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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옥-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시나리오 쓰기

by 탄천사랑 2013. 12. 8.

유정옥 -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

[191221-182105]

 


신혼 초에 남편은 사업을 했다. 
물놀이에 필요한 모든 기구들(물안경, 튜브, 수영판, 보트, 구명조끼)을 제조, 판매하였다. 
수입도 하고 수출도 했다. 
10개월 내내 쉬지 않고 생산해서 두 달 동안 다 판매하였다.

물건은 한국화학에 속한 대리점에 계약금을 내고 원단을 발주 받고 

자가 공장에서 제조하든지 하청을 주어 제조하든지 했다. 

우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판매액을 올리는 매장을 갖고 있었고 생산도 직접 하고 있었다. 
남편은 능력있는 사업가로 번창하고 있었다.

어느 날 대리점에 다녀온 남편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 주었다. 
대리점 사장이 부도를 냈다는 것이다. 
그 소식과 함께 우리가 떠맡은 손해는 3억이었다.

우리는 하루아침에 빚더미에 앉았다. 
남편은 5남 3녀의 장남이었고 종가집 장손이었다. 
우리 집에는 노할머니를 모시고 4대가 살고 있었고, 우리 식구는 12명이었다. 
남편은 실의에 빠져 하루에도 죽음을 몇 번씩 생각하였다.

우리는 빚진 죄인이 되었다. 
나는 물건 하나 없는 판매정에 이른 아침에 나가 밤늦게까지 앉아 있었다. 
그것은 매장에 문이 닫히면 

우리에게 돈 받을 사람들이 더 불안해할까 봐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마음에서였다. 

화장은 전혀 하지 않았고 고운 옷도 입지 않았다. 
생활도 극빈 생활을 했다.  노할머니, 아버님, 어머님 방 외에는 난방도 하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보일러 쇠파이프가 얼어서 방바닥을 뚫고 올라오는 방에서 잤다. 
평소 우리를 성실하게 본 채권자들은 심한 독촉 없이 우리의 재기를 기다려 주고 있었다.

그 모진 가난의 고통이 계속되면서 용두동의 집, 공장이 다 남의 손에 넘어갔다. 
우리는 부천으로 내려갔다. 
연립주택 지하를 개조해서 살게 되었는데, 

그 지하는 반공호처럼 대피소로 파놓은 것이어서 바람의 흐름도 없고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다.

그 어둡고 침침한 지하에서 어린 아들은 소아 천식으로 야위어 갔다. 
도대체 어디가 끝인가?  바닥이 없는 무한정의 늪인 것 같았다. 
나는 가난의 고통이 더해 갈수록 부도 수표를 꺼내 놓고 분하고 억울해서 통곡을 했다.

그러나 어디에나 끝은 있는 법니다. 
절망과 실패의 깊은 늪에서 남편은 생명줄을 잡았다. 
그토록 예수 믿는 것을 반대하던 남편이 예수를 뜨겁게 믿게 된 것이다. 
돈 3억과는 견줄 수 없는 영원한 생명을 얻은 것이다. 
그날 밤,  어른들이 잠드신 후에 나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감사 또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주님! 
  주님은 머리 둘 곳도 없으셨는데 저는 따뜻한 집도 있어요. 
  저에게는 아직 너무 많아요. 
  주님이 분을 품고 잠들지 말라고 하셨는데, 저는 매일 밤 분을 품었어요. 
  속옷을 달라는 자에게 겉옷을 벗어주라 하셨는데, 
  저는 그에게 빼앗긴 것 때문에 어떻게 다시 빼앗아 오나 매일 궁리했어요. 
  매시간 그를 저주하고 미워했어요. 
  그러나 이젠 됐어요. 
  남편을 예수 믿게 해준 것으로 저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요."

그 이튿날 우리 매장 근처 다방에서 대리점 사장을 만났다. 
그 또한 우리에게 빚진 죄인이어서 

초췌한 얼굴을 깊이 숙이고 형무소로 가는 것이 편하니 어서 보내 달라는 말만 하는 것이었다. 

나는 3억의 부도 수표를 그 사람이 보는 앞에서 찢었다.

"3억의 부도 수표에서 자유하세요. 
  당신은 우리에게 빚이 없어요. 
  이 돈이 당신에게 빚이었다고 생각하거든 나중에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갚으세요. 
  우리는 하나님께 이미 이 돈을 받았으니 당신은 하나님께 갚으세요."

그때까지 나는 몰랐다. 
주님께서 왜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는지...

주님은 그 사람을 3억에서 자유하게 하신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부부를 3억의 굴레에서 자유하게 하신 것이었다.

그날 이후 남편은 신학 공부를 시작했고, 나는 수년 동안 주님과 동업하며 그 빚을 갚았다. 
그리고 우리는 돈에서 영원히 자유한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인생 시나리오를 쓴다. 
매일 매일을 해피엔딩으로 끝내면 우리 인생은 최고의 희극 드라마가 될 것이 분명하다. (p33)
※ 이 글은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유정옥 -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
소중한사람들 - 2013. 0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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