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 이외수작가와 대담프로 중에서 」
"하늘과 산 등을 임기제 대통령으로 뽑고 고라니와 멧돼지 등을 장관으로 임명할 생각이다.
감성마을에 들어올 수 있는 비자도 발급하고, 전쟁을 좋아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사람 등의 출입은 막을 계획이다.
받아들여지는 것과 상관없이 유엔에 지속적으로 국가 신청도 할 계획이다."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 2006년 1월-중앙에서)
남편은 아직 한밤중이다.
밤에만 작업하는 오랜 습관 때문에 남편은 오후가 돼서야 일어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일을 시작하는데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나는 낮에 일하고 남편은 밤에 일한다.
물론 술한잔 걸치고 아니면 쓰레기통의 쓰레기를 모두 치우고 자기가 그 안에 들어가 본다던가
개집의 개를 끌어내고 자기가 개집에 들어가 앉아 있는등 별 희한한 행위를 많이 해요.
처음에는 상당히 의아 했어요.
아 내가 미친사람 하고 살게 됐구나
나는 내가 어디까지 정리를 하면서 살아야 하나
내 인생을 어디 까지나 이런 것을 놓고 봐야 하나 여기서 그만 중단해야 하나 이런 고민을 많이 할 정도로
그리고 나중에 한 작품을 쓰고 나면 그런것들(기행) 이 거기에 다 들어앉아 있는 거예요.
처음에는 당황했었는데 나중에 행동의 기이함을 볼 때는
아 저런 것이 작중에 필요해서 저러는구나 체험하지 않으면 한 줄도 못써요.
예술하는 사람과 같이 살다 보니까 문밖 사람도 아니고 문안 사람도 아닌 거예요.
문지방 같은 그런 삶이었던 것 같아요.
문밖에 나오면 현실이고 문안에 들어가면 이상적인 이야기들만 주로 하는 전혀 안 맞는 거예요.
나는 당장 저 사람들을 무엇을 해서 먹이나 하는 근심을 해야 하는데 저들은 그저 즐거운 거예요.
꿈같은 이야기들이나 하고 이게 전혀 갈피를 못 잡는 거예요.
작가이기 이전에 여자의 본분부터 해야지, 애기를 안 가졌잖아요
그래서 밤일에 충실해야 돼요 (웃음)
열심히 연습을 해야 돼.
그래서 목욕까지 하고 신랑을 기다렸는데 7시까지 안 들어오더라고요.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웃음)
한평생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뭐 (웃음)
물고기를 바라보면 교훈이 많다.
불교에서 물고기는 눈을 뜨고 잔다.
의식이 항상 깨어서 공부하는 자세를 가르쳐 주고
물고기는 눈이 맑고 헤엄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시적 감흥도 일어나고
이외수 - 요즈음 젊은 세대를 보면 다 따로 놀지 않습니까 그렇게 살면 고달플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는 말이 있거든.
농촌사람들이 부부싸움을 안 하는 이유는 일하는 장소가 똑같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각자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장소와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싸움을 하지요.
우리는 부부싸움을 한지가 한 30년은 되었습니다.
남편 생일 이기도한 8월 15일(음력) 추석이다.
추석날이자 회갑연이다.
회갑연은 독자들이 차려 주었지만 가족들과 진짜 생일 상을 마련했다.
(생일날 아침 남편의 몸치장을 해 주면서 아내가 말을 한다)
나는 남편에게 꼭 묻고 싶은 말이 있다.
30년을 살고도 다 알 수 없는 남자 순수하게 숨겨놓은 부분, 다 말씀하세요 다 용서해 줄게요.
이외수 - 부부간에는 항상 서로 칭찬할 줄 알아야 하고 부인의 좋은 점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여자는 한 가지만 알면 돼 남자의 능력을 인정하고 기다려 줄 쭐 알아야 하는 법이야.
언젠가는 옛말하고 산다더니 그날이 오늘인가 보다.
나이 먹을수록 마누라 중한 것을 알아가는 늙어서 좋은 것도 있는 모양이다.
가족이 함께 있다는 것처럼 소중한 것은 없다.
남편의 말에 의하면 전우애로 맺어진 동지다.
나는 남편의 원고를 한 장도 버리지 않는다.
파지 한 장 조차 버릴 수 없다.
그가 얼마나 애를 쓰는지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파지 한 장 글자 한자가 너무나 고귀해서 찢어진 것도 이렇게 붙여서 이어 놓았다.
작가의 아내로 살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묻는다면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내손으로 인지를 찍는 순간이다.
제일 뒷부분에 검인이 부착되고 출고되고 판매가 되는 마지막 작업, 유일한 나의 행복,
작품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못하고 애만 태우는 실정이지만 다 끝내고 나면
내가 조금 참여했구나 하는 그런 행복,
- 독자가 많은 이외수, 나는 그의 아내이다.
[t-07.07.22. 20190702-183443-2-3]
'문화 정보 > 독서정보(기고.대담.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해설 -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이성복) (0) | 2009.11.09 |
---|---|
그들은 왜 책을 읽는가 - 장석주·이현우·정혜윤 3人3色 독서론 (0) | 2009.08.27 |
위편삼절 韋編三絶 (0) | 2008.07.17 |
나의 二十代 (0) | 2008.01.30 |
국민이라는 괴물 - 사람을 '국민'으로 만들지 마라 (0) | 2007.10.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