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로댐 클린턴 - 「살아 있는 역사 1 - (비매품)」
백약관은 대통령의 집무실이자 집이고, 살아있는 국립박물관이기도 하다.
백약관의 조직 문화는 군대와 비슷하다.
백약관에서는 대개 수십 년 동안 근속한 직원들이 오랫동안 일정한 방식에 따라 일하면서
백약관을 운영하고 보존하는 방식을 완성했다.
수석 정원사인 어빙 윌리엄스는 트루먼 대통령 시절에 일을 시작했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백약관이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은 이들 붙박이 직원 덕분이다.
이런 사실은 그들도 알고 있다.
많은 점에서 그들은 정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대통령이라는 제도의 수호자였다.
우리는 일시적인 거주자 일 뿐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의 공식 초상화를 제막하려 왔을 때,
백약관에서 25년이 넘게 집사로 일한 조지 웨싱턴 해니 2세를 보고는 '조지, 아직도 여기 있나?'하고 물었다.
노련한 집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예, 긱하.
대통령들은 왔다가 가지만 조지는 '늘' 여기 있습니다."
유서 깊은 제도가 대부분 그렇듯이 백약관에도 변화는 천천히 찾아왔다.
전화 시스템은 한 세대 전으로 퇴보한 것이었다.
2층의 거주지역에서 외부로 전화를 걸기 위해서는 수화기를 들고,
백약관 교환수가 대신 다이얼을 돌려주기를 기다려야 했다.
결국 나는 거기에 익숙해졌고, 교환대에서 일하는 친절하고 참을성 많은 교환수들을 높이 평가하게 되었다.
마침내 전화 시스템이 좀더 새로운 설비로 교체된 뒤에도 나는 여전히 교환수들을 통해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침실 문밖에 배치된 경호원에 대해서는 결코 익숙해질 것 같지 않았다.
역대 대통령들에게는 관례적인 절차였고,
비밀검찰국도 처음에는 침실 경호를 계속해야 한다고 완강하게 주장했다.
내가 2층에서 우리 침실을 지킬 게 아니라 아래층을 지키면 어떻겠냐고 제의하자, 한 경호원이 되물었다.
"각하께서 한밤중에 심장마비라도 일으키면 어떻게 합니까?"
"대통령은 마흔여섯 살이고 아주 건강해요.
심장마비 따위는 절대로 일으키지 않을 거예요!"
비밀검찰국은 우리 요구에 적응했고, 우리도 그들의 요구에 적응했다.
... 트루먼 대통령 시절부터 퍼스트 레이디와 거기에 딸린 직원들은 '이스트 윙(동관)'에서만 근무했다.
이곳에는 2개 층의 사무실 공간, 방문객을 맞는 널찍한 접견실, 극장,
버드 존슨 여사가 재클린 케네디에게 헌정한 '이스트 가든' 가장자리를 따라 뻗어 있는
기다란 유리 회랑이 딸려 있다.
퍼스트 레이디들은 오렌 기간에 걸쳐 임무를 확대했고,
그에 따라 퍼스트 레이디에 딸린 직원도 점점 많아지고 전문화되었다.
재클린 케네디는 독자적인 공보 비서를 둔 최초의 퍼스트 레이디였다.
버드 존슨 여사는 '웨스트 윙(서관)'을 본떠서 보좌진의 직제를 체계화했다.
로절린 카터의 비서실장은 날마다 대통령 참모회의에 참석했으며,
낸시 레이건은 보좌진의 규모와 중요성을 확대했다.
... 내 참모들은 곧 백악관 주변에서 '힐러리랜드'로 불리게 되었다.
우리는 '웨스트 윙'의 일상적인 기능 속에 완전히 묻혀 있었지만,
백악관 내부에서 우리만의 작은 하위문화도 갖고 있었다.
내 직원들은 신중함과 충성심과 동지애를 자랑했고, 우리만의 독특한 기풍을 갖고 있었다.
'웨스트 윙'에서는 정보가 새어나가는 경향이 있었지만, '힐러리랜드'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대통령의 수석참모들은 대통령 집무실과 가까운 사무실을 서로 차지하려고 애썼지만,
내 선임참모들은 젊은 보좌역과 기꺼이 사무실을 공유했다.
우리 회의실에는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과 크레용이 놓여 있었고,
백악관을 찾아온 아이들은 우리가 쿠키를 숨겨둔 곳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어느 크리스마스에 멜라니는 '힐러리랜드'라고 새겨진 배지를 주문했다.
멜라니와 나는 혹사당하는 내 직원들의 인내심 많은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이 명예 회원증을 건네주기 시작했다.
회원증을 가진 사람은 언제든지 백악관을 방문할 수 있고 우리 파티에도 참석할 수 있었다. (p202)
※ 이 글은 <살아 있는 역사 1>에 실린 일부를 필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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