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사회 January 2014 No. 376」
[220730-184351-2]
학다리가 길다고
'오리 다리가 짧다고 늘리려 하지 마라. 학 다리가 길다고 줄이려 하지 마라.
짧은 놈은 짧은 까닭이 있고, 긴 놈은 긴 까닭이 있다. 늘이려고 줄이려고 괜한 짓 하지 마라.'
莊子에 나오는 유명한 학다리 이야기다.
세상만물은 다 그렇게 생긴 이유가 있으니 있는 그대로 놔두라는 메시지로 들린다.
자연의 이치를 알고 그에 따르면 삶도 좋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흔히들 동양고전을 꼽으라고 하면 <논어>와 <맹자>, <도덕경>과 <장자>를 든다.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을 고르라고 하면 역시 <장자>가 아닐까 싶다.
<장자>는 <도덕경>과 함께 도가사상의 큰 경전으로 불린다.
도덕경이 세상의 이치를 알려준다면 장자는 그 이치를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들려 준다.
그런 점에서 장자는 이솝우화나 그리스신화와 비슷한 면이 있다.
<장자>의 가장 큰 매력은 이야기를 읽는 재미와 함께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큰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통찰
지금은 역사상 그 어느 시기보다 자유로운 시대다.
자연으로부터의 제약은 물론이고 신분이라는 속박에서도 벗어낫다.
경제적으로도 먹을 것이 넘쳐나는 풍요를 누리고 있다.
마땅히 모든 사람이 행복해야 한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지가 않다.
더 많은 걱정이 생겼고 더 큰 불안을 겪고 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걱정과 불안의 근거에는 존재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좋은 직장, 많은 성과, 비싼 차, 멋진 옷을 입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거나 사랑받지 못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삶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행복과 멀어지는 것이다.
이런 생각 때문에 대학생들은 중소기업을 멀리하고 직장인들은 일에 몰입하는 대신 미래에 대한 걱정에 여념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장자>를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 삶이 있기에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다.
됨이 있기에 안 됨이 있고, 안 됨이 있기에 됨이 있다.
옳음이 있기에 그름이 있고, 그름이 있기에 옳음이 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옳고 그름을 넘어서서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밝음이 있어야 한다. -
사람들은 늘 시비를 가린다.
능력과 성과에 따라 평가를 받고 연봉도 차이가 생긴다.
누가 잘했니 못 했니 말이 많다.
<장자>에 따르면 이런 시비는 현실을 꿰뚫어보는 밝은 마음이 없어서 생긴다.
요즘 말로 하자면 통찰력이다.
인문학이 통찰력을 추구하는 학문이라면
<장자>는 세상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의 기본인 관점의 변화를 얻어낼 수 있는 기본서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둔 엄마를 만난적이 있다.
4학년인 아이가 학교에 갔다 오자마자 TV를 켜고는 오후 내내 '런닝맨'이나
'개그콘서트'만 보며 킥킥거린다고 걱정이 대단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아이의 태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 오늘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TV를 보거든 같이 보세요.
같이 즐기고 웃어보세요.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그렇게 해보세요. -
엄마에게 내린 처방이다.
사실 아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보며 즐겁게 놀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우리 아이는 저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이다.
엄마가 아이와 함께 무엇인가를 즐길 수 있다면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고 관점의 변화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음에 들지 않는 동료나 부하직원들이 있다면 시비를 가리지 말고 그냥 그들과 함께 섞여서 즐겨보자.
그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함께 이야기하고 웃고 떠드는 것만으로도 문제는 풀릴 수 있다.
모든 문제는 우리 마음에서 시작된다.
이것이 장자가 말하는 밝은 마음이고 우리에게 필요한 통찰이다.
자기를 알아야 남도 안다.
- 우물 안 개구리에게는 바다 이야기를 할 수 없지요.
한 곳에 갇혀 살기 때문이오.
여름 벌레에게 얼음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요.
한 철에 매여 살기 때문이오.
마음이 굽은 선비에게 도를 이야기할 수 없지요.
한 가지 가르침에 얽매여 살기 때문이요.
이제 당신은 좁은 강에서 나와 큰 바다를 보고 비로소 당신이 미미함을 알게 되었소.
이제 당신에게 큰 이치에 대해서 말할 수 있게 되었구려. -
우리의 생각은 우리가 처한 상황에 좌우된다.
직장인은 직장인의 입장에서, CEO는 CEO입장에서, 자영업자는 자영업자의 관점에서 생각한다.
부하는 부하대로, 상사는 상사대로 생각이 각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른 존재를 이해하기 어렵다.
한 가지에 얽매여있으면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이런 좁은 시야를 넘어서는 것이 바로 자기공부다.
자기 마음을 알아야 더 큰 진실이 보인다.
지금은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야 하는 시대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고 그에 맞게 일하면 성과도 높다.
반면 자기 생각에 갇히면 소통도 되지 않고 성과도 남지 않는다.
실마리는 자신을 아는데 있다.
자신이 우물 안에 있음을 알때 상대도 이해할 수 있다. (p97)
글 - 안상헌(자기경영연구소장)
신용사회 January 2014 No.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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