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
자산운용을 하는 사람은 피아노 연주자와 같다.
건반 하나만 봐서는 안 되고
내가 지금 두드리는 건반이 전체 선율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가늠해야 한다.
그것도 소수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 따라서 자산운용을 하는 사람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 홀로 그 모든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외로움 속에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운동에 매달린다.
거의 중독 수준인 것 같다. 나는 운동을 통해 머리를 비우고 피아노 연주자처럼
몰입하려 한다. 이런 몰입만이 큰 산을 보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포장마차가 그립다.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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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입장에서 따져볼 것',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시장을 바라볼 것',
'항상 기본에 충실할 것',
이 세 가지는 내가 펀드매니저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이 원칙들은 자산운용업을 하는 사람이 반드시 지녀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다.
소수의 입장에 선다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사물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균형감각은 가치(Value)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창이고,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은 모르는 것에 투자하지 않고 아는 것에 집중한다는 의미이다.
세 가지 고리의 중심에는 소수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는 시각이 자리 잡고 있다.
왜냐하면 투자든 비즈니스든 다수를 따라가면 마음은 편하지만
큰 수익이나 결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 2학년 때 주식투자를 하면서, 나는 '소수의 시각'을 자연스럽게 터득했다.
남들처럼 군중심리에 휘말려 다수가 투자할 때 같이 투자하면,
수익보다는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사람들이
"내 앞에서 더 이상 주식의 주 자도 꺼내지 말라"라고 말할 때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결과가 좋았다. 물론 좋은 결과가 단기간에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 기간에 시장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변동성을 인내하고 기다리면
장기적으로 시장은 소수의 입장에 선 사람에게 큰 보상을 한다.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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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소수가 앞으로도 소수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가 더 많다는 게 역사가 보여주는 사실이고, 내 비즈니스 경험이다.
소수의 입장이 장기적 트렌드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언젠가는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게 된다. 이것이 바로 나와 미래에셋이
다른 어떤 것에 앞서 소수의 시각에서 장기적으로 사물을 보는 이유다.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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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트렌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나는 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회사의 나아갈 방향을 찾기 위해 탐욕스러울 정도로 책을 읽었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예측력이 있다고 말한다.
기회 포착 능력이 뛰어나다는 말도 자주 들어 왔다.
만일 나에게 정말로 다른 사람보다 나은 예측력과 기회 포착 능력이 있다면,
그 상당 부분은 독서의 힘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책은 나의 가장 절친한 벗이었다.
.... 방황을 했던 청소년기에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미국 외교사의 한 획을 그은
<헨리 키신저 자서전>, <카네기 자서전>, 등을 읽었다.
특히 위인들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는데, 이런 책들이 대학시절 '네가 직접 조직을
만들어 경영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해준 것 같다.
.... 나는 책을 읽으며
'인생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죽음이란 무엇인가' 같은 물음에
하나씩 답변을 찾아갈 수 있었다.
대학시절에 읽은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은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책으로부터 강렬한 느낌을 받은 나는 열 번 이상 반복해서 읽으며 철저히 곱씹었다.
이 책을 통해 미래의 트랜드에 관심을 갖게 된 후 다른 무엇보다 미래학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다. 미래학 관련 서적을 읽고 주변을 잘 관찰하면, 대게 장기적 흐름에
관한 답이 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접할 수 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자신과는 먼 일로 생각하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탓에 이를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 금융업에서만 일하다 보니 자꾸만 감수성이 말라가는 것 같아
가끔은 일부러 시집이나 수필 등을 읽기도 한다.
사람이 하는 일이 어찌 숫자로만 딱 떨어질 수 있겠는가?
나는 역사책이나 사람의 인생을 다룬 책들도 가까이한다.
이런 책들은 인간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도와준다.
요즘 내 호기심을 사로잡는 것은 유럽 역사에 관한 것이다.
시간이 있으면 강의를 듣고 싶다.
.... 나는 마치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으로 책을 읽는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나 하나만을 위해 특강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책을 대하면 읽는 속도도 빨라지고 요점도 빨리 파악할 수 있다.
반면 약점도 있다.
저자 이름이나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책은 내게 하나의 잔상으로 남는다.
.... 글쓰기는
단순히 생각을 글로 적는 것을 넘어 그 자체가 자신의 사고를 정리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글쓰기를 하면 생각이 깊어지고 사물을 장기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 나는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한두 번 꼭 서점을 찾는다.
마당 서정주 시인은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고 노래했다.
이 시구를 빗대어 나를 표현하자면 '나를 키운 건 8할이 독서'였다.
지금까지 수많은 의사결정을 하고 독서를 하면서 얻은 결론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대로, 즉 교과서대로 하면 된다는 것이다.
선진 금융기법이란 현란한 그 무엇도 아니고 어려운 기술도 아니다.
일관성을 갖고 원칙을 지키는 게 바로 선진 금융기법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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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생활을 하면서 생기는 크고 작은 관계나 인연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는 어느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중요한 것은 기준을 지키느냐 아니냐이다.
나는 소개를 받더라도 기준에 맞지 않으면 뽑지 않는다.
미래에셋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내 기준은 명확하고 간단하다.
긍정적이며 정직해야 하고 이타적이며 능력이 있어야 한다.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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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 자산운용회사가 되기 위해서는자신만의 철학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펀드매니저 교육은 철저히 도제식으로 이루어진다.
미래에셋의 일관된 운용 철학은 '기본에 충실하라'이다.
투자의 측면에서 기본이란 다음의 세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내재가치에 따른 가치 투자.
둘째, 합리적인 소수의 사고를 지향하는 소수게임.
셋째, 수익보다 발생 가능한 위험을 고려하는 위험관리이다.
간단하게 표현하긴 했지만 이를 실제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통창력이
필요하다. 결국 투자 철학과 원칙은 말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국악(國樂)의 학습법과 비슷하다.
판소리를 배우는 모습을 보면 서양 음악처럼 따로 악보가 없다.
제자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스승이 그것에 대해 가르침을 줄 뿐이다.
이때 제자는 치열한 연습을 통해 스스로 음을 터득해나간다.
스승은 제자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자기 생각을 전달하기도 한다.
이를 두고 구전심수(口傳心授), 즉 입으로 전하고 마음으로 받는다고 한다.
펀드매니저도 마찬가지다.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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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나는 해외출장을 마치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었다.
이때 읽은 책이 스펜서 존슨(Spencer Johnson)의 저서
<누가 치즈를 옮겼을까?(Who Moved My Cheese?)>이다. 이 간단한 책의 메시지는
상황이 바뀌면 그 상황을 탓하지 말고 빨리 변화를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한국 금융시장을 머릿속에 그려봤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현재 치즈공장은 어디일까? 떠오른 대답은 은행이었다.
....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살아남는 자는 강한 자가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자'라는
말이 이때처럼 강렬하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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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말,
미래에셋은 '적립식 펀드 = 노후'라는 개념을 더욱 확장하는 전략을 취했다.
나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적립식 펀드를 금융적 현상이 아닌 '노후준비'라는
사회적 현상으로 해석했다. 그렇다면 이 개념을 더욱 확장할 수는 없을까?
그렇게 해서 만든 상품이 '어린이펀드'였다.
어린이펀드 역시 사회적 현상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했다. 한국인의 지극한
자식사랑을 펀드에 담아 미래를 준비하도록 어린이 펀드를 만들었다.
어린이펀드는 처음부터 '공익적 요소'가 있는 상품으로 기획됐다.
공익적 요소를 뒷바침하기 위해 이 상품을 어린이 금융교육과 결합시켰다.
또한 미래에셋의 홈페이지를 통해 어린이용 자산운용보고서를 만들고,
수수료도 다른 펀드에 비해 낮게 책정했다.
그리고 이익금의 일부를 어린이를 위한 공익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어린이 경제캠프와 중국 상하이를 방문하는 어린이 글로벌
대장정이다. 방학기간에 어린이 경제캠프를 열어 어려서부터 올바른 경제교육을
받게 하고, 어린이 글로벌 대장정을 통해 성장하는 나라, 중국의 오늘을 새로운
시야에서 보게 하고 있다.
500명으로 시작된 글로벌 대장정은 그 숫자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더불어 경제 교육도 더욱 활성화할 것이다.
현재 1조 원에 육박하는 어린이펀드는 10년 쯤 뒤에는 국내 최대 펀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개 모집 형태로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공모펀드로는
역사상 가장 큰 펀드가 될 것이다.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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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의 브랜딩 전략은
크게 '철학(philosophy)', '수익률(performance)', '상품(product)'의 세 가지로 구성되었다.
내가 직접 나선 사람 광고로부터 시작해, 말똥구리 텔레비전 광고를 징검다리로 해서
철학에 관한 광고는 지속적으로 미레에셀 브랜딩 전략의 한 축을 이루었다.
미래에셋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광고 카피
'오늘의 시간을 잊고 멀리 내다볼 수 있습니까? 길게 보는 것이 투자의 기본입니다'가
투자 철학 브랜딩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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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래에셋의 조직 전략을 얘기할 때
"조직은 점에서 선으로 그리고 면으로 발전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런 생각은 동원증권 강남본부장을 맡았을 때의 경험과 역사책을 읽으면서 얻은
아이디어가 합쳐져 만들어진 결과이다.
특히 징기스칸 관련 서적을 통해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 나는 조직과 관련해 CEO가 하는 일은 점을 찍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점을 찍는다는 것은 좋은 사람을 골라 그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그 사람이 다시 점을 찍고 그 점이 모여 선이 되면서 조직의 체계가 생긴다.
이렇듯 아메바가 확장하는 것처럼 점을 찍고 점이 만나 선이 그려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면이 만들어진다.
미래에셋증권을 설립할 때도 이런 원리를 적용했다.
.... 자산운용사도 2~3개월에 한 번씩 전략적인 의사결정만 할 뿐 구체적인 업무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이런 조직 운영 철학을 갖게된 것은 지점장 생활을 하면서부터다.
지점장 시절 6명의 지점장을 배출하면서 '사람을 쓰면 믿어야 한다'는 원칙을 갖게 됐다.
믿고 써야 그 사람이 면을 만들면서 성장하고,
다시 면과 면이 만나서 조직의 체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다.
.... 조직은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와 같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최고경영자는 점을 찍고
그 점이 다시 어떻게 점을 찍어야 할지를 함께 논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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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은 꿈을 갖고 도전해야 한다.
그 길이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이라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어쩌면 남들이 가지 않았기에 젊은이들이 가야 하는 것이다.
젊은이는 꿈을 꾸어야 한다.
하지만 꿈을 꾸는 것만으로는 꿈을 이룰 수 없다.
열정이 있어야 한다.
꿈이 목표라면 열정은 그 꿈을 실현시키는 엔진이다.
지키고 싶은 꿈이 있고 열정도 있다면, 젊은이의 도전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의 젊은 인재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작은 도움을 준 인생의 선배로 기억되고 싶다.
그것이 나의 바람이자 꿈이다. - 끝 - (p241)
박현주 /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
김영사 / 2007. 0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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