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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신문 - 걷기가 행복감을 높인다/박명호 경영칼럼

by 탄천사랑 2023. 2. 28.

·「 대구신문 -  2023. 02. 26. 박명호 경영칼럼」

 


몇 가지 우울한 최근 통계다.
1. 지난 20일 통계청이 펴낸 ‘국민 삶의 질 2022’ 보고서에서 우리 국민이 매긴 지난 3년 삶의 만족도는 평균 5.9점(10점 만점)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평균인 6.7점보다 0.8점이나 낮다. 최하위권이다.

2. 국회 미래연구원이 연 초에 발간한 ‘2022년 한국인의 행복조사 주요 결과 및 최근 3년간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대구 시민들의 행복감은 7개 특별·광역시 가운데 6번째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이 가장 높았고, 대구보다 낮은 곳은 인천이 유일하다.

3. 지난 달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1년 기준 지역별 일·생활 균형지수’에서 대구는 10위를 기록하며 중위권에 그쳤다. 경북은 18위로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지역 주민의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는 삶의 질에 달려있다. 일과 삶의 균형은 삶의 질과 행복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상생활에서의 여러 가지 활동도 행복감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행복한 사람은 행복한 활동을 자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행복할 수는 있지만 돈이 행복의 주된 원인은 아니다. 진정한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 이루어지는 법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굿 라이프’에서 일상의 많은 경험이 주는 행복감을 측정하여 ‘행복 칼로리 표’를 만들었다. 재미와 의미라는 두 가지를 기준으로 4분면에 일상의 활동들을 표시했다. 두 가지 모두가 높은 영역에 속한 활동의 경험이 행복감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행복감을 주는 활동은 여행이었다. 여행은 같이 먹고, 수다를 떨고, 걷고, 노는 행위가 한꺼번에 일어나는 행복 종합 선물 세트라는 것이다. 이어서 운동, 걷기, 사교활동 등이 행복 칼로리가 높은 활동으로 나타났다.

특히 걷기의 중요성은 오랜 역사에 걸쳐 검증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걸으면서 토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열 번의 산책’에서 에디스 홀은 아리스토텔레스가 62년의 생애 동안 제자들과 함께 그리스 땅 수천 킬로미터를 돌아다녔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히포크라테스는 “걷기는 가장 좋은 약”이라고 했고, 철학자 니체도 “걸으며 생각한 것만이 가치가 있다”고 했다. 장 자크 루소도 “다리가 움직일 때만 뇌가 작동한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걷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걷는 것이 행복감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다. 원래 

걷기는 이동 수단에 불과했다. 걷기가 자전거나 자동차 같은 현대적 이동 수단으로 대체되면서 사람들은 걷기를 멀리했다. 걷기가 

이동 수단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가지 유익이 있다는 사실은 뒤늦게 밝혀졌다. 걷기는 현대인의 질병 중 90%를 치유하며 사유와 정신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천천히 산책하는 것은 여유의 표상이며 소소한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걷기의 세계’에서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 뇌연구 교수 셰인 오마라는 정기적으로 걷는 행위는 개인과 사회 전반에 큰 이득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규칙적인 걷기는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의 사고, 감정, 창의성을 개선시키고 동시에 건강을 증진시켜 준다는 것이다. 그는 도시를 새롭게 디자인 할 때 ‘EASE’

라는 단어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접근성(Accessible), 안전성(Safe), 즐거움(Enjoyable)과 함께 무엇보다도 ‘걷기가 쉬워야’(Easy)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도시의 활력과 매력은 걷기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의 허원순 논설위원도 최근 ‘2023 걷기 예찬’ 제하의 칼럼에서 두 가지 중요한 제안을 했다. 첫째는, 지방자치단체가 좋은 ‘걷기코스’를 적극 개발하고 안전시설을 잘 갖추어야 체감형 자치행정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야 지역경쟁력이 제고되고 시민 만족도도 따라 온다는 것이다. 둘째는 의료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건강보험 

걷기 인센티브’ 제도의 도입을 주장했다. 걷기로 건강 증진을 유도하면 건강보험공단 지출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에서도 걷기는 중요하다. 종업원들이 자유롭게 움직여야 신체적, 정서적 건강은 물론이고 창의력과 생산력도 높아진다. 며칠 전, 집 앞의 생협 가게에서 ‘걷기챌린지’ 이벤트를 알리는 메일을 보내왔다. 일정 걸음 이상을 걸으면 생수를 증정한다는 것이다. 

회원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려는 행사다. 어떤 마케팅 이벤트보다 효과적이며 바람직하게 여겨진다.

걷기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자연에서 규칙적으로 걷는 것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다. 특별한 목적을 위한 사회적 걷기도 있지만, 아무런 목표 없이 혼자서 느릿느릿 걷는 것도 좋다.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을 되뇌며 오늘도 지인들과 함께 길을 걷는다.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건너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후략)”


글 - 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출처 - 대구신문  https://www.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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