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어리석은 사람은 아무렇게나 책장을 넘기지만
현명한 사람은 공들여 읽는다.
왜냐하면 단 한 번밖에 그것을 읽지 못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장 파울
애틀리 판사는 여든 살에 가까운 노인이었다. 그는 현대 문명의 이기를 전혀
신뢰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작성한 소환장은 언제나 우편으로
배달되었다. - p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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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가 해리 렉스를 쳐다보면서 설명했다. 갑자기 해리 렉스가 우물거리던
것을 멈추였다. 그리고 퉁퉁한 손가락으로 콧잔등을 어루 먼 자면서 멍하니
식탁 위를 내려다보았다.
"그것 참 이상하군."
해리는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가요?"
레이는 고개를 들고 헤리를 쳐다보았다.···
"사실은 내가 한 달전에 상당히 긴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해 드렸거든..."
그 순간 세 사람 모두 동작을 멈추었다.
레이와 포레스트는 무표정한 시선을 교환했다. 그들은 서로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 p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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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자선 활동으로 인해 커다란 도움을 받았던 가람들이 보낸 편지가
가장 많았다. 그 편지들은 모두 한결같이 길었으며 진실에서 우러나온 슬픔을
표하고 있었다. 그는 정말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돈을
보내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내민 도움의 손길을 받았던 사람들의 인생은
대부분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토록 공정하고 자비로운 사람이 어떻게 책상 밑에 무려 3백만 달러나 되는
거액을 숨겨놓고 죽을 수 있었단 말인가? - p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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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인 문제도 있지 않니?"
레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야. 윤리적인 것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아,
형. 이 세상은 형이 사는 세상과는 전혀 딴판이야. 한 마디로 개판이지.
윤리나 도덕 같은 것은 학생을 가르치는 형 같은 사람에게나 있는 거야.
물론 학생들도 윤리, 도덕 같은 것을 써먹을 일이 없겠지.
형한테 이런 말을 해야 하는 게 별로 유쾌하진 않아."
포레스트가 손을 내저으면서 대답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포레스트..., "
"어쨌거나 지금 나는 황금을 캐고 있는 중이야.
형이 혹시 알고 싶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전화한 거야."
"그래, 고맙구나." - p2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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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튼 프렌치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레이는 운전을 하면서 내내 그 말을 중얼
거렸다. 패튼 프렌치는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만화 주인공과 같은 인물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욕망에 의해 산 채로 잡아먹히고 있는 거만한 사람이었으며,
지독한 거짓말쟁이에,
뇌물을 서슴없이 제공하고도 수치를 모르는 악한이었던 것이다. - p3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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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렉스는 묻고 싶은 것이 무수히 많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어째서 그 사람이 집에 불을 질렸을까?"
"자기의 흔적을 없애려고 그랬을 테죠, 나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결정적인 위협을 하려고 했을지도 모르죠."
두 사람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해리 렉스가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터말 리를
입 속에 집어 넣으면서 말했다.
"진작 나에게 말을 해주었어야지."
"나는 그 돈을 비밀로 하고 싶었습니다.
땀으로 끈적끈적해진 내 손에 3백만 달러가 들어왔을 때의 기분은,
정말이지 끝내 주었지요.
섹스보다도 더,
내가 느꼈던 그 어떤 기분보다도 더 근사했어요.
3백만 달러가 전부 나의 소유었어요.
해리 아저씨....., 나는 부자였죠.
그러다가 욕심이 생겼어요.
나는 그만 타락하고 말았던 겁니다.
아저씨에게도, 포레스트에게도, 정부에게도, 이 세상 누구에게도,
내가 그 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 돈으로 뭘 하려고 했나?"
"은행에 넣어 드려고 했죠.
여러 번에 걸쳐서...., 한 번에 9천 달러씩,
정부가 의심을 하지 않도록 18개월 동안 은행에 그냥 넣어 두는 겁니다.
그런 다음에 전문가와 함께 투자를 하는 거죠.
나는 마흔 네 살입니다.
2년 동안 그 돈을 세탁하고 열심히 굴리면
5년 후에는 그 돈은 두 배가 될 거예요.
내 나이 쉰 살이 되면, 그 돈은 6백만 달러가 되는 거죠.
쉰다섯 살이면, 1천 2백만 달러가 되고요.
예순 살에는 2천 4백만 달러를 손에 쥐게 됩니다.
나에게는 아주 완벽한 계획이 있었어요.
아저씨, 미래가 환하게 보였죠.' - p4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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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야. 알겠니?
나는 그 돈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전혀 몰랐어.
아버지가 죽은 것을 발견하고, 조금 후에 3백만 달러의 현금을 발견하고,
그 비밀에 대해 알고 잇는 다른 어떤 사람이 그 돈 때문에 자기를
죽이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현명하게 생각하기란 몹시 어려운
법이야. 그것은 그리 흔한 상황이 아니었어.
그래서 내가 조금 서틀게 행동했던 거야. 부디 나를 용서해라."
얼마 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렸다. 포레스트는 손가락 끝으로 탁자를 톡톡
두들기면서 천장을 노려보았다. 레이는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말들을
모두 털어놓았다.
앨리슨이 출입문 손잡이를 잡고 덜그럭 거렸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 두건의 화재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있어, 집과 비행기 말이야,
혹시 뭐 의심가는 점은 없어?"
포레스트가 앞으로 몸을 약간 기울이면서 물었다.
"나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을 거야."
레이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또다시 무거운 침묵이 흘렸다.
마침내 면회 시간이 끝났다. 포레스트는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레이를 내려다 보았다.
"나에게 1년만 줘,
내가 여기에서 나간 후에 다시 이야기를 하자."
문이 열렸다. 포레스트는 레이의 옆을 지나가면서 형의 어깨에 자기의
손을 살짝 스쳤다.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애정 어린 토닥거림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형에 대한 접촉이었다. 포레스트는 방에서
나가다가 형을 향해 한 마디 툭 던졌다.
'1년 뒤에 보자고, 형!" - p450 -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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