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 사외보 - 「땅과 사람들」
작년부터 '메타버스'라는 신조어가 여기저기서 불쑥 등장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는 크게 늘어나는 중이다.
조금 과장하면, 메타버스를 콜럼버스가 발견한 신대륙에 비교하며 열광하고 있다.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초월'을 의미하는 Meta와 '헌실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과 연동된 가상세계라는 의미다. 메타버스 세계에서 인간은 아바타라는 형태로 활동한다.
아바타를 통해 타인과 소통할 수 있고, 금전 거래도 가능하다.
사실상 현실 세계를 가상의 공간에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글 - 조성준 (매일경제)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메타버스
메타버스 개념을 접한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이거 싸이월드와 비슷한 거 아냐?' 물론 그렇다.
싸이월드 역시 낮은 단계의 메타버스 서비스였다.
싸이월드 미니 홈피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아바타를 설정한다.
미니홈피는 사이버 세상 속 나의 집이다.
이 가상의 집과 아바타를 기반으로 타인과 소통한다.
이것이 메타버스의 기본 원리다.
싸이 월드뿐 아니라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리니지가 대표적이다.
이 게임을 해 본 사람이라면 모두 동의할 것이다.
리니지 속 세계는 현실세계축소판이나 다름없다.
어쩔 땐 현실보다 더 현실 같다.
싸이월드, 리니지 모두 넓은 의미에서 메타버스다.
이미 우리는 가상세계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중이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갑자기 메타버스 열풍이 부는 걸까.
미니홈피와 리니지는 목적이 분명한 서비스다.
미니홈피는 사진을 기반으로 일상을 기록하고,
지인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용도의 플랫품이었다.
리니지의 경우에는 더 명확하다.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유저들은 리니지에 접속한다.
그런데 요즘에 뜨는 메타버스 플랫폼은 그렇지 않다.
말 그대로 그냥 하나의 세계다.
여기에선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제페토 세상에선 무슨 일을 할까
제페토는 전 세계 가입자만 2억 명인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도대체 제페토는 어떤 서비스일까,
궁금증이 생겨서 직접 아이디를 만들어 제페토 세상 안으로 들어가 봤다.
그럭저럭 나만의 아바타를 만들어서 가상의 세계로 로그인했다.
그런데 좀 당황스러웠다.
이 세계에서 뭘 해야 할지 몰랐다.
그냥 일단 걸어 다녔다.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봤지만, 대답조차 얻지 못했다.
행색이 초라한 내 아바타 모습을 보고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는 듯했다.
그래서 상점에 들어갔다.
멋있는 옷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옷을 사려면 실제로 돈을 지불해야 했다.
그냥 나올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 가상의 세계 안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나의 아바타는 제페토라는 세계에서 로그아웃했다.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는 것' 어쩌면 이것이 메타버스 세계의 핵심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페토 고객의 80%는 10대다.
이 유저들은 특별한 목적을 갖고 제페토에 접속하는 게 아니다.
이 세대에겐 그냥 이곳도 일상이다.
여기에서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여행도 떠난다.
실제로 제페토 안에는 전 세계 주요 관광지가 정교하게 설계돼 있다.
이 세상 안에서 자신만의 공간도 꾸미기도 하고, 그 공간에 친구를 초대한다.
구찌, 루이뷔통 옷을 사서 내 아바타에 입힐 수도 있다.
숨바꼭질을 할 수도 있고, 총싸움도 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기회의 땅
당연히 전 세계 수많은 기업이
메타버스라는 신세계에서 기회를 잡으려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제페토 안에 입점한 지 오래다.
엔터테인먼트 기업들 역시 메타버스 세계 안에서 콘서트를 열고, 팬미팅을 진행한다.
현대자동차는 제페토 안에서 신차 시승식 이벤트를 열었다.
하나은행은 제페토 안에 가상연수원을 만들어 실제로 신입사원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메타버스를 이용해 뭔가를 하려는 기업은 수두룩하다.
심지어 정치인들도 이 세계 안에 들어와서 유권자들에게 정책을 홍보하는 중이다.
메타버스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거다.
한계가 없다.
어떤 기업이든 뛰어들 수 있다.
유저들은 이 안에서 일상생활을 즐기고, 기업은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투자 관점에서 메타버스를 분석하면 당황스러울 정도다.
이 기술로 수헤가 기대되는 기업이 많아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해볼 수 있다.
메타버스 열기는 과연 오래 유지될 것인가?
매타 버스에 열광하는 연령층이 10대라는 점을 주목해보자.
이들은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인류다.
10대에게는 스마트폰과 디지털 세계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기본값이다.
그래서 메타버스는 이들에겐 가상세계가 아니라 그냥 하나의 온전한 세계다.
그리고 이미 거대한 자본은 이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고 있다.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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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 사외보 - 땅과 사람들
2021. 09. 제2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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