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학교법인 vol. 173」
먹고사는 문제는 끝나지 않는 우리의 과제입니다.
요즘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들의 생계가 어려워져 염려스럽습니다.
우리의 일터에서도 모든 분들이 각자의 삶과 가정을 꾸려 가기 위해 일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보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단지 신체적으로 먹기만 하며 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우리를 움직이는 힘은 종종 '의미'에서 옵니다.
무엇이든 의미가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을 해볼 동기를 얻습니다.
의미가 있으면 힘든 일도 기꺼이 나서서 합니다.
반면에 의미가 없는 것은 하지 않으려 합니다.
무의미함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삶의 의미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삶의 의미는 우리를 지탱하는 힘을 줍니다.
반대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면 살아갈 동기와 의욕마저 상실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삶의 의미는 어떻게 발견할까요?
종종 우리는 주위 사람들에게 쓸모 있는 역할을 할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좋은 것을 베풀었을 때 '의미있는 일을 했다.'라고 말합니다.
반대로, 언젠가 실직하거나 병들거나 나이 들어 쓸모 있는 역할을 못하게 되면,
주위 사람들에게 짐이 될 것이라 여기고 그것을 대단히 염려합니다.
그렇게 사는 것은 무의미하므로 심지어 빨리 생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쓸모 있어야 한다는 압박과 쓸모없어짐에 대한 두려움은 종종 건전한 긴장의 정도를 넘어 마음을 짓누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특정한 기능이나 역할로만 판가름될 수 없습니다.
인간은 그런 것들보다 더 크고 귀합니다.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귀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아기 때 이미 경험하였습니다.
기억은 못할지라도,
아기 시절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을 때,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보호받았고 양육되었습니다.
지금은 성장하여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고,
그만큼 책임도 커졌지만,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 귀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무의미한 삶은 없습니다.
이것은 우리를 든든히 지탱해주는 힘입니다.
이곳을 언제나 기억하기 위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에게 있는 가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요한 바오로 2세 성인께서는 이것을 '관상적 시각'(생명의 복음 83항)이라고 부르셨습니다.
물질적인 이해관계,
특정한 기능이나 역할을 넘어, 우리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우리의 인격과 생명마저,
쓸모에 의해 평가되고 판단되며, 쓸모없어졌다고 느껴지면 살아갈 힘을 잃고 말 것입니다.
이러한 시각을 기르는 방법 중 하나는 인문적 성찰입니다.
이런 성찰을 통해 우리는 자신과 삶을 통합적으로 바라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책을 몇 가지 소개해 드리며 이 글을 맺고자 합니다. (p5)
매일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부부 - 유수인 / 가톨릭출판사 2015. 05. 21.
알수록 재미있는 그리스도교 이야기 - 박승찬 / 가톨릭출판사 2021. 06. 06.
나 자신부터 돌봐야 합니다 - 최대환 / 샘터(샘터사) 2020.12.18.
별것 아닌 선의 - 이소영 / 어크로스 2021. 05.14.
정재우 신부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장. 가톨릭중앙의료원 의료윤리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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