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내가만난글/갈피글(시.좋은글.에세이.

나비와 광장(廣場) - 김규동

by 탄천사랑 2011. 10. 2.

 

 

 

 

 

나비와 광장(廣場) 

 

현기증 나는 활주로의
최후의 절정에서 흰나비는
돌진의 방향을 잊어버리고
피 묻은 육체의 파편들을 굽어본다.


기계처럼 작열한 작은 심장을 축일
한 모금 샘물도 없는 허망한 광장에서
어린 나비의 안막(眼膜)을 차단(遮斷)하는 건
투명한 광선의 바다뿐이었기에 --


진공의 해안에서처럼 과묵(寡默)한 묘지 사이사이
숨가쁜 Z기의 백선(白線)과 이동하는 계절 속 --
불길처럼 일어나는 인광(燐光)의 조수에 밀려
이제 흰나비는 말없이 이즈러진 날개를 파닥거린다.


하얀 미래의 어느 지점에
아름다운 영토는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푸르른 활주로의 어느 지표에
화려한 희망은 피고 있는 것일까.


신(神)도 기적도 이미
승천하여 버린 지 오랜 유역(流域) --
그 어느 마지막 종점을 향하여 흰나비는
또 한 번 스스로의 신화와 더불어 대결하여 본다.  

 

               - 김규동 첫 시집 (나비와 광장)에서 -

 


납북시인(拉北詩人)< 김기림(金起林)>
시인은 어린시절을 자신의 시「추억 (追憶)」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종다리 뜨는 아침 언덕 위에 구름을 쫓아 달리던
   너와 나는 그날 꿈 많은 소년(少年)이었다.」

 

9월 28일 오후로 접어드는 2시 30분경
호가 문곡(文谷)인 그의 제자 <김규동(金奎東)>시인의 별세 소식이 전해 젔다.
노환에 폐렴이 원인이었다.
마지막 책이 된 < 나는 시인이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의 느릅나무 이야기를 기억으로 적어내고 있다.
 
「그나저나 고향 집 우물가 느릅나무는 안녕한지 모르겠습니다.
     죽기 전에 그 느릅나무를 만나봤으면!
     느릅나무는 60년 동안의 역사를 다 말해주련만....
     .
     나는 아름드리 그 나무에 기대어 그가 하는 그리운 이야기를 말없이 듣고 섰으련만....
     .
     혼돈과 무질서,
     허위와 광기의 시대를 용케도 시라는 무기가 있어 그나마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시는 존재 이유 었고 삶의 목적이었던 것입니다.」

 

  

- 자전에세이 < 나는 시인이다> 시인의 글 중에서 -

[t-11.10.02.  20211013-160248-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