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놀드 베네트 - 아침의 차 한 잔이 인생을 결정한다(개정판)」
마지막까지 읽어내려가는 소설
28.
소설은 '사고를 요하는 독서'류에는 들지 않는다.
그러므로 자신의 정신을 맑게 닦으려고 주 3회 90분씩
찰스 디킨스의 작품을 철저하게 연구하려고 결심한 사람은
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닌 이상은 그 계획을 변경하는 쪽이 더 현명할 것이다.
내 말은 소설을 읽는 데는
결코 사고가 필요하지 않는 천박한 대상이라고 치부하려는 것이 아니다.
세계에 알려진 손꼽히는 최고의 문학작품 중의 몇 가지가 소설이다.
나쁜 소설을 읽으라는 것은 아니지만
유명하다고 제대로 이해할 수도 없는 내용을 졸면서 지루하게 읽고 있는 것은
나 자신도 그러한 독서 중인 사람 자체를 더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무조건 읽지 말라는 강압적인 것이 아니라
밀레 디스의 소설처럼 필사적으로 사고하지 않으면
읽을 수 없을 정도의 고난도의 부분은 소설로서는 잘못 구성된 부분이다.
좋은 소설이라 함은
작은 돛단배를 타고 산수 좋은 계곡을 시원스레 흘려내려가는 것과 같이
마지막까지 숨도 쉴 수 없이 단숨에 읽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신과 육체는 조금도 피곤해지는 일이 없다.
최고의 소설이란
억지로 노력하지 않더라도 그 서설 속에 파묻혀서
어려움 없이 그 소설을 읽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단숨에 한 권을 읽어내려가도 손에서 책을 땔 때 아쉬움으로 몇 번 더 들춰보는,
전혀 피곤함이나 무기력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독서의 쾌감이며,
정신적으로도 무언가 한 가지를 끝냈다는 성취도까지 같이 온다.
최고의 소설이란
바로 이렇게 이해하려고 머리 싸매고 노력하기보다는
누가 읽어도 쉽게 와닿는 것을 말한다.
이렇듯 알 수 없는 책을 붙들고 씨름하느니 보다는 내게 진정으로 다가오는
외양적인 과대포장의 어려움보다는 내게 실제적인 것.
실제와 외양의 차이는 크다.
책이라는 사물에 그 실제의 모습이 아닌 외양에 가치를 둔다면
그 사물을 이해하기란 너무 어려운 것이다.
사물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적고
외양에 머무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사물의 내면의 실제에 대해 허구인 것이 많다.
두 눈을 크게 부릅뜨고 나 자쇼ㅣㄴ의 내면을 들여다보라
대부분의 사물은 그 외양과 내면이 판이하게 다르다.
그래서 외양만을 꿰뚫어 보다가 드디어 내면에 이르면 착각은 사라진다.
착각은 피상적인 것.
그래서 언제나 사람들은 피상적인 것을 빨리 받아들인다.
그러나 참되고 옳은 것은 깊이 물러서서 자신의 정의로움을 숨긴다. (p169)
※ 이 글은 <위대한 상인의 비밀>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아놀드 베네트 - 아침의 차한잔이 인생을 결정한다(개정판)
역자 - 윤선원
매일경제신문사 - 1996. 0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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