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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명상의글(종교.묵상.좋은글./평생 힘이 되는 말

1 - 5. 인간이 사는 방식에는 두 종류밖에 없다.

by 탄천사랑 2024. 4. 1.

· 「황금날개 - 평생 힘이 되는 말」

 

 

 


1 - 사랑은 비 갠 후의 햇살처럼 따뜻하다.
인간이 사는 방식에는 두 종류밖에 없다.
하나는 기적 같은 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또 하나는 기적은 반드시 일어난다고 믿는 것.  - 카네기.


5. 인간이 사는 방식에는 두 종류밖에 없다.
좀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보통 사람들에게 병원 문턱은 여전히 높다.
더욱이 의사란 우리와 다른 세계에 사는 딱딱한 권위의 상징이었다.
그들은 무지한 사람들 앞에서 어려운 영어로 병명을 기록하고 말하는 데다, 언제나 하얀 가운을 입고 있다.
또한, 차가운 금속 청진기를 
맨가슴에 무례하게 들이대는 것으로 그렇지 않아도 긴장하고 있는 환자를 깜짝 놀라게 한다.
우리에게 그들은 두렵고 낯선 외계인과 다름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나의 단골 병원 <김내과>의 여의사 김정아 선생님은 다르다.
그래서 나는 집에서 가깝지 않은데도 굳이 <김내과>까지 간다.
물론 그녀와 가까워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다고 누구하고 나 다 친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진료실을 들어서서 그녀의 장난기 어린 듯한 독특한 눈웃음을 보는 순간부터 
나는 몸 한구석에 언제 이상이 있었느냐는  듯 기분이 좋아진다.
10여 년을 한결같이 다니다 보니 
이제는 정작 병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세상 사는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고 오게 되는데,
그녀는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친구 같기도,
맞장구 잘 쳐주는 옆집 아줌마 같기도,
때론 손주들에게 줄 따뜻한 스웨터를 뜨며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 같기도 했다.

진료를 끝내고 내가 이 얘기 저 얘기를 하고 있는 중에도 
그녀의 손은 계속해서 컴퓨터의 키보드를 누르고 있길래, 어느 날은 물어보았다.
병 이야기는 아까 끝났는데 뭘 그렇게 열심히 치고 있느냐고 그랬더니 
그녀는 환자가 하는 이야기는 무엇이든 다 기록해 놓는다고 했다.
지난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번 들어볼래요?
그러면서 화면 속의 기록을 읽어 내려갔다.
언제는 시댁에 가서 고추 따는 걸 도와드렸고, 
언제는 아이가 처음으로 상을 받았고, 언제는 부부 싸움을 했고 등등.

모니터에 집중한 채 나의 사생활을 읽어주고 있는 그녀의 옆 얼굴을 보며 나는 또 사랑에 빠졌다.
나는 그녀를 만나면 늘 사랑에 빠진다.
헤어지기 싫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수다를 떨다가 다음 환자에 밀려 진료실을 나오기 일쑤다.

그런데 나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걸 나이 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바로 증명해 보인다.
노인들은 이 선생님 앞에만 오면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끝도 없이 쏟아내 놓았고 
그녀는 속속 컴퓨터에 주워 담았다.
어떤 할아버지는 그렇게 이야기하고도 모자랐는지 진료실을 나갔다가 다시 빠끔 문을 열고 들여다보면서
'선상님 그랴도 소주 한두 잔 정도는 마셔도 되겠지유?'하고 물어보기도 한다. 

젊은 사람들보다 노인들에게 더 사랑을 받던 그녀는 그 사랑을 더 많은 노인들에게 되돌려주려고 
내과 위층에 노인 전문 병동을 새로 개설했다.

"했던 얘기를 갈 때마다 하고 또 하는 치매 할머니들 표정이 얼마나 진지하고 또 얼마나 귀여운지 알아요?
 같이 놀자고 보채는 어린애들하고 똑 같아요."

그녀는 치매 노인들의 손을 잡가나, 얼굴을 만지고, 휠체어를 밀며 연신 하하 하하 웃는다.
그녀 앞에 있는 노인들은 엄마 손을 잡고 나들이 나온 천진한 어린애 같다.

그녀에게 심각하게 특별상담을 한 것도 아니고, 
그녀가 우리에게 새로 개발된 좋은 신약을 그 자리에 투여한 것도 아닌데,
그녀를 만나고 나오면 언제나 병이 다 나은 것처럼 가뿐하다.

어느 날, 진료실을 나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신 神이 우리에게 잠시 빌려준 마술 우산이라는,
비가 올 때는 꼭 필요하지만 비가 그치기가 무섭게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므로 
물에 젖은 우산을 갖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사랑은 비 갠 후의 햇살처럼 따뜻하다.  - 셰익스피어 (영국 시인)
친구란 빌려 간 내 책 위에 젖은 유리잔을 올려놓아도 상관없는 사람.  - 에드원 알링턴 로빈슨 (미국 시인)



※ 이 글은 <평생 힘이 되는 말>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24.04.01.  20240401-1552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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