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용산- 여보게 저승 갈 때 뭘 가지고 가지」
다음의 어느 시인의 노래를 통해,
아픈 오늘이 더 성숙된 내일로,
아쉬운 이 생의 삶이 더 영근 내생來生의 삶으로 연결되어,
영원히 살아 갈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그려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난 불교 신자가 아니라 기독교 신자임에도, 윤회설을 믿고 싶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구스타프 융의 말대로,
우리네 조상들이 믿었던 신앙이 윤회에 대한 <집단 무의식>으로 나에게까지 유전된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
윤회의 빛깔이 스며든 몇 편의 시를 쓰고 말았으니 말이다.
- 나는 죽음도 삶의 한 부분이라고 믿고 싶다.
그래서 죽는다는 것은 끝이 아니며,
새로운 삶의 시작이며 우리가 아는 삶보다 훨씬 더 고귀한 삶을 이어서 사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휴가 때가 되면 자주 산사山寺를 찾으면서도,
독경소리 그윽한 절에 가고 싶은 마음을 숨길 수 없다.
자그마한 산사,
정갈한 마당에 희다 못해 옥빛 나는 하얀 고무신을 신은 스님네들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고 싶다.
청태 낀 기와골에 내려앉은 밝고 잔잔한 햇살에서,
부처님의 자비로운 미소를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몸과 마음의 먼지를 훌훌 털어 버리고,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와서,
따스한 미소로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다.
작은 일에 성실하며 욕심 없이 살다가,
조용히 죽어 풀섶에 홀로 핀 들국화로 환생하고 싶다.
시인의 노래는 여기서 끝이 난다.
참으로 소박하고 아름다운 소망이 담긴 노래이다.
아픈 현실을 아름답게 엮어 갈 수 있는 마음들!
이 마음들이 바로 유한한 삶을,
영원으로 이어 갈 수 있는 길이 되는 것이리라.
삶 속에 묻어 날 수밖에 없는 아픔들,
그 아픔의 순간들을 지혜와 믿음으로 엮어 갈 수 있을 때,
우리의 소망들은 꿈이 아닌,
진실된 신앙으로 피어나게 되고,
낡은 몸 버리고 새 몸으로 이어져,
우리의 영혼과 소망은 그렇게 살아나게 되는 것이다.
내일을 위한 삶!
그것은 오늘의 삶인 것이다.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종교와 이념을 초월해서 한 번쯤은 윤회의 모습을 그려보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한다. (p20)
※ 이 글은 <여보게 저승갈때 뭘 가지고 가지>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석용산 - 여보게 저승갈때 뭘 가지고 가지
고려원 - 1992. 10. 01.
[07.05.15. 210502-17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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