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판 슬루페츠키 -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목을 길게 앞으로 빼고 눈을 깜박거렸습니다.
잘 안 보이는 작은 눈이지만, 깜짝이며 뭔가를 보려고 애쎴습니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기적,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칠흑 같은 밤의 어둠 속에 불빛들이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다섯 개, 열 개, 아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불빛들이 마치 목거리에 꿴 잔주처럼 하늘에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그 태양들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두더지의 잿빛 피부 위로 상상할 수도 없는 빛이 춤을 추며 쑫아져 내렸습니다.
풍요로운 빛의 잔치!
이렇게 놀라운 데가!
순간 두더지는 몸 안에서 불끈 솟구치는 힘을 느꼈습니다.
신기하고 강력한 힘이 그를 몰아대며 저 빛의 향연을 따라가라고 명령하는 듯했습니다.
요란한 소음을 내던 거인들의 선물이 있는 쪽으로, 이제 막 탄생한 저 새로운 별들, 하늘의 낙원 속으로 말입니다.
이제 두더지를 일곱 번째 언덕에 붙잡아 둘 수 있는 건 없었습니다.
그는 돌멩이와 솟아오른 흙덩이에 채고 넘어지면서 쉬지 않고 뛰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풀밭이 끝나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잠깐 멈춰 서서 숨을 고르며 첫 번째 불빛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그 불빛들이 어디까지 이어지나 하나하나 쫓아갔습니다.
불빛들의 행렬은 끝이 없었습니다.
불빛은 깊은 계곡까지, 산 아래 가늠할 수 없는 먼 곳, 밤의 어둠 끝까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두더지는 다시 몸을 움직였습니다.
가쁜 숨을 고르며 길을 따라 기어갔습니다.
두더지는 다시 몸을 움직였습니다.
가쁜 숨을 고르며 길을 따라 기어갔습니다.
왕의 보물을 찾아나선 왕자처럼 정열적으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울타리를 지나, 또 집을 지나 단단한 아스팔트 길을 내달려 산기슭까지 내려갔습니다.
산 아래에서도 불빛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니, 불빛들은 더 많아지고 있었고, 그럴수록 두더지의 놀라움, 감출 수 없는 열정도 점점 더 커져갔습니다.
어느 새 두더지는 평평한 길 위에 올라서 있었고, 그 곳엔 수천 개의 불빛들이 빛의 바다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두더지는 예감했습니다. '여기가 바로 천국이구나.'
그리고 환한 불빛 두 개.
그가 지금껏 본 어떤 불빛보다도 밝은 두 개의 태양이 그를 향해 빠르게 다가왔습니다.
두더지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두 팔을 앞으로 뻗었습니다.
작고 작은 두더지는 감격에 몸을 떨며, 그렇게 서있었습니다.
'빛을 좀더!' 그는 마음속으로 외쳤습니다.
'빛을 좀더 다오!' 다음 순간 불빛은 그의 몸을 덮쳤습니다. (p32)
※ 이 글은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슈테판 슬루페츠키 -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역자 - 조원규
문학동네 - 2001. 1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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