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라일보 - 2014. 01.14. 김계춘 칼럼」
'인생은 한잔의 커피와 같다'
어느 지인이 최근 카카오톡을 통해 동영상 한편을 보내왔다.
작자 미상이라고 밝힌 영상물의 제목은
'인생은 한잔의 커피와도 같다(Life Is Like A Cup of Coffee)'였다.
그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나름대로 다들 성공한 동창생들이 모교의 노(老)교수를 방문했다.
대화 주제는 곧 직장과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대한 불평과 불만으로 이어졌다.
노교수는 커피나 한잔 하자며 커다란 포트와 함께 도자기와 플라스틱,
유리잔과 크리스탈 등 각양각색의 커피잔들을 가져왔다.
어떤 잔은 비싸고 어떤 것은 정교하고 멋지게 보였다.
그 중엔 싸구려처럼 보이는 잔도 있었다.
커피를 마시려고 제자들이 각자의 잔을 들었을 때 노교수가 말을 꺼냈다.
여러분들도 깨달았겠지만 모두가 멋지고 비싼 잔만을 선택(選擇)했다.
남아있는 것은 아주 평범하고 값싼 것들 뿐이다.
너희는 가장 좋은 것만 원한다.
바로 그것이 여러분들의 문제이며 스트레스의 근원인 것이다.
노교수의 말이 이어졌다.
자네들도 커피잔 그 자체가 커피의 맛을 더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때로는 그것이 우리가 무엇을 마시는지를 감춰버리기도 한다는 사실도.
우리 모두가 진정 원하는 것은 컵이 아니라 커피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모두 최고의 잔을 선택했고 한편으론 다른 사람의 커피잔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자,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의 인생은 바로 커피이다.
직업과 돈 그리고 사회적 지위는 컵에 불과하다.
그것들은 인생을 담아주고 잡아주는 도구일 뿐이다.
컵 자체에만 집중하다 보면 정작 커피를 즐기는 점에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제 컵에만 너무 몰두하지 말고 커피를 즐겨라.
단순하게 살고, 친절하게 말하며, 관대하게 사랑하라. 인생이란 한잔의 커피와도 같다.
인생에 있어 한가지 정답(正答)은 없다.
IT시대의 아이콘이었던 스티브 잡스는
"뭔가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방법은
자신이 언젠가는 죽을 거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라고 생전에 말한 바 있다.
그런 그였기에
"항상 갈망하라, 끝없이 배우고 도전하라"고 했다.
자동차 왕 헨리포드역시
"인생에서 흠집을 찾지 말고 해결책을 찾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베트남 출신으로 세계 4대 생불(生佛)로 추앙받는 틱낫한 스님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놓아버려야 자유가 온다.
행복해지려면 자유로워야 한다.
마음 속에 화(anger)나 걱정, 물질같은 것을 붙들고 있으면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다"고 말한다.
"원하는 것 중 몇가지는 갖지 못해야 행복할 수 있다"는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러시아의 대문호(大文豪) 톨스토이는 인생을
'선(善)에 대한 희구(希求)'라고 규정했다.
그는 역작인 '인생론'에서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바라는 사랑의 마음으로 삶을 살아갈 때
반대로 깊은 행복감을 음미할 수 있다"라고 갈파했다.
가끔 우리가 하찮게 바라보는 식물은 행복을 빛 속에서 찾는다.
그늘을 피하고 다만 빛쪽으로 뻗어나갈 뿐이다.
그 빛보다 더 좋은 다른 빛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과연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어떤 인생을 꿈꾸고 있는가.
청마(靑馬)의 해 초입에 커피라도 한잔 하며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내일은 미스터리(신비)이며,
오늘은 선물'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글 - 김계춘 (한라일보 논설실장)
출처 - 한라일보
[t-14.02.12. 210204-14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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