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 2022. 03. 30.」
53살 롯데제과 영등포공장…'한국판 첼시마켓' 탈바꿈
신동빈의 '디자인 주도 혁신' 선진국형 도심 재생 모델 될 듯
롯데그룹 발원지인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 영등포공장이 미국 뉴욕의 첼시마켓 같은 ‘헤리티지 쇼핑몰’로 개발된다. 이곳은 고(故) 신격호 롯데 창업주가 1969년 세운 부지 면적 1만1926㎡ 규모의 공장으로, ‘한국 산업사(史)의 상징’ 중 하나다. 글로벌 도시 서울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공간을 개조해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쇼핑몰로 재탄생시키려는 구상이다.
29일 지방자치단체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는 영등포공장 이전을 포함한 종합개발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롯데지주의 부동산개발 전담부서 레바(REVA)팀이 안을 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제과와 푸드가 합병하기로 하면서 시너지를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글로벌 컨설팅회사와 협력해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제과는 영등포와 대전, 경남 양산 등 전국 일곱 곳에 공장을 운영 중이다. 껌, 사탕, 초콜릿, 빙과류를 제조하는 영등포공장의 생산 비중은 20%가량이다. 롯데제과와 푸드의 합병 목적이 사업 효율화에 있는 만큼 도심의 낡은 공장을 이전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는 데엔 그룹 내부에서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아파트 등으로 개발하는 안이 나오기도 했으나, 지난해 말 신동빈 회장이 “첼시마켓처럼 한국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혁신적 모델을 고려해보라”고 하면서 방향을 급선회했다. 신 회장은 올해 초 ‘디자인이 주도하는 혁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첼시마켓은 1898년 나비스코가 세운 오레오 과자 제조 공장을 식료품점, 레스토랑 등이 들어선 쇼핑몰로 1997년 개조한 뉴욕의 명물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첼시마켓의 연 방문객은 약 900만 명에 달했다. 연간 경제 효과가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등 도심 재개발사업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A1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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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공장을 '맨해튼 명소'처럼--- 롯데의 유산 , 서울 랜드마크 된다.
롯데제과 공장 재개발 착수
롯데그룹이 서울 양평동에 있는 롯데제과 영등포공장을 ‘헤리티지 쇼핑몰’로 개발하려는 것은 공익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묘수라는 평가가 유통업계에서 나온다. 뉴욕의 첼시마켓처럼 공장의 외형과 뼈대를 보존해 ‘롯데의 유산’을 지키면서도 공장들이 남아 있는 낙후한 부도심을 개발해 도시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랜드마크로 바뀔 ‘롯데의 출발점’
롯데제과 영등포공장은 1969년 2월 현 영등포구 양평동 4가 20에 준공했다. 대지 1만1926㎡에 바닥 면적 6913㎡ 규모다. 고(故) 신격호 롯데 창업주는 일본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1967년 국내 첫 종합 식품회사인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이후 여러 시행착오 끝에 당시로선 최신식 공장을 서울 최대 공업지역인 영등포에 세웠다. 공장 내부엔 독일 하막 한셀라사(社)가 만든 캔디 제조기를 비롯해 이탈리아에서 도입한 자동 혼합냉각기, 자동 포장기 등이 설치됐다.
롯데가 영등포공장 재개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2020년 창업주 별세 후부터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한국 롯데의 출발지나 다름없는 곳을 재개발한다는 얘기는 금기시됐다”며 “신동빈 회장도 개발에 관한 건의를 받을 때마다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차마 할 수 없다’는 식으로 어려워했다”고 말했다.
영등포공장 부지가 오랫동안 준공업지역으로 묶여 있는 점도 걸림돌이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번째 재임 시절인 2009년 ‘한강 르네상스’로 불리는 한강 공공성 계획이 발표되면서 한강변에 있는 영등포공장과 주변에 대한 개발 논의가 활발했던 적도 있었지만, 오 시장이 물러나며 원점으로 돌아갔다.
당시 계획에서 양평(당산)은 망원(합정), 반포, 구의·자양, 잠실 등과 함께 유도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개발하되 최고 층수를 50층 이내(평균 30층)로 짓도록 유도한다는 게 골자다.
롯데는 2015년 말 문래동 롯데삼강 부지를 팔 때도 ‘공익성 부합’이라는 장벽에 부딪힌 적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청년 주택을 짓는 것을 조건으로 2017년에야 부지를 매각할 수 있었다.
신격호가 만든 '韓롯데 출발점'
1967년 첫 종합식품회사 설립 獨 캔디 제조기 - 伊 포장기 등 당시 최신식 공장시설 전면 도입
신동빈표 '디자인 르네상스'
폐공장 디자인 살린 첼시마켓 맛집-카페-IT 몰린 핫플레이스로 "영등포 상징하는 문화공간 기대"
양평동에 ‘개발 훈풍’
헤리티지 쇼핑몰에 대한 아이디어는 신 회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일본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후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에서 유학하고, 골드만삭스 런던지점에서도 근무했다.
도쿄, 뉴욕, 런던 등 오랜 역사를 지닌 글로벌 대도시의 변천사를 가까이서 지켜본 경험을 가진 것이다. 일본만 해도 1876년 지어진 삿포로 맥주 공장이 1993년 지역을 상징하는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된 사례가 있다.
신 회장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지목한 첼시마켓은 1997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 후 뉴욕 맨해튼의 명소로 거듭났다. 기존 벽체와 지붕 구조물을 고스란히 유지해 리모델링 비용을 최소화했고, 지역 소기업의 입주를 독려해 다양성 측면에서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첼시마켓의 부지 면적은 1만8743㎡ 규모다. 8층짜리 건물에 각종 식료품점, 레스토랑, 카페를 비롯해 정보기술(IT), 미디어 계열의 다수 기업이 입주해 있다.
2009년엔 첼시마켓 인근에 있는 폐고가철도가 갤러리가 즐비한 하이라인 파크로 변모하면서 구글을 비롯한 기업의 오피스 건물도 잇따라 주변에 들어섰다. 센트럴파크와는 3.5㎞ 떨어져 있다.
영등포공장 개발은 신 회장이 올초 주창한 ‘디자인 혁신경영’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롯데는 지난해 9월 지주사 내에 디자인경영센터를 신설했다. 디자인 역량을 전략적 자산으로 규정하고,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출신인 배상민 사장을 초대 센터장으로 선임했다. 배 센터장은 롯데제과 영등포공장을 방문한 뒤 SNS에 ‘롯데만의 헤리티지를 디자인 혁신 콘텐츠로 새롭게, 이롭게’라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A 8면)
박동휘. 박종관 기자 donghuip@hankyung.com )
한국경제 - 2022. 0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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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제과---푸드 공장 통폐합, 빙과류 절반 단종"
제품수 줄여 생산라인 최적화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는 합병 후 사업 효율화를 위해 판매 중인 아이스크림 상품 중 절반 이상을 단종하기로 했다. 전국 네 곳에서 운영 중인 빙과공장의 통폐합도 추진한다.
2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롯데푸드는 오는 7월 합병 이후 초기에는 통합 대표이사 아래 제과사업부와 푸드사업부를 따로 두고 분리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빙과사업만큼은 제과사업부 아래에서 곧바로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
빙과사업은 취급하는 상품이 비슷해 독립적으로 운영 중인 물류·배송 시스템과 영업망을 통합한 뒤 원재료를 함께 구매하면 바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게 롯데의 판단이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빙과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약 45%로, 해태아이스크림을 품은 빙그레에 약 5%포인트 앞선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는 아이스크림 상품 구조조정에도 나설 계획이다. 롯데제과와 푸드가 판매하고 있는 700여 개 상품을 400개 이상 줄이기로 했다.
두 회사가 합치면서 카테고리가 겹치는 상품과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해 판매하던 비인기 상품 등이 단종 대상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빙과뿐 아니라 스낵류도 제품 수가 너무 많아 영업력을 집중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내부에서 꾸준히 나왔다”며 “합병을 계기로 주요 상품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 라인을 최적화하고, 공장을 통폐합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롯데제과는 영등포·대전·양산공장에, 롯데푸드는 천안공장에 빙과 생산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통합 법인은 저효율 라인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고효율 라인으로 재배치한 후 한두 개 공장을 통폐합할 예정이다. 개별적으로 운영 중인 e커머스몰도 합친다. 통합법인에서 e커머스 사업을 맡을 ‘통합EC부문’과 해외 사업을 맡을 ‘통합글로벌본부’는 당분간 통합 대표이사 직할 체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합병을 통해 매출 3조7000억원의 국내 2위 종합식품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날 통합법인은 ‘그룹의 뿌리’인 롯데제과가 존속법인으로 남는다. 다만 사명은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제과’라는 이름이 갖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사명 변경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A 8면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
한국경제 - 2022. 0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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