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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을 보는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

by 탄천사랑 2007. 7. 1.

「무라카미 하루키 - 한없이 슬프고 외로운 영혼에게」

 

 

 

별똥별을 보는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 
그것도 수많은 별똥별들이 무리를 지어서 일제히 떨어지는 광경은 정말 아름답다. 
나는 어느 겨울밤에 우연히 별똥별들이 떨어지는 것을 관찰했던 적이 있었다. 
아름답고 따뜻한 풍경이었다. 
사랑하는 그녀와 나는 해변 근처에 있는 작은 아파트에서 살았다. 
그 아파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섹스를 한다거나 포테이토칩을 먹거나 하는 것이 하루 종일 우리가 하는 일의 전부였다. 
그 당시에 나는 열아홉 살이었다. 
우리는 겨울바람을 쐬기 위해 창문을 열었다. 
그런데 별똥별들이 어두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었다. 
마치 춤이라도 추는 것처럼. 
겨울밤에 별똥별들이 추는 춤.

"멋있어요. 우리는 운이 좋아요."

약 10분 후에 별똥별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폭죽을 터뜨린 것처럼 한꺼번에 쏟아지더니 잠시 후에는 이따금씩 보일 뿐이었다. 
우리는 가까운 곳에 있는 친구들에게 별똥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려고 했다. 
그러나 전화부스가 너무 멀어서 우리 둘만 즐기기로 했다. 
그 당시의 무수한 별똥별들, 
마치 밤하늘을 태우는 듯한 풍경을 지금도 확실히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이제 완전히 잊어버렸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산문집 '한없이 슬프고 외로운 영혼에게'에서

[t-07.07.01.  20210708-16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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