 2005년 10월부터 343일 동안 4개 대륙 46개국을 다녀온 황의경(24·아주대 4년)씨는 1950만원을 썼다. 황씨는 원월드 항공권을 호주에서 310만원에 샀다. 호주 왕복 항공권 구입에 100만원, 일정 중 개별 항공권 구입에 30만원을 썼다.

2004년 6월부터 383일 동안 5대륙 40개국을 돌아본 최현웅(27·SK네트웍스)씨의 경비는 1400만원. 스타얼라이언스를 통해 3만6000마일리지 세계일주 항공권을 390만원에 샀다. 회원사가 취항하지 않은 지역을 여행하기 위해 현지에서 항공권을 구입하며 80만원을 더 썼다. 여행을 마친 뒤 취업 면접시 해외여행을 경력으로 내세워 점수를 땄으니, 그간 쓴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다.

지난해 9월 ‘세계 21대 불가사의’라는 테마로 5개 대륙 40개국을 166일 동안 다녀온 김영배(27·숭실대 4년)씨는 주로 개별 항공권을 이용했다. 총 경비는 2360만원. 김씨는 “짧은 기간에 테마여행을 하다 보니 개별 항공권 구매와 투어 프로그램

이용 횟수가 많았다”고 했다. 개별 항공권 구입에만 670만원이 들었다.

여행자들은 대체로 육상 교통비와 숙박비 등에서는 허리띠를 졸라맸다. 박·구씨 부부는 숙박비가 비싼 미국에선 친구 집에 묵었고, 물가가 싼 인도나 남미에서는 대중교통만 이용해 두 사람이 하루에 1만원 정도로 버텼다. 장·이씨 부부는 남미에서 2만∼3만원짜리 호텔에 묵었고, 하루 식비와 관람료도 2만원 정도만 지출했다. 최씨도 “인도, 이집트, 볼리비아에서 하루 생활비를 5000원 정도 쓰며 노숙자처럼 지냈다”며 “일본인 중엔 700∼800원으로 하루 숙박을 해결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소개했다. 김영배씨는 이집트와 멕시코에서는 하루 숙박비로 6000∼7000원을, 물가가 비싼 유럽에서도 2만5000원 정도만을 지불했고 노숙한 날도 많았다.

그러나 아무리 경비를 아낀다고 해도 꼭 하고 싶은 것은 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장·이씨 부부는 현지 음식을 제대로 맛보기 위해 일주일에 두세 번은 고급 레스토랑을 찾았다. 유럽에서는 50여일 동안 자동차를 빌리느라 150만원이 들었다. 이집트와 발리에서는 스킨 스쿠버를 배웠고, 요르단 등 오지 여행에서는 현지 패키지 상품을 이용했다. 황씨도 런던에서 뮤지컬 관람(30만원), 호주 2박3일 사막 투어(18만원) 등 체험 프로그램에는 과감히

지갑을 열었다. 최씨도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 3박4일 여행에 10만원을 썼고, 온두라스 우틸라 섬에서 3박4일 동안 18만원을 들여 기초 다이버 자격증을 땄다. 김씨는 오지여행 프로그램에 550만원을 지출했다.

예상치 않은 지출도 생기게 마련.

황씨는 에콰도르에서 카메라를 잃어버려 다시 구입하는 데 100만원이 들었고, 네덜란드에서 60만원을 도둑맞았다. 황씨는 “물건을 잘 지키는 것도 경비 절약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알토란 같은 돈을 축내며 세계여행을 떠나야만 할 이유는 무엇일까. 구씨는 “남편(박택근씨)이 세계여행으로 10㎏을 뺐다”면서 “1년 가까이 하루 24시간 붙어다니며 쌓은 추억은 평생 가장 큰 재산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재영, 사진 김창길, 그래픽 박현정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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