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매일경제 - 2022. 01. 03」
가전 넘어 우주로... 美CES영역 확장.
만화 '심술통'으로 널리 알려진 이정문 화백은 1965년에 21세기를 상상하는 만화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를 그렸다. 이 만화에는 오늘날 스마트폰을 의미하는 소형 TV전화부터 전기자동차, 무빙워크, 청소하는 로봇, 태양열 발전, 원격교육, 원격진료 등이 등장한다.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 상상만으로 그린 그림이 놀랍게도 이젠 모두 당연한 우리의 일상이 되어 있다.
더욱이 6년 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 대국 이후 본격 점화된 4차 산업혁명은 인류의 생활을 더욱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시켜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는 유례없는 부침을 겪는 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문화가 일상화되면서 디지털 경제는 한층 더 급성장하는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모든 사업들 디지털로 진화 평균 뛰어넘는 창의성 있어야 기술 패권시대에 살아남아
지난해 온라인으로만 열렸던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가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온 것은 디지털 경제가 강한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다. 오는 5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펼쳐지는 첨단 기술의 축제에서 주목할 포인트는 일상으로 들어온 로봇, 또 다른 세계로 등장한 메타버스, 우주선을 포함한 모빌리티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올해 CES에서는 '로봇과 더욱 가깝게 공존하는 일상'이 직접 그려질 것이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국 당시만 해도 로봇이 바둑돌을 직접 놓을 수 없어 인간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그간 더욱 정교해진 로봇 기술은 바둑돌을 놓는 것을 넘어서 우리 주변에서 다양한 공존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커피 만드는 바리스타 로봇, 뷔페에서 접시 치우는 로봇, 배달로봇과 안내로봇 등은 이제 흔한 일상이 되었다.
그간 비약적으로 발전한 로봇 제조 기술은 행동능력을 극대화한 2족, 4족 보행로봇에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3D 라이다와 열화상 카메라 등 여러 센서가 탑재되고 있다. 이것이 딥러닝 기반 실시간 데이터 처리를 통해 전투나 재난현장, 시설물 감시나 모니터링, 방범·순찰과 엔터테인먼트, 실버케어 등 다양한 곳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CES 2022에 선보이는 영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설계·제조기업인 엔지니어드 아츠(Engineered Arts)의 로봇은 사람과 같은 뼈 구조, 피부 결을 갖고 있다. 심지어 자연스러운 얼굴 표정을 지을 정도로 극사실적 로봇으로 평가받는다. 한편으로 일명 브레인리스 봇(Brainless bot)이라 불리는 네트워크 기반 로봇의 활약도 기대된다. (A1면)
K소프트파워 차별화로 세계 선도 `핑크 펭귄`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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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각각의 로봇 모두에 고성능 프로세서를 달지 않아도 프로세싱 파워를 로봇과 분리해 클라우드 서버로 분산시키는 형태다. 이를 통해 자율차나 드론, 서비스 로봇 등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작동되면 다양한 산업군에서 상용화를 위한 접근 허들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CES 무대를 수놓을 다음 기술은 '또 다른 새로운 세계의 본격 등장'을 보여주는 메타버스(Metaverse)다. 메타버스란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과 같은 사회·문화·경제활동이 이뤄지는 디지털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CES 2022에서는 메타버스의 진화된 기술뿐 아니라 이를 활용한 다양한 전시가 펼쳐질 예정이다.
특히 메타버스 속 가상 환경을 더욱 실감나게 고도화해 줄 다양한 기술 간 융합과 그 실현이 예상된다.
올해 CES에서는 가상·증강현실(VR·AR)을 기반으로 한 실감미디어 기술을 비롯해 생성적 대립 신경망(GAN), 음성합성기술(TTS)과 실시간 번역 등 인공지능 기술의 융합이 소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대체불가토큰(NFT) 블록체인 기술이 더해지며 메타버스상 디지털 경제 기능도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한층 발전된 메타버스 비즈니스는 일자리·교육·문화 등 사회 전반의 모습을 더욱 정교하게 온택트(on-tact) 환경으로 진화시켜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K소프트파워의 저력 역시 더욱 배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부분은 모빌리티다. 여기에는 첨단 자율주행 전기차뿐 아니라 플라잉카와 우주선까지 포함된다. CES에 처음으로 참여하는 시에라 스페이스는 자사의 우주선 드림 체이서를 전시장에 공개한다. 이제 CES가 최첨단 가전을 넘어 우주기술로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현재 우주시대 주도권은 정부 영역에서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같은 민간 영역으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 세상에서 국내 기업 또한 활발히 뛰고 있고,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주력 산업 또한 우주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CES 2022에서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섣불리 그 끝이 어딘지 짐작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는 유례없이 D.N.A.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와 같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무기를 보유하고 또 진화시켜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임인년(壬寅年)은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디지털 패권국가로 퀀텀 점프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이에 세계적인 비즈니스 전략가 빌 비숍의 '핑크 펭귄' 관점을 강조하고 싶다. 일반적인 펭귄은 흑과 백, 똑같은 색으로 군집을 이루고 있어 각각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제3자의 관점에서는 모두 똑같아 보일 뿐이다.
그러나 그 무리에 핑크색 펭귄 하나가 있다고 가정하면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아웃라이어(Outlier)'처럼 독보적인 차별성으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와 공존하는 기술패권 시대, 핑크 펭귄 같은 창의적 차별성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을 주도해 갈 대한민국의 선전을 그려본다. (A3면)
윤성로 4차산업혁명위원장.
매일경제 - 2022. 0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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