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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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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인생은 결혼으로 완성된다 / 프롤로그

by 탄천사랑 2023. 7. 22.

·「남인숙 - 여자의 인생은 결혼으로 완성된다」

 

 

프롤로그

결혼이 이런 거라고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거야.
막 신접살림을 차린 친구나 후배들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걸어온 전화를 종종 받곤 한다.
그녀들은 처음엔 별다른 용건을 꺼내지 않고 시시한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뭔가 끌어다 붙일 만한 화제가 나온다 싶으면 기다렸다는 듯 결혼 생활의 고초를 쏟아낸다.
사연은 비슷한 듯하면서도 제각각이지만, 마무리는 깔때기에 부어놓은 듯 결국 한 문장의 절규로 귀결된다.

"결혼이 이런 거라고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거야?"

기억을 더듬어보니 11년 전 나 자신이 결혼 했을 때도 같은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것 같다.
결혼이라는 세계는 내가 몸담고 있던 곳과 전혀 다른 우주의 운행이 있는 곳인데 
어째서 결혼 전에는 그처럼 감쪽같이 몰랐을까?
마치 세상 사람들이 전 지구적인 작당을 하고 날 속인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삐삐로 연락을 주고받던 때 연애하고 결혼했다.
그 사이 천지개벽이 일어났고 요즘 젊은이들은 휴대전화로 화상 통화까지 하며 연애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결혼이 이런 건 줄 몰랐다'라는 여자들의 외침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알 만큼 안다고 자부하는 여우 같은 여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마디로 시대를 막론하고 미혼들은 결혼에 대해 '쥐뿔도' 모른다.
그곳이 사후 세게도 아니고 이미 들어가 보고 증언해 줄 사람도 모래알처럼 많은데,
도대체 왜 미혼들은 결혼 저 너머 세상에 대해 그토록 터무니없이 무지한 걸까?
최근에야 나는 그 해답을 찾았다.

미혼 여자들은 언뜻 결혼에 대해 관심이 많은 듯 보이지만 실은 관심이 없다.
관심이 없으니 아무리 많은 정보들이 넘쳐나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
그녀들이 관심 있는 건 오로지 '결혼할 남자'일 뿐, 결혼 이후의 삶이 아닌 것이다.
그녀들은 괜찮은 연봉, 모나지 않은 성격, 
인자한 어머니를 둔 남자를 사랑해서 결혼하기만 하면 행복은 저절로 찾아올 거라고 믿고 있다.
그런 믿음 아래서 자기 자신이 할 노력이라고는 이른바 '스펙'을 만들고 외모를 가꾸어 그런 남자를 잡는 일뿐이다.
그러나 인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결혼생활이라는 것에는 훨씬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그 지식은 지나고 나면 별 소용이 없고,  결혼 전이나 늦어도 결혼 초에 미리 알고 적용해야 효과가 있다.
결혼해서 행복하다는 사람들이 20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다는 슬픈 통계도 
이 시기 결혼에 대한 몰이해와 그에 따른 잘못된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

내 경우, 결혼하고 첫 3년은 지옥에서 살았고, 
그 다음 3년은 지상에서 사람 사는 것처럼 살았으며, 그 이후부터는 쭉 천국에서 살고 있다.
천국의 질도 나날이 더 나아지는 것 같다.

평생 흘릴 눈물을 다 흘렸던 것 같은 결혼 초기에는 모든 것이 나를 둘러싼 환경 탓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나중에 돌이켜보니 결혼에 대한 내 무지가 주된 원인이었다.
그것을 깨닫고 노력을 시작한 순간부터 많은 것들이 마법처럼 변해갔다.

나보다 부유하거나 잘난 사람은 해운대에 널린 모래알보다 많지만, 나보다 행복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닳고 닳은 일일 연속극보다 내 결혼생활에 더 독한 반전이 있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만약 내 깨달음이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그 깨달음이 오기 전에 뭔가 큰 실수를 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요행으로 시기를 놓치지는 않았으나 결혼 전에 지금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아니 일부라도 알았더라면 한창 좋을 신혼기를 
불안과 절망 속에서 보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못내 떨칠 수가 없다.
그래서 여자들을 위한 '결혼 전에 읽어야 할 결혼 책'을 구상하게 되었다.

나는 여자들이 결혼을 두려워하면서도 
그 두려움을 이겨내려는 반대급부로 결혼을 만만하게 보려고 애쓴다는 데 주목했다.
낯선 사람들과 한 가족이 되니 되도록 그들을 편하게 생각하고 
빨리 적응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편하지 않은 사람과 환경을 억지로 편하게 여기는 것은 어렵거니와 그래서도 안 된다.
사람들은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들으면서도 
결혼은 감정과 애정의 연대라고만 생각한다.
그래서 결혼에서도 직장에서처럼 기획, 영업, 정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이전까지의 자기 사고를 살짝 뒤집어 완벽한 '결혼형 인간'으로 변신하고 
앞으로 당신과 결합할 남편을 비롯한 사람들에 대한 냉정한 이해와 해법을 갖고 출발한다면,
결혼은 결코 나쁘지 않다.

이제까지 우리는 사는 법을 배우기도 전에 태어나 살아야만 했지만 결혼은 다르다.
결혼하기 전에 배울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 인격 장애자나 가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없는 사람과 결혼하지만 않는다면 
이 배움을 통해 평생의 절대 아군은 물론 사회적 성공까지 선물로 받을 수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결혼할 당신이 아직도 혼수 해갈 목돈이나 요리 솜씨가 
결혼 준비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서둘러 진짜 결혼 수업에 들어가야만 한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결혼이라는 것에 뒷덜미를 잡혀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는 공허한 말이나 하고 다니는 패배자로 남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꽤 괜찮은 결혼생활을 하기 위해서 우선 당신이 준비할 것은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과 배우 뺨치는 연기력, 그리고 희망이다.
이제 이 책을 읽을 준비가 되었는가?  


1.
행복한 결혼을 꿈꾸는 여자는 망하고, 계획하는 여자는 흥한다.

삶의 자세.
착각 말라, 결혼이 성공이다.
결혼은 교통사고처럼 다가온다.
대게 '사랑은 교통사고처럼 다가온다'라고들 하지만 K에게는 결혼이 교통사고 같은 것이었다.
대학 졸업 후 처음 들어간 직장에서 일을 배우며 돈 모으고......
※ 이 글은 <여자의 인생은 결혼으로 완성된다>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남인숙 - 여자의 인생은 결혼으로 완성된다
시작 - 2009. 11. 27.

[t-23.07.22.  230721-1834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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