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태춘 - 탁발승의 새벽노래」
산사의 아침
승냥이 울음 따라,
따라 간다 별 빛 차가운 저 숲 길을 시냇가 물소리도 가까이 들린다, 어서,
어서 가자
깊섶의 풀벌레도 저리 우니 석가 세존이 다녀 가셨나 본당의 목탁소리 귀에 익으니 어서,
어서 가자
이 발길 따라오던 속세 물결도
억겁 속으로 사라지고 멀고 먼 뒤를 보면 부르지도 못할 이름없는 수 많은 중생들
추녀 끝에 떨어지는 풍경 소리만 극락 왕생하고
어머님 생전에 출가한 이 몸 돌계단의 발길도 무거운데
한수야,
부르는 쉰 목소리에 멈춰 서서 돌아보니 따라온 승냥이 울음 소리만 되돌아서 멀어지네
주지 스님의 마른 기침 소리에 새벽 옅은 잠 깨어나니
만리길 너머 파도 소리처럼 꿈은 밀려나고
속세로 달아났던 쇠 북 소리도 여기 산사에 울려 퍼지니
생노병사의 깊은 번뇌가 다시 찾아든다
잠을 씻으려 약수를 뜨니 그릇 속에는 아이 얼굴
아저씨,
하고 부블 듯하여 얼른 마시고 돌아서면 뒤전에 있던 동자승이 눈 부비며 인사하고
합장해 주는 내 손 끝 멀리 햇살 떠올라 오는데
한수야,
부르는 맑은 목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해탈 스님의 은은한 미소가 법당 마루에 빛나네
글- 청태춘 탁발승의 새벽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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