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버거 - 「본다는 것의 의미」
이 사진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가 자코메티를 찍은 것이다.(출처-About Looking, Berger John)
자코메티가 세상을 떠난 지 1주일 뒤에,
<파리 마치>지에는 그의 9개월 전 생시의 모습을 촬영한 주목할 만한 사진이 실렸다.
그 사진은 그가 혼자 비를 맞으면서 몽파르나스에 있는 그의 작업실 근처의 길을 건너고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
비록 그의 두 팔이 소매 속에 들어 있긴 하지만,
그가 우의 대용으로 입고 있는 코트는 자신의 머리를 덮기 위해서 훌쩍 들어올려진 상태이다.
보이지 않지만, 그 우의 아래에서 그의 양쪽 어깨는 둥글게 구부러져 있다.
그 사진이 발표되었을 때,
그것이 주는 즉각적인 효과는 기묘할 정도로 자기 스스로의 안위에 대하여 무관심한
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에 달려 있었다.
구겨진 바지에 낡은 구두, 우의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남자의 모습을 말이다.
열중해 있는 문제로 인해 계절의 변화도 잊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말이다.
하지만 그 사진을 주목할 만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자코메티의 성격에 대한 것 이상의 것을 암시해 준다는 점이다.
그 코트는 마치 빌려 입은 것처럼 보인다.
그는 코트 속에 바지 외에는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는 재난으로부터 구조된 사람과도 같은 태도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비극적인 의미에서 그러한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자세에 아주 익숙해져 있다.
나는 특히 그의 머리 위에 덮어쓴 코트가 두건을 암시하는 것이어서,
'수도사와도 같은'이라고 말하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
하지만 이러한 비유는 만족스러울 정도로 정확한 것은 되지 못한다.
그는 자신의 상징적인 빈곤을 대부분의 수도사들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입고 있었던 것이다. (p245)
※ 이 글은 <본다는 것의 의미>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존 버거 - 본다는 것의 의미
역자 - 박범수
동문선 - 2000. 0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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