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 / 사계절 2011. 02. 15.
사랑하던 아이가 속절없이 떠나갔다.
엄마는 아이를 기억하며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낸다.
해맑게 웃던 아이를 희미한 미소로 떠올리는 순간,
그녀는 그 소중한 보물이 이제 내게 없다는 사실을 뻐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나 더 나쁜 것은 그녀가 과거에 집착하느라 현실을 살아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녀에게는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가족이나 친구도 안중에 없을 것이다.
심지어 그녀는 꽃피는 풍경이나 감동적인 영화마저 볼 여력도 없을 것이다.
다른 경우도 있다.
유년 시절 가난했던 탓인지 어떤 남자는 부와 명성을 쌓을 때까지 모든 열정을 자심의 업무에 쏟아붓는다.
아이를 떠나보낸 여성이 과거에 매몰되어 있다면,이 남자는 미래에 매몰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그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그는 가족과 살뜰한 시간도 보내지 못하고, 친구들과 여행을 가지도 않는다.
현실에서 누려야 할 행복을 무한히 연기하고만 있을 뿐이다.
과거나 미래는 단지 우리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기억하는 능력이 없다면 과거란 존재할 수 없고,
기대하는 능력이 없다면 미래란 존재할 수 업쇼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은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이루어지는 삶들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앞의 여자와 남자는 '지금 그리고 여기'의 삶이 아니라 과거나 미래의 삶에 집착하고 있다.
그들은 삶을 제대로 영위하고 있다기보다는 단지 자신의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죽은 아이 때문에,
그리고 미래의 부와 명성 때문에,
현재를 살지 못하는 두 사람에게 과연 행복이 가능할까?
죽은 아이가 되살아나지 않거나 기대했던 부와 명성이 얻어지지 않는다면,
두 사람이 행복할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서 가장 활달했던 스님 임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 이미 일어난 생각은 이어지지 않도록 하고
아직 일어나자 않은 생각은 일어나자 않도록 하면 그대들이 10년 행각 行脚 하는 것보다 좋을 것이다.
나의 생각에는 불법에는 복잡한 것이 없다.
단지 평상시에 옷 입고 밥 먹으며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 임재어록.
[t-25.01.19. 20250102_15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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