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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잔 브라흐마-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그것이 닭이든 거위든 무슨 상관인가?'

by 탄천사랑 2021. 12. 29.

 (명상 에세이)  아잔 브라흐마 -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 다스려지지 않은 인간의 마음은 술취한 코끼리만큼이나 위험하다.
  마음속 이 코끼리가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이다.
  명상과 깨어 있음의 밧줄로 마음속 코끼리를 붙들어 매는 순간, 문제는 사라진다.
  - 아잔 브라흐마 스님의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중에서 -

 


어느 기분 좋은 여름날,
갓 결혼한 신혼부부가 저녁을 먹고 숲으로 산책을 나갔다.

둘이서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멀리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꽥, 꽥!"   아내가 말헸다.

 

​"저 소릴 들어봐, 닭이 틀림없어."   남편이 말했다.

 

"아니야, 저건 거위야."   아내가 말헸다.

 

​"아니야 닭이 분명해."   남편은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말도 안 돼,
  닭은 '꼬꼬댁 꼬꼬!'하고 울지만,
  거위는 '꽥, 꽥!' 하고 울거든.
  저건 거위라고."   또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꽥, 꽥!"  남편이 말했다.

 

"거봐 거위잖아!"   아내는 한발로 땅을 구르며 주장했다.

 

"아니야 저건 닭이야.
  내가 장담할 수 있어."   남편은 화가 나서 말했다.

 

"잘 들어, 여보!
  저건 거위라니까!
  거위라고.
  알아들었어?"   아내가 대들었다.

 

"그래도 저건 닭이야."

 

"이런 빌어먹을!
  저건 분명히 거위라니까!
  당신은 정말이지..."   남편이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말을 내뱉으려는 찰나 또다시

 

"꽥, 꽥!"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내가 눈물을 글성이며 말했다.

 

"저 봐,
  닭이잖아."

 

그 순간 남편은 아내의 눈에 고인 눈물을 보았다.
그러고는 자신이 왜 그녀와 결혼했는가를 기억했다.
그는 얼굴을 누그러뜨리고 부드럽게 말했다.

 

​"미안해, 여보,
  생각해 보니 당신 말이 옳아.
  저건 닭이야."   아내는 남편의 손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여보"  두 사람이 사랑 속에 산책을 계속하는 동안 숲에서는 다시금 소리가 들려왔다.

 

"꽥, 꽥!"


남편이 마침내 깨달은 것은 이것이었다.

'그것이 닭이든 거위든 무슨 상관인가?'

 

그것이 닭이든 거위든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조화이며,
기분 좋은 여름날 저녁,  함께 산책을 즐기는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중요하지 않은 문제들 때문에 금이 가는가?
​'닭이냐, 거위냐'를 놓고 옳고 그름을 따지면서.

얼마나 자주 우리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확신하고 장담하는가.
그러고는 나중에 가서야 자신이 틀렸음을 발견한다. (p58)

 

 


아잔 브라흐마  -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역자 - 류시화 
이레 - 2008. 0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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