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미 외 - 부부로 산다는 것」
중앙공원 가는 길
002.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것.
그녀의 남편에게는 단 한 가지, 잘 하는 것이 있었다.
펜대를 굴리는 것.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신혼 초부터 그녀는 건설 현장의 일용직 인부가 된 것처럼 힘든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형광등 좀 봐, 나이트클럽 조명처럼 깜빡이잖아. 어떻게 좀 해봐." 그녀가 그에게 말했다.
"나..... 저거 몰라, 어떻게 하는 거지."
그가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채 그녀에게 말했다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그녀가 의자를 놓고 올라가 형광등을 갈아야 했다.
형광등을 갈고 보니 한결 밝아진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는 가냘픈 몸으로 그런 일을 해내었다는 성취감에 들떴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액자와 거울 등 못질을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이것 좀 걸게 못질 좀 해줘요."
"안 돼. 밤에 못질 하면 이웃에 방해되잖아. 휴일에 걸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는 차일피일 미루더니 휴일에는 무슨 약속이 그리 많은지 밖으로만 나돌았다.
결국 그녀의 몫이었다.
그녀는 직접 망치를 잡고 콘크리트 벽에 불꽃을 튕겨가며 못질을 했다.
"야, 정말 내가 마누라 하나는 잘 얻었는 걸.
누구 마누라는 침대 커버를 씌우는 것도 신랑이 같이 하자며 기다린다는데,
우리 마누라는 망치질이면 망치질, 형광등이면 형광등 다 잘하잖아.
대단해, 정말 우리 마누라 맥가이버야."
그 이후 집 안 수리는 모두 그녀의 독차지가 되었다.
처음에는 결혼하면서 각자 들고 왔던 살림살이들을 손보는 정도였지만
연장을 잡는 시간이 늘어나자 솜씨가 달라졌다.
삐걱거리는 의자를 고치는 것은 예사, 고장 난 전기 스위치 수리는 물론 페인트 칠까지 하게 됐다.
목공소에서 나오는 자투리 판자들을 싼 값에 사서는 수납박스며 CD 장까지 손수 만들었다.
그녀는 늘 변화를 추구하는 성격이었다.
집 안 배치가 3개월 이상 유지되는 것을 참지 못했다.
그래서 옷장을 옮기고 침대도 분해해서 재배치하는 등 새로운 인테리어를 추구했다.
그는 처음에는 핀잔 일색이었지만, 매번 달라지는 인테리어에 칭찬을 해주었다.
여성지를 참고해 안 입는 옷으로 쿠션을 만드는가 하면,
장식 구슬로 비즈 장식을 만들어 멋을 부리기도 했다.
그녀가 원래부터 맥가이버였던 것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에는 겁이 많은 탓에 새로운 일은 시도도 해보지 못하고 울기부터 하던 성격이었다.
그녀를 바꾼 것은 남편이었다.
볼펜 굴리는 재주밖에 없는 남편이 단점을 대신 채우다 보니,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맥가이버로 바뀐 셈이었다.
"얘가 조금 크면 말이야, 인테리어나 건축 쪽으로 공부를 한 번 해봐.
내가 적극적으로 밀어줄게."
그녀가 드라이버를 들고 고장 난 조명기구를 고치는 것을 보고 있던 그가 말했다.
그녀는 정말 그래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결혼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입니다.
사람은 부족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합니다.
상대방에게 무엇인가가 부족하다고 해서 탓할 일만은 아닙니다.
그래서 당신을 만나게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p023)
※ 이 글은 <부부로 산다는 것>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중앙공원 가는 길 [t-07.05.23. 20210522-17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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