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매일경제 - 2022. 01. 01.
`범띠` 호랑이사육사 이원영 씨
"호랑이는 정 많고 열정적인 한국인과 닮았습니다.
전 국민이 호랑이 기운으로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가 몰아친 지난 30일 오후.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에버랜드 동물원은
겨울 추위 속에 한산했지만 한국 호랑이가 모여 있는 '타이거밸리'에 유난히 몰려든 관광객들의 관심이 쏠렸다.
많은 인파 속에서 호랑이를 한 번이라도 눈에 담기 위해 아빠 어깨를 타는 아이가 여기저기에서 눈에 띄었다.
"수많은 동물을 보살펴 왔지만 호랑이만큼 한국인을 닮은 동물도 없는 것 같아요.
풍기는 기운뿐만 아니라 정이 많고 가족애가 끈끈한 것까지 똑같습니다."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곤충부터 조류, 산양, 낙타 등 다양한 생물을 돌봤다는 10년 차 사육사 이원영 씨(36)의 말이다.
그만큼 한국인의 호랑이 사랑은 유별나다고 말한다.
1988 서울올림픽의 호돌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수호랑처럼
호랑이는 한국을 상징하는 동물이기에 호랑이를 아끼는 한국인의 모습은 한편으로 당연하기도 하다.
3년째 한국 호랑이를 담당하고 있는 이 사육사도 1986년생 호랑이띠다.
2021년 6월 에버랜드서 태어난 아름·다운·우리·나라·강산
멸종위기 한국호랑이의 기적 간식 나눠먹고 동생 지키고…
끈끈한 우리네 같아 감동적 虎기운에 코로나도 물러나길
"한국 호랑이는 용맹한 고양잇과 맹수이면서도 사람을 알아보고 친밀감을 표시하는 정이 있는 동물이에요.
고양잇과라고 해서 호랑이가 사육사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치 강아지처럼 호랑이도 먹이를 주러 가면 반갑게 맞이하고 기분이 나쁘면 화를 내기도 해요."
이 사육사는 어미 호랑이가 갓 낳은 새끼를 직접 보여줬던 때가 가장 감동적이었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호랑이는 가족애가 두터워 남매끼리 간식을 나눠 먹고, 밥 먹을 때는 오빠가 막내를 지킨다고 한다.
이 사육사는 지난해 에버랜드 타이거밸리에서 기적이 일어났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6월 27일 한국 호랑이 5마리(오둥이)가 자연 번식으로 태어났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5마리 모두 자연 포육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에버랜드 사육사들은 올해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해를 맞아 한국에 대운이 들어서는 징조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 호랑이 5남매는 온라인 투표를 통해 첫째부터 '아름' '다운' '우리' '나라' '강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들은 취재하는 동안에도 시베리아 호랑이의 핏줄답게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밭에서 뛰놀고 있었다.
자신의 키 몇 배는 되는 높은 셸터(나무구조물)도 겁내지 않고 뛰어오르려는 뚝심은 악착같은 끈기를 지닌 우리네 모습과 겹쳐 보였다.
이런 모습을 바위에 앉아 지켜보는 어미 호랑이 '건곤'이의 모습은 마치 '산신' 같았다.
'호랑이띠' 호랑이 사육사 이씨는 4년 전 호랑이를 담당하고 좋은 일만 가득했다고 한다.
1년 만에 멸종위기종인 한국 호랑이 자연 교배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본인도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얻었다.
이듬해 자연 번식으로 호랑이 남매가 태어났고, 드디어 그다음 연도에 호랑이 오남매가 태어났다.
이 사육사는
"호랑이띠와 호랑이가 만나자 좋은 일이 가득했다.
올해 호랑이띠의 기운과 호랑이 오둥이가 만나 코로나19도 싹 없어질 것 같다"며 크게 웃었다.
멸종했다고 알려졌던 한국 호랑이는 2012년 이항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한국 호랑이와
시베리아 호랑이의 유전자 염기 서열이 동일함을 확인하면서 활발하게 보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A 2면)
김정석 기자
매일경제. 2022. 01. 01. A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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