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금날개 - 평생 힘이 되는 말」
1 - 사랑은 비 갠 후의 햇살처럼 따뜻하다.
한 문이 닫힐 때 다른 문은 열린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닫힌 문만을 너무나 안타깝게,
너무나 오랫동안 바라보느라 우리를 위해 열려 있는 다른 문을 보지 못한다. - 알렉산더 벨.
1 - 4. 한 문이 닫힐 때 다른 문은 열린다.
내가 처음 <양지 화원>에 들렀던 때만 해도 남자가 (더욱이 미혼 남자가)
꽃집을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 주위를 끌었다.
그 남자와 몇 마디 말을 주고받은 건
그 남자가 멋지게 꽃꽂이 해준 꽃바구니를 네다섯 사람에게 선물하고 났을 때였다.
"어떻게 꽃집을 하시게 되었어요?" 짤막한 대답.
"그래도 어떤 계기가 있었을 거 같은데요."
"추레라 운전을 오래 했는데 늘 이게 아니다, 싶었거든요."
"아, 예에.....,"
트레일러를 말하는 모양이었다.
작고 마른 데다가 조용조용한 그 남자가
거대한 트레일러를 몰고 어두운 밤 고속도로를 쌩쌩 달리는 상상을 해 보았다.
나도 그건 아니다 싶었다.
그러고는 또 한참 말이 없다.
그의 손에 들린 가위에서 나는 찰칵 찰칵 꽃대 자르는 소리가 한동안 공백을 메꾸었다.
꽃집 남자가 노란 장미를 잘라 다 꽂았을 때 내가 또 물었다.
"그러다가 어떻게....,"
"우연한 기회에 꽃꽂이 전시회에 갔어요.
그 떄 바로 이거 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바로 학원에 등록했어요. 참 우습죠?"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은 채로 손을 재빠르게 움직이면서 말했다.
그의 입이 보일 듯 말 듯 웃고 있었다.
그 후 나는 먼 곳에 보내는 화환이라도 꼭 그 집을 이용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던 우울한 날 밤,
시든 꽃이 꽂혀 있는 꽃바구니를 들고 꽃집으로 달려갔다.
꽃 바구니에 싱싱한 새 꽃으로 갈아 꽂아달라고 부탁했다.
그 날은 나 자신을 위해 꽃을 사고 싶었다.
찰칵찰칵 꽃대 자르는 경쾌한 소리를 몇 번 내더니 그는 금세 마음에 쏙 드는 작은 꽃바구니를 완성했다.
그러더니 꽃바구니를 두 손으로 내밀면서 쑥스러운 듯, 그냥 가져가세요,라고 말했다.
그 날의 피로와 우울이 말끔히 가시는 듯했다.
일 년도 채 못 되어 <양지 화원>은 가계를 늘렸다.
그의 누나가 나와 가계를 지켜도 부족할 정도로 일손이 달렸다.
어버이 날, 스승의 날 그리고 그 동네 학교들이 졸업하는 겨울에는 정말이지 즐거운 비명이 넘쳐났다.
(그 동네에는 유난히 학교가 많았다. 초 .중. 고등학교 합해서 여섯 개나 있다.)
잘 됐다. 참 잘 됐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LMF 한파는 가장 먼저 꽃집에 몰아닥쳤다.
가계를 늘리지 않았다면 그런 대로 극복하기가 쉬웠겠지만 내가 멀리서 보아도
커다란 양지 화원은 지나치게 설렁했다.
가끔씩은 하루 종일 셔터가 내려져 있기도 했다.
가슴이 아팠다.
좋아하는 일을 성실하게 하는 그 청년에게 가게 문을 닫는 일만은 생기지 말기를 간절히 바랐다.
어느 날 꽃을 살 일이 있어서 들렀을 때 그가 말했다.
"작은 데로 옮기기로 했어요."
그렇게라도 해서 어려운 시기를 버터 낼 수 만 있다면 다행이겠다 싶어 반색을 했다.
"그리고.... 저, 결혼해요."
고개도 똑바로 들지 못하고 꽃집 남자가 말했다.
"힘을 합해 조그맣게 다시 시작하려고요"
그의 손이라도 따뜻이 잡아주고 싶었다.
결혼식 날짜를 끝내 말해 주지 않는 그에게 몇 번이고 축하의 말을 건네고 돌아섰다.
괜스레 눈물이 핑 돌았다.
"왜?" "어째서?"에 대한 당신의 대답
- 괜찮아! 믿음을 갖고 묵묵히 걸어나가라. 에드워드 모건 포스터(영국 소설가}
물고기는 물 속을 헤엄치며 물을 잊어버리고 새는 바람을 타고 날되 바람이 있음을 알지 못하느니라.
이 이치를 알면 가히 물질에 얽매어 있는 것을 벗어날 수 있고,
하늘의 오묘한 작용을 즐길 수 있느니라. - 채근담(중국 명대 홍응명이 지은 삼교일치의 처세 철학서)
※ 이 글은 <평생 힘이 되는 말>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t-24.03.31. 20240331-1558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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