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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가 알고 있던 일 - 줄리엔 무어

by 탄천사랑 2014. 4. 13.

· 「스콧 맥게히 감독 - 메이지가 알고 있던 일」



배우의 연기는 영화의 심장 박동과도 같다.
아무리 휘황찬란한 미장센도 배우의 생생한 연기가 없으면 살아 움직이지 못한다.
반대로 텅 빈 공간을 강렬한 연기만으로 숨 막히게 채울 수도 있다.


위태로울 때 가장 빛나는 연기
'메이지가 알고 있던 일'의 줄리엔 무어

어떤 역할
록밴드 보컬 수잔나 (줄리엔 무어 분) 에겐 여섯 살 난 딸 메이지 (오나타 에이프릴 분)가 있다.
그러나 수잔나는 딸 앞에서도 남편 빌(스티브 쿠건)과 큰 소리 내며 싸우기 일쑤다.
결국 이혼한 둘은 메이지의 양육권을 놓고 치열하게 다툰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빌이 마고(조안나 밴더햄)와 결혼하자,
수잔나도 오랜 친구 링컨(알렉산더 스카스가드)와 결혼하며 맞불을 놓는다.
엄마와 아빠의 집을 열흘씩 번갈아 오가게 된 메이지.
수잔나는 이 와중에도 밴드 투어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역시 줄리엔 무어
필모그래피만 보면 줄리엔 무어(54)는 종잡을 수 없는 배우다.
'쥐라기 공원 2-잃어버린 세계'(1997.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같은 블록버스터부터 
'부기 나이트'(1997,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같은 예술영화,
'사랑에 빠지는 아주 특별한 법칙'(2004, 피터 호윗 감독) 같은 로맨틱 코미디까지 종횡무진이다.
스스로를 틀에 가두지 않는 그녀의 연기가 가장 빛나는 건 
역시나 예술적 성향이 물씬한 영화에서 어딘가 위태로운 인물을 연기할 때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에 빠져든 권태로운 주부로 등장한 '디 아워스'(2002, 스티븐 달드리 감독)
남편의 성 정체성을 마주하고 혼란에 빠진 중산층 아내의 내면을 파고든 
'파 프롬 헤븐'(2002, 토드 헤인즈 감독) 이 대표적이다.
두 영화는 그에게 각각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니스 국제영화제 여우 주연상을 안겼다.

'메이지가 알고 있었던 일'에서 줄리엔 무어의 출연 분량은 예상보다 적다.
자유분방하고 철없는 엄마 수잔나보다는 딸 메이지의 시선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품이라서다.

"영화를 선택할 뿐 역할의 크기를 보지 않는다"라는 그녀의 연기관이 다시 떠오르는 대목이다.

줄리엔 무어는 딸을 사랑하면서도 돌보는 데는 큰 관심이 없는 수잔나를 얄밉고도 안쓰러운 인물로 표현해 낸다.
진한 화장, 치렁한 금속 장신구, 반짝이는 옷으로 록스타의 외양을 완벽히 보여준 것도 물론이다.

"그녀는 매우 감정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연약한 수잔나의 내면을 제대로 표현했다.
 언제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감독과 공유하는 노련한 프로이기도했다."  스콧 맥게히 감독의 말이다

 


눈여겨볼 장면
오로지 양육권을 얻기 위해 링컨과 재혼한 수잔나는 
메이지가 새 아빠와 웃으며 노는 모습을 보고 덜컥 불안함을 느낀다.
그래서 링컨과 잘 놀고 있는 메이지를 제 연습실에 끌어 앉히고 같이 노래를 한다.
아이와 멀어질까 봐 유치하게 구는 수잔나의 모습이 웃기면서도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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