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 조계종 큰별 무산 스님 마지막 詩 남기고 입적」
"천방지축 살다보니 뿔이 돋는구나, 억!"
조계종 큰별 무산 스님 마지막 詩 남기고 입적
설악산의 큰 별이 졌다. 강원도 설악산 신흥사와 조계종 기본선원 조실(祖室)인 설악무산(雪嶽霧
山·86) 스님이 26일 오후 5시 11분 입적(入寂)했다.
1932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유년시절부터 절에서 살았던 무산 스님의 출가 인생은 삶은 전법
(傳法)과 문학, 보시(布施) 세 축으로 이뤄졌다.
1977년 신흥사 주지를 지낸 스님은 지난 40년간 신흥사와 백담사의 선원(禪院)을 재건하고 무문
관(無門關)을 잇따라 만들며 설악산의 선풍(禪風)을 진작하고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았다. 2015년
엔 조계종 최고 품계인 대종사(大宗師)에 올랐으며 원로의원에도 추대됐다.
1968년 등단한 시조시인 무산 스님은 속명인 ‘조오현 시인’으로 유명했다. ‘절간이야기’ ‘아득한
성자’ 등 시집을 발표하며 선(禪)의 세계를 쉬운 말로 풀어냄으로써 불교와 문학 사이 가교를 놓
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명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정지용문학상, 공초문학상 등 문학상을 수상
했다.
만해 한용운 선사의 삶과 사상을 선양하는 일에 앞장선 것도 무산 스님의 대표 업적이다. 그는 19
90년대말 이후 조선일보사와 함께 ‘만해대상’과 ‘만해축전’을 개최했다. 만해 선생의 평화·민족·문
화 사랑 정신을 기려 제정된 만해대상은 국경과 종교, 인종을 넘어 세계적 업적을 이룬 현대의 위
인들을 수상자로 선정한 것으로 유명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등 국가 원수급이 5명, 이란 출신의 인권변호
사 시린 에바디와 나이지리아 시인 월레 소잉카, 중국 소설가 모옌 등 노벨상 수상자도 6명에 이
른다.
2003년 무산 스님이 백담사 인근에 마련한 복합문화공간 ‘만해마을’은 해마다 만해축전이 열리는
8월이면 전국 문인들이 벌이는 문학잔치로 활기를 띠곤 한다.
남몰래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은 무산 스님의 또다른 면모다. 무산 스님이 1999년 은사(恩師)의
이름을 따 설립한 성준장학재단은 인제군 주민 자녀 수백명의 학비를 지원했다. 이 모든 일을 하
면서 무산 스님은 결코 자신을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종교인에게 돈은 내다버리는 것’ ‘내가 주
인공이 되면 취지가 퇴색된다’는 게 지론이었다.
스님이 마지막 남긴 시는 ‘天方地軸(천방지축) 氣高萬丈(기고만장)/虛張聲勢(허장성세)로 살다보
니/온 몸에 털이 나고/이마에 뿔이 돋는구나/억!’이라는 임종게였다.
스님의 장례는 조계종 원로회의장(葬)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신흥사에 마련됐고 영결식은 30일
오전 10시, 다비식은 강원 고성군 건봉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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