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그 만디노 / 「위대한 상인의 비밀」
하피드는 먹다 만 빵 조각을 밀쳐두고 그의 불행한 운명을 한탄했다.
내일로 베들레헴에 온지 나흘째가 된다.
그런데 그토록 자신에 차서 가져온 붉은 옷 한 벌은 여전히 나귀 등에 실린 그의 보따리 속에 있었다.
그에게는 식당의 시끄러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처음 시작하는 모든 상인을 괴롭히는 의심들만이 하나 둘씩 머리에 떠올랐다.
'왜 사람들은 내 말을 듣지 않지?
어떻게 하면 그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그들은 왜 내가 다섯 마디도 하기 전에 문을 닫아 버릴까?
왜 나의 말에 흥미를 잃고 달아나 버릴까?
....
닫힌 문을 바라볼 때 밀려오는 두려움은 무엇이고 어떻게 그것을 극복해야 할까?
내 가격이 적당하지 않은 걸까?'
그는 실패에 진저리가 나서 머리를 가로 저였다.
아마도 이것은 내 삶의 길이 아닌가 보다.
아마도 나는 낙타지기 소년으로 지내며 하루 일당인 동전 몇닢에 만족해야 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는 시끄러운 여인숙을 떠나 나귀가 있는 마구간으로 향했다.
서리가 내려앉은 잔디에서는 걸을 때마다 바삭바삭 소리가 났다.
하피드는 오늘은 산에서 자지 않고 말과 함께 마구간에서 지내기로 마음먹었다.
.... 마구간 안에 불빛이 깜빡거리고 있어 도둑이 들지 않았나 걱정하면서 발길을 재촉했다.
그는 도둑을 물리치고 물건을 되찾을 생각에 마구간으로 뛰어들어 갔다.
그러나 눈앞의 광경에 그만 맥이 풀리고 말았다.
촛불아래 턱수염이 더부룩한 사람과 젊은 여인이 서로 몸을 의지하며 떨고 있었다.
그들의 발치에 놓인 움푹 패인 여물통 안에는 아기가 자고 있었다.
쭈글거리는 진홍빛 피부로 보아 막 태어난 아기임을 알 수 있었다.
추위로부터 잠든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그들은 자신의 옷으로 아기를 덮어 주고 있었다.
.... 하피드는 다소 괴로운 마음으로 망설이다가 그의 나귀로 다가갔다.
조심스레 끈을 풀어 보따리를 열고는 옷을 꺼내 들었다.
.... 지난 사흘동안 이 옷을 팔아보려고 얼마나 많이, 팔이 저리도록 들었다 놓았던가?
옷의 모든 무늬와 올들이 눈에 선했다.
정말 좋은 옷이다. 잘만 다루면 평생 입을 수 있을 것이다.
하피드는 눈을 감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그 초라한 가족에게 다가가 아기 옆의 짚더미에 끓어않아서는
조심스레 그들의 누더기 옷을 벗겨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둘 다 하피드의 대담한 행동에 매우 놀랐다.
하피드는 그의 소중한 붉은 옷을 펼쳐 자는 아기를 조심스럽게 감쌌다.
하피드는 나귀를 끌고
마구간을 나올 때까지도 빰에는 아기 엄마의 입맞춤이 느낌으로 남아 있었다.
밖으로 나오자 하피드의 머리 바로 위에는 이때까지 보지 못한 매우 밝은 별이 빛나고 있었다.
그는 눈물이 가득 찰 때까지 그것을 바라보다가,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그리고 곧장 카라반이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하피드는 천천히 나귀를 타고 돌아갔다.
머리를 숙이고 갔기 때문에 별빛이 그의 갈 길을 훤히 비추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왜 그토록 멍청한 짓을 했던가?
마구간에 있던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왜 그들에게 옷을 팔아 볼 생각은 못한 것일까?
파트로스에게는 뭐라고 말하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들은 내가 마굿간의 낯선 아기에게
옷을 주었다고 하면 분명히 데굴데굴 구르면서 비웃을 텐데....,
그는 파트로스를 속일만한 이야깃거리를 생각해 보얐다.
식당에 있는 동안 누군가가 나귀 등에서 옷을 훔쳐갔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파트로스가 믿어줄까?
사실, 이곳에 도둑이 많기는 하다.
그렇지만 파트로스가 그 말을 믿는다 하더라도 부주의를 꾸짖을 것이다.
하피드는 너무도 빨리 게드스만의 정원으로 향하는 길에 당도하였다.
그는 나귀에서 내려 카라반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곳은 머리 위의 별빛 때문에 마치 대낮과 같이 밝았다.
천막밖에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던 파트로스와 마주치자 하피드는 덜컥 겁이 났다.
하피드는 꼼짝 않고 서 있었지만, 파트로스는 금방 그를 알아보았다
파트로스가 하피드에게로 다가가 외경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베들레헴에서 곧바로 오는 길이냐?"
"네, 주인님."
"별이 너를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느냐?"
"몰랐습니다. 주인님."
"몰랐다고?
두 시간 전에 베들레헴에서 떠오른 저 별을 보고 나는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거늘...
이때까지 저렇듯 영롱한 색깔과 밝은 빛을 지닌 별을 본 적이 없다.
저 별이 하늘을 가로질러 움직이더니 우리 카라반으로 다가오더구나.
그러다가 자네가 나타나고는, 여기서 더 이상 움직이질 않는다."
파트로스는 하피드에게 다가가서 그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베들레헴에 있는 동안 별일이 없었느냐?"
"없었습니다." 피트로스는 깊은 생각을 하는 사람처럼 이마를 찡그렸다.
"난 오늘과 같은 밤을 본 적이 없단다." 하피드는 움찔하며
"저 역시 잊지 못할 밤이에요."라고 말했다.
"오호, 그럼 오늘 밤에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난 게로구나.
무엇 때문에 이렇게 늦은 시간에 돌아왔느냐?"
히피드가 말없이 서 있자
파트로스는 몸을 돌려 나귀에 매달려 있는 하피드의 보따리를 찔러보았다.
"비었군.
성공하였구나.
자. 나의 천막으로 가서 자네가 겪은 일을 말해다오.
신께서 밤을 낮으로 바꿔 놓으시는 바람에 난 잠을 잘 수가 없다.
자네의 말을 들어보면 저 별이 왜 낙타지기 소년을 따르는지 알아낼 수 있겠지."
파트로스는 침대에 몸을 기대 채 눈을 감고는,
하피드가 베를레헴에서 겪었던 끝없는 거절과 좌절, 모욕적인 일들에 대해 귀를 기울였다.
.
... 오늘 저녁 여인숙에서 떠올랐던 의혹들에 관한 이야기에 이르자
하피드의 목은 쉬고 그 소리도 점점 작아졌다.
그때 파트로스가 말을 가로챘다.
" 하피드야. 부끄러워 말고 네 마음속에 떠올랐던 모든 의혹들을 얘기해 보렴."
하피드가 그의 기억을 더듬어 죄다 말했을 때, 파트로스가 물었다.
"전 단지 칼레의 딸만을 생각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저는 실패하면 그녀를 다시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밖에 못했습니다."
그러고는 하피드의 목소리가 갈라지며,
"어쨌든, 실패를 하고 말았지만요..."라는 소리가 겨우 새어 나왔다.
"자네가 실패를 했다고? 이해가 안 되는군.
자네의 보따리 속에 옷이 없지 않은가?"
하피드의 대답하는 목소리가 너무 작아 파트로스는 몸을 앞으로 구부려야만 했다.
하피드는 마구간에서의 사건과 아기, 그리고 옷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하피드가 말을 하는 동안, 파트로스는 자꾸 천막 밖을 내다보았고,
별은 여전히 천막 주변을 비추고 있었다.
조용한 미소가 피트로스의 얼굴에 번져왔다.
파트로스는 이 젊은이가 이제는 이야기를 그만두고, 흐느껴 울고 있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곧 울음이 가라앉고 커다란 천막 속에는 침묵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하피드는 감히 그의 주인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실패를 했고 낙타지기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파트로스가 하피드의 어깨를 잡고 그의 눈을 바라보도록 하였다.
"이 사람아.
이번 여행은 자네에게 별 이익을 남겨주지 못했구먼."
"그렇습니다."
"그런데 내 생각은 그렇지 않아.
자네를 따르던 별은 내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사실에 눈을 뜨게 만들어 주었어.
이일에 대해서는 팔미라에 돌아가면 설명해 주도록 하마.
자, 자네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네."
"네, 주인님."
"내일 해가 지기 전에 우리 상인들이 카라반으로 돌아오기 시작할 거야.
그러면 그들의 낙타를 자네가 돌봐야 할 텐데.
지금은 낙타지기 소년으로 돌아가 자네의 임무를 수행해 주겠나?"
하피드는 공손히 일어나 인자한 주인에게 인사를 드렸다.
"저에게 시키시는 일은 무엇이든 할 겁니다.
그리고 주인님을 실망시켜 너무도 죄송합니다."
"돌아가서 상인들을 맞을 준비를 하도록 해라.
그리고 팔미라에 도착하거든 다시 보세."
하피드가 천막을 나서는 순간, 하늘의 밝은 빛 때문에 그는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눈을 비볐다.
이때 안에서 파트로스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다시 안으로 들어가 피트로스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파트로스는 하피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편히 자도록 하게.
자네는 결코 실패한 것이 아니야."
그 밝은 별은 밤새도록 하늘에서 빛나고 있었다.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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