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영 -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Part 1. 회사 생활을 잘한다는 것에 관하여
나는 노동을 팔아 생활을 유지하지만 내가 받는 돈만큼 나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A. 연봉과 이직에 관한 5가지 진실
인맥을 쌓기 위해 일주일에 6일을 술을 마셨고, 스카우트가 될 만한 인재가 되기 위해 하루 15시간씩 일했고,
말도 안 되는 상사의 요구가 있어도 시키는 대로 했다.
그 결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증가와 신혼생활의 실종과 상사에 대한 불신을 얻을 수 있었다.
어리석었지만 당시 내가 아는 수준에선 최선의 노력이었다.
물론 이직을 하며 직급이 상승했고 연봉도 올랐다.
그러나 연봉과 이직의 상관관계에 대해 여전히 이해 안 되는 뭔가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런 충고와 조언들은 사실 뭔가 큰 착각 속에서 발생한 것임을,
나는 그 깨달음을 연봉과 이직에 관한 몇 가지 키워드, 그리고 5가지 잔실로 정리할 수 있었다.
1. 잦은 이직은 경력 관리에 손상을 주지 않는다.
대부분의 커리어 컨설턴트(헤드헌터나 직업상담사)들은 잦은 이직이 경력 관리에 손상을 주며
결국 직장에 취업하는 걸 점점 힘들게 만든다고 충고한다.
그리고 가급적 한 회사에서 특별한 경력을 쌓을 때까지 견디라고 이야기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사실 자신이 원해서 회사를 그만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사기꾼 사장을 만났거나 급여가 나오지 않거나 팀이 해체되는 등
회사 경영상의 이유로 이직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런 회사를 연속으로 몇 군데 다녔다면 어쩔 수 없이 이력서의 경력란이 화려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오히려 이런 충고가 맞다.
“짧은 재직 기간의 경력은 적지 마라.”
특별히 어떤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단기간에 근무했던 회사가 아니라면
경력 사항에 짧게 다녔던 회사는 기록하지 않는 게 좋다.
3년 간 7개 회사를 그야말로 전전했던 웹 디자이너의 이력서를 받아본 적이 있다.
나는 그녀에게 왜 그렇게 많은 회사를 다녔냐고 묻지 않고 왜 그 회사들을 모두 적었냐고 물어보았다.
그 회사 중 실제로 자신의 경력에 포함될 만한 일을 한 회사만 말해보라고 하니 2개 정도였다.
다음부터는 2개 회사에 대한 경력만 적고 나머지는 경력 기술서에 프로젝트로 나열하라는 충고를 해주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많은 회사를 다녔을 때에는 그것을 스스로 어떻게 정리하는가가 훨씬 중요하다.
속이라는 말이 아니다. 취업하려는 회사가 알아야 할 것만 이야기하라는 의미다.
대부분의 구인사들은 우리가 100번 이직했더라도 무엇을 배웠고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가에 더 큰 관심이 있다.
잦은 이직이 취업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어쩔 수 없는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회사를 옮기게 된 것까지 모두 경력이라고 기술하는 자신에게 있다.
그건 어떤 회사를 '경험'한 것이지 '경력'이 아니다.
2. 일반적 이직은 연봉 상승과 별 관계가 없다.
이직에 대한 심각하고 고질적인 착각은 연봉도 함께 인상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이직과 연봉 상승은 개연성이 있을 뿐 필연성은 없다.
그 이유는 이직과 스카우트(영입)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직은 어떠한 사정으로 더 이상 현재 회사를 다닐 수 없게 되어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것이다.
반면 스카우트는 멀쩡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는 여러분에게
누군가 더 좋은 조건을 제공할 테니 함께 일하자고 제안받는 것이다.
스카우트로 인한 이직은 연봉 인상과 직급 상승이 동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로운 직원을 구하기 위해 이력서를 받다 보면 현재 연봉보다 받고 싶은 연봉을 높여서 제시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나는 이런 사람들과 인터뷰를 할 때 묻곤 했다.
"지금 연봉보다 더 높은 연봉을 줘야 하는 이유가 뭡니까?" 그들은 다양한 답변을 하곤 했는데 내 대답은 늘 같았다.
"왜 이전 회사에서는 그런 요구를 하지 않았죠?"
그들은 큰 착각에 빠져 있었다.
이력서를 낸 것은 구직자가 자신을 사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니 대개의 경우 연봉 협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만약 이직을 하며 연봉 협상을 하고 싶다면
회사의 구인 요구에 이력서를 제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안'을 해야 한다.
왜 구인사가 구직자가 이전에 다녔던 회사의 연봉 인상률을 보전해줘야 하는가?
물론 구직자는
'나는 이 정도의 연봉을 받아야 한다. 과거 직장에서 그런 연봉을 제공해주지 못했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만약 구직자가 그만한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연봉 협상은 구직자가 원하는 수준에서 성립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이유로 이직을 하며
별 고려 없이 전 직장 연봉을 기준으로 연봉을 제시하는 것은 거부될 가능성이 높다.
3. 연봉 외의 조건은 매우 중요하다.
연봉 외의 조건에 대한 가중치는 개인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유가 뭐든 간에 시간보다는 급여가 우선이거나 광적으로 차 타기를 즐긴다면
하루 왕복 4시간의 출퇴근 시간을 감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도무지 직장을 구하지 못해 오랜 시간 실업자로 지내야 했다면
4시간이 아니라 기숙사 생활을 하더라도 받아들일지 모른다.
출퇴근 시간은 가장 보편적인 것이고, 회사에 어떤 사람이 근무하고 있는가.
자신의 경력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가. 종교나 정치적 견해가 뚜렷한 집단인가.
점심은 지급되는가 등 다양한 조건이 연봉 외에 고려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회사에 대한 평판이다.
급여도 잘 나오고 회사의 매출 구조도 안정적이지만 업계의 평판을 들어보니
이 회사 직원들은 이직이 매우 잦다고 한다.
좀 더 조사를 해보니 회사 근무자 90%의 평균 근속 연수가 1년 미만이다.
그렇다면 그 90%에 속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 때만 이직을 결심해야 할 것이다.
4. 이직은 인맥을 강화시키기도 한다.
스카우트를 통한 이직이 잦다면 연봉은 계속 인상될 것이다.
어떤 경우엔 사장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도 있다.
게다가 스카우트를 통한 이직은 인맥을 약하게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강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소위 잘나간다는 사람에게 꼬이는 게 인맥 아니던가.
그러나 대게의 경우 잦은 이직으로 인해 인맥 고리는 약해진다.
그럼 이직을 하지 않고 꼬리뼈에서 뿌리가 돋도록 한 회사에 있는 것이 인맥 고리를 강화시킬까?
최근 오랜 기간 중견 IT 기업에 근속하다 이직을 한 동료가 내게 이직 과정에서 느낀 어려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자신의 인맥이 생각했던 것보다 협소했고 어려운 시기에 큰 힘이 되지 못해서 난감했다는 것이다.
인맥 고리의 형성은 순전히 자신의 성향과 가치관에 달려있다.
한 회사에 오래 다녔다고 해서 넓고 튼튼한 인맥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다양한 인맥을 형성하려고 노력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이직이 잦을수록 인맥 고리가 약해지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의 인맥은 회사 관계뿐인가?"
직급이나 회사 직무 혹은 회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인맥 고리는 그 회사를 그만두는 순간 파괴되기 마련이다.
5. 연봉으로 부자 될 생각을 버려라.
현재 연봉이 3천만 원이고 이직을 통해 33% 인상된 4천만 원을 받게 되었다고 치자.
냉정하게 계산을 해보면 한 달에 83만 3천원을 더 받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연봉이 인상되면 세금도 따라 오르고 4대 보험도 덩달아 오른다.
실수령액 기준으로 아마 운 좋으면 60만원 정도를 더 받게 될 것이다.
이 돈으로 뭘 할까?
부모로부터 지원받은 기초 자본이 없는 사람이 봉급으로 적금을 붓고 아파트를 사고 아이를 양육하고
그리고 부자까지 되려는 시도에 대해 나는 매우 부정적이다.
그렇게 살려고 작정했다면 부자가 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봉급쟁이가 부자가 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라고 한 로버트 기요사키의 말을 떠올려보자.
더구나 연봉은 일정 수준 이상 오르지 않는다.
회사의 크기나 직종에 따라 큰 차이가 있지만 연봉은 특정한 지위까지 자동 상승하다 멈춰버린다.
국내 100대 기업의 경우 비교적 높은 수준에서 신입 연봉이 책정된다.
연봉은 매년 조금씩 올라 대리, 과장까지 큰 무리 없이 상승한다.
그러나 그 이상의 직급이 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게 되고
소수의 사람들만 고액의 연봉과 복리혜택을 보장받는다.
대기업에서 비교적 높은 연봉을 받았던 사람이 퇴직하여 다른 중견 기업으로 옮겨갈 때
연봉은 동결되거나 오히려 낮아지는 경우도 흔하다.
이직을 할 때 연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옮겨가려는 회사가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를 알 수 있는 가장 평이한 척도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소한 허락하지 않은 연봉 수준은 우리의 이직을 만족시켜 줄 것이며 애사심을 고양시킬 수 있다.
연봉이 오른다면 그로 인해 더 높은 책임감을 갖게 되고 능률을 배가시킬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봉으로 부자 되겠다는 생각은
회사에 대한 종속성을 증대시키고 심지어 패배주의를 합리화할 수 있다.
이직에 있어서 연봉은 매우 중요한 조건이지만 연봉 자체가 자신의 미래를 보장해 줄 것이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연봉과 이직에 관한 5가지 진실에 대해 '그건 당신의 편협한 경험에 의한 것일 뿐이다'라고 반발할 수 있을 것이다.
맞다. 이것들은 내가 경험한 것에 기초한 진실이다.
아마 여러분은 또 다른 진실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연봉과 이직의 관계에 대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본질을 이해하기보다는
과거의 도덕율에 근거해 자신과 주변을 속이는 경우가 많다.
만약 회사라는 곳이 급여를 받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으며
자신이 매달 받는 급여 이상의 노동을 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또한 회사에 근무하는 것이 '회사와 계약한 기간' 동안만 의미 있는 선택임을 인정한다면
내가 이야기한 5가지 진실에 대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p28)
※ 이 글은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이준영 -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좋은날들 - 2011.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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