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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작가책방(소설/ㄱ - ㄴ

늙기의 즐거움

by 탄천사랑 2025. 1. 25.

 

 

허송세월 - 김훈 산문 / 나남 - 2024. 06. 20.     


늙기의 즐거움
핸드폰에 부고가 찍히면 죽음은 배달상품처럼 눈앞에 와 있다.
액정화면 속에서 죽음은 몇 줄의 정보로 변해 있다. 
무한공간을 날아온 이 정보는 발신과 수신 사이에 시차가 없다. 
액정화면 속에서 죽음은 사물화 되어 있고 사물화 된 만큼 허구로 느껴지지만 죽음은 확실히 배달되어 있고, 
조위금을 기다린다는 은행계좌도 찍혀 있다.

 

(...)

부고를 받을 때마다 죽음은 이행해야만 할 일상의 과업처럼 느껴진다... 
죽음을 루틴으로 여기는 태도는 종교적으로는 경건하지 못하지만, 
깨닫지 못한 중생의 실무이행으로서 정당하다.
애착 가던 것들과 삶을 구성하고 있던 치열하고 졸렬한 조건들이
서서히 물러가는 풍경은 쓸쓸해도 견딜 만하다.
이것은 속수무책이다.

 

[t-25.01.25.  20250124_15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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