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합격됐데요.
고궁 안내위원으로 제가 뽑혔어요.”
최종합격 통보가 있던 2월 7일 아침.
전화기 주위만 뱅뱅 돌던 권성기(74)씨는 합격통보 연락을 받자 두 손을 번쩍 들며 만세를 외쳤다.
아무런 상황을 모르던 가족들은 놀라 뛰쳐나왔고,
상황설명이 끝나자 아버지가 왜 이날 오는 전화를 다른 식구들은받지 말라고 하셨는지 알게 됐다.
“70세 이상에 건강한 사람이라고는 했지만,
막상 면접을 보러가니 쟁쟁한 분들이 많이 계셨어요.
괜히 떨어지면 식구들뿐만 아니라 주위사람들한테 창피할 것 같아서 아무도 모르게 일을 진행했었죠.
때문에 이날 오전 중 전화는 제가 다 받겠노라고 했던 겁니다.”
그때의 감격이 되살아났는지,
권씨는 인터뷰 중에도 연신 두 손을 번쩍번쩍 들었고,
얼굴에는 당시의 기쁨이 고스란히 묻어 나왔다.
‘우리 아버지 최고’라는 가족들의 칭찬과 ‘대단한 놈(?)’이라는 친구들의 부러움으로
서오릉으로 가는 출근길은 하루하루가 새롭고 즐겁기만 하다고 한다.
부산 영도 경찰서장을 마지막으로 37년의 경찰생활을 접고
운동과 취미생활을 해오던 그에게 10년만에 생긴 직장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제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생겼고,
가족들에게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생활에 활력이 넘칩니다.” 하지만
“늙은이가 주책이라는 말은 안 들어야 되지 않냐”며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그는 점퍼 안 주머니에서 손안에 들어올 만큼
줄줄이 이어붙인 서오릉에 관한 설명서를 꺼내보였다.
“틈틈이 꺼내서 읽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관람객들에게 제대로 설명하려면 나부터 정확히 알아야 되니까요.”
권씨가 경기도 일산 집에서
아침 8시 30분에 출근해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면 저녁 6시 30분이다.
그 동안 눕는 것은 물론, 푹신한 소파에 편하게 앉지도 못하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꾸준히 해 온 탓에 그는 피곤한지 모른다.
자식들에게 물려줄 무형의 재산이 ‘부모의 건강’이라는 생각에 건강만큼은 챙겨왔던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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