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내가만난글/갈피글(시.좋은글.에세이.

내가 알게 된 참 겸손 - 이해인

by 탄천사랑 2011. 10. 29.

 

 

 

내가 알게 된 참 겸손 / 이해인


책을 읽다가 '겸손은 땅이다.'라는 
대목에 눈길이 멈췄습니다. 

겸손은 땅처럼 낮고, 밟히고, 
쓰레기까지 받아들이면서도 
그곳에서 생명을 일으키고 

풍성하게 자라 열매 맺게 
한다는 것입니다. 

더 놀란 것은 그동안 
내가 생각한 겸손에 대한 
부끄러움이었습니다. 

나는 겸손을 
내 몸 높이로 보았습니다. 

몸 위쪽이 아닌 내 발만큼만 
낮아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겸손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내 발이 아니라 그 아래로 
더 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밟히고, 
눌리고, 다져지고, 
아픈 것이 겸손이었습니다. 

그 밟힘과, 아픔과 애태움 속에서 
나는 쓰러진 채 침묵하지만
 
남이 탄생하고 자라 열매맺는 
것이었습니다. 겸손은 나무도, 
물도, 바람도 아닌 땅이었습니다. 

 

  [t-11.10.29.  20211020-171312-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