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미셸 투르니에 - 「상상력을 자극하는 110가지 개념」
쥘 베른의 소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은 「80일간의 세계 일주(1872)」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편집광적인 성품을 가진 영국인 필리에스 포그라는 독신자이다.
포그와 함께 동행하게되는 프랑스 인 사환 파스파르투는
‘이 사람이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시계’라는 것을 알고 절망한다.
실상 필리에스 포그의 일생은 금세 결정되어 가혹하리만큼 엄격하게 펼쳐질 수밖에 없다.
물론 필리에스 포그의 서재는 주로 배와 철도의 시간표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이 시간표에서 80일간의 세계 일주가 가능하리라고 추론한다.
그에게는 이제 효과적으로 여행하는 일,
다시 말해 책에서 얻은 여행 계획과 실질적인 경험을 비교해 보는 일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이런 실질적인 경험의 구성요소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실제로 예측할 수 없는 기상의 변화였다.
포그는 곧 바람과 조수를 대비한 시간표를 손에 들고 세계 일주를 해야만 했다.
그것은 그가 클럽 회원들과 엄청난 금액을 건 도박이었다.
쥘 베른의 소설은 기상학과 연대기의 불협화음을 주제로 한다.
필리에스 포그는 연대기의 화신이다.
그는 기상학을 의인화한 사람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모호한 상황에서 임시변통의 수완가이자 능수능란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이 소설은 시계의 시간을 의미하는 동시에 날씨를 의미하는 ‘시간-날씨(temps)'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 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영어나 독일어에서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 이런 말이 없다는 것을 유념해야만 할 것이다.
불어에서 시간과 날씨의 의미로 같이 사용하는 ’temps'이란 의미의 단어가
영어에는 시간을 나타내는 ‘time'과 날씨를 나타내는 ’weather'가 있고,
독일어에는 시간을 나타내는 ‘zeit'와 날씨를 나타내는 ’wetter'란 두 단어로 구분되어 있다).
그렇지만 영어의 시간과 날씨를 의미하는 동음이의어인 불어의 ‘temps'은 기상도에 의해
성격지워지는 사계절이 달력에 아주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는 범위에서 충분히 정당화된다.
봄은 3월 21일 0시부터 시작하고, 여름은 6월 21일부터 시작한다.
물론 햇볕이 드는 겨울도 있고, 비가내리는 여름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쥘 베른의 소설은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끝나게 되는데, 이 사건은 결국 매우 심오한 철학적 교훈을 남긴다.
여행 일기에 의하면, 포그는 세계 일주에 81일이 걸려 내기에 졌기 때문에 파산할 지경에 이른다.
그때 파프파르투는 거리로 내려오면서 상점들이 모두 철시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포그가 월요일이라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다.
그날은 일요일이었다.
결과적으로 포그는 내기에 이긴 것이었다.
사실상 포그는 지구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즉 태양과 반대방향으로 돈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24시간을 벌 수 있었다.
이것은 철학자 칸트가
「감성의 선험적인 제형식들」에서 제시한 오성(悟性)의 개념으로 돌릴 수 없는 공간과 시간에 대한 이론으로,
자연상태에서는 전혀 이해될 수 없는 현상이다.
칸트는 이것을
‘만약 전세계가 하나의 장갑으로 변한다 해도
역시 오른쪽 장갑이냐 왼쪽 장갑이냐가 문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 한 사람의 지식인도 결코 이것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여 매우 인상적인 이미지로 설명하였다.
인용 : 오 비여!
인간의 가슴에 가장 아름다운 금언, 가장 아름다운 격언, 가장 아름다운 문장,
가장 잘 만들어진 문장, 가장 좋은 작품들을 씻어내다오.
- 생 존 페르스 - (p133)
※ 이 글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110가지 개념」의 일부를 필사한 것임.
미셸 투르니에 - 상상력을 자극하는 110가지 개념
역자 - 이용주
한뜻 - 1995. 10.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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