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 - 생활 수행 이야기」
[210803-061839]
하루일과 생활 수행
처음 불교공부하는 사람들은 참 순수하고 맑은 신심이 있습니다.
작은 가르침에도 깊이 감동하고,
부처님과 가르침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감사를 느끼고,
부처님 전에 공양 하나 올리기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하고,
절에 가서 법문 듣기 위해,
또 수행에 동참하기 위해 온갖 정성스런 마음을 다하곤 합니다.
집에서도 며칠씩 날짜를 정해두고 정진도 하고,
새벽예불이며 기도를 하고,
일상생활 속에서도 염불이며 독경을 꾸준히 하고,
책도 사서 보고,
법문도 찾아다니며 듣고,
그야말로 공부에 대한 마음이 진지하고 정성스러우며 순수한 열정을 가지게 됩니다.
그런데 공부를 조금씩 하다 보면 나태한 마음도 생기게 되고,
뭐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염불하고 절해서 뭐하나 하는 마음도 들고,
법문을 들어도 그 법문을 내 잣대로 분별하고,
부처님과 가르침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이며 정성스레 공양하고픈 마음도 사그라들고,
내 안에 부처님 있는데 꼭 절에 찾아가서 부처님께 공양 올릴 필요 있나 싶기도 하고,
기도하는 마음도 정성스러움이 사라져 타성에 젖은 습관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수행하면서,
마음 공부 열심히 하면서,
어디까지나 초발심 때의 그 겸손과 하심 그리고 순수한 믿음과 정성스런 공양 기도의 마음을 놓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지난 번 상원사에 갔을 때 들은 얘기가 있는데,
상원사 선원의 큰스님께서는 늘상 앉아 참선하시면서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침에 차를 달여
그 노구를 이끄시고서 적멸보궁까지 직접 오르셔서는 부처님 전에 차공양을 올리고
절을 하시고는 내려와서 참선에 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또 저의 은사스님께서도 참선 그렇게 열심히 하시면서도 외출하실 때나 들어오실 때면 항상 108배를 하셨고,
때때로 손수 겨울에 새벽 도량석도 도시고,
그렇게 부처님을 향한 마음이 정성스러우셨습니다.
화계사 숭산 스님께서도 매일 새벽이면 절 수행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얼마 전 찾아온 보살님께서 반가운 말씀을 하시대요.
'수행, 수행' 너무 강조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당신께서 너무 수행한다는 상에 빠져 있다고 하시면서,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고 말입니다.
부처님에 대한,
또 가르침에 대한 공양과 공경의 마음,
정성스런 기도의 마음,
순수한 믿음이 오히려 불교공부를 해 나가면서 자꾸 퇴색되어가고,
수행한다는 상만 자꾸 늘어난다고 하시면서 참회를 하시고자 하셨습니다.
오늘 하는 기도와 내일 하는 기도가,
작년 했던 기도와 지금 하는 기도가,
아무리 시간이 흐른다 하더라도 처음처럼 똑같이 진실되고 형식적이지 않으며
정성스럽고 진지한 믿음으로 행해져야 할 것입니다.
먼저 이른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뜨는 첫 새벽은 우리의 수행에 있어 너무나도 중요한 순간입니다.
새벽에 일어날 때부터 찌뿌둥하고 개운하지 못하면 하루 일과 전체가 흐트러지게 될 것입니다.
맑은 마음으로 새벽녘을 일깨워 마음을 다잡고 나면
그 날 하루는 맑은 마음으로 시작하기에 밝은 일들만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새벽의 수행'으로는 '108배 절 수행'이 참으로 좋습니다.
'관세음보살' 염불을 하며 일배, 일배 해 나가는 것입니다.
108염주를 잡고 일배, 일배 해 나가는 것도 좋지만,
염주 없이 일배부터 108배까지를 하나하나 세면서 하는 것은
108번 절을 하는 동안 마음을 흩어지지 않게 다잡아 줄 것입니다.
일어나는 순간 바로 일어나 108배를 시작함도 좋고,
가까운 곳에 절이 있다면 절에 가서 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절까지 조깅을 하고 절에서 108배 절 수행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얼마나 상쾌하고 가슴이 벅차오르는지 모릅니다.
아침 공양이 더욱 맛있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수행하겠다고 눈을 비비고 일어나지만
자꾸 마음 속에선 조금만 조금만 더 자고 싶은 욕망의 분별을 일으키게 만들 것입니다.
'내일부터 하지 뭐',
'어젯밤 늦게 잤으니까',
'오늘은 중요한 일이 있으니 그것을 위해서라도 좀 더 자두자.'
이렇듯 잠이라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 올라오는
갖가지 분별심들이 늦잠을 정당화시키려고 끼어들게 될 것입니다.
두 눈을 뜨는 순간 이어서 일어날 갖가지 분별들을 다 놓아버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는 눈을 뜨는 순간 일어나고 일어나는 순간 절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밝아진 마음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아침 전쟁 같은 출근길이며,
직장상사의 잔소리,
평소 미워하던 동료의 보기 싫은 모습들,
쌓여있는 업무 등에서부터
진급문제며 퇴직의 두려움에 시달리는 등의 모든 문제들이
우리의 마음을 조금씩 무겁고 어둡게 만들 것입니다.
그래서 일과 가운데 늘상 깨어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내면에서 또는 바깥 경계境界로 일어나는 이 모든 분별심들을 하나하나 낱낱이 관觀하며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는 그 안팎의 경계를 놓아버리는 '방하착 염불수행放下着 念佛修行'을 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 경계에 대고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하고 염불하는 것입니다.
염불하는 그 밝은 마음에 안팎의 모든 경계는 녹아내릴 것입니다.
또한 틈날 때마다,
시간날 때마다 염불을 하는 것입니다.
짜증나는 출근길이며,
업무 중 잠시 쉬는 시간,
점심 먹고 난 뒤,
퇴근 후 술자리 등에 언제라도 '관세음보살',
혹은 순간순간 잠시 내면을 관하며 '관세음보살',
주위의 힘들어하는 동료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관세음보살',
힘든 일이 주어졌을 때 밝은 기운으로 잘 될 수 있길 발원하며 '관세음보살' 염불하면서,
그 어떤 경계라도 놓아버리고 녹여 버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일상생활 염불,
'방하착 염불수행'을 해 나가는 것입니다.
작은 108염주를 목에 걸든가 손목에 서너 번 감고 다니는 것도 좋습니다.
순간순간 손목의 108염주를 풀어 한 알,
한 알 굴리며 '관세음보살' 염불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루 중 1,000번이고 3,000번이고,
혹은 10,000번 정도 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입니다.
늦은 밤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경전을 독경하도록 권하고 싶습니다.
아함경에서 보면 부처님께서도 열반하실 때 제자들에게 잠들기 전에 독경하라고 하신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몸을 깨끗이 씻고,
이불을 펴고 바로 앉아 경전을 독경하는 것입니다.
금강경金剛經을 독경하면 좋겠지만
초심법우들은 반야심경般若心經을 7독 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잠자리에 누워 계속해서 '관세음보살'을 염불하며 잠이 드는 것입니다.
죽는 순간이 중요하듯 잠드는 순간은 참으로 소중합니다.
어두운 마음으로 잠이 들면 나쁜 꿈에 시달리겠지만,
밝은 마음으로 염불하며 잠이 드신다면 삿된 꿈이나 가위 눌림 같은 것 없이 맑은 잠을 청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잠들기 직전의 염불은 무의식에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잠자는 내내 염불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수행력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이상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하루 일과가 수행심으로 성성히 깨어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혼자 하려면 참으로 어렵습니다.
밝은 도반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수행의 전부를 얻은 것입니다.
혼자 조용히 수행하려 하면 금세 나태해지기 쉽습니다.
마음이 금방 나약해지고 말 것입니다.
이따금 경전을 읽고,
강의를 듣고,
일년에 한 번 부처님 오신 날 절에 나간다고 불자인 것은 아닙니다.
마음 속으로,
입으로 '수행, 수행' 날마다 떠든다고 수행력이 생겨나는 것은 아닙니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공부는 죽은 공부입니다.
날마다 수행하고 정진하고 매 시간,
매 순간 실천할 수 있는 그런 불자가 됩시다. (p30)
- 2004. 12.
※ 이 글은 <생활 수행 이야기>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법상 - 생활 수행 이야기
불광출판사 - 2001. 0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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