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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나기빈-기막히게 아름다운 이야기 23가지/부 재(不在.프랑시스 잠)

by 탄천사랑 2009. 12. 24.

(단행본) 유리 나기빈 - 「기막히게 아름다운 이야기 23가지」 

 

 

열여덟 살 때,
피에르는 자기가 태어난 고향집을 떠났다.


그가 집을 떠나던 바로 그때,
그의 병든 늙은 어머니는 아버지의 사진,
항아리 속에 꽃힌 공작 깃털,  그리고 폴과 비지니를 본따서 만든 시계가 있는 푸른 방에서 누워 있었다.


뜰의 무화과나무 아래서는 그의 할아버지가 쉬고 있었다.

채마밭에는 그의 약혼녀가 있었고, 장미꽃과 햇살 아래에는 빛나는 배나무들이 있었다.

 

피에르는 어느 나라로 돈을 벌러 갔다.
그 나라에는 검둥이와 앵무새와 고무와 당밀(糖蜜)과 열병과 뱀들이 있었다.

그는 거기서 30년 동안이나 있었다.


그는 자기가 태어난 고향집에 되돌아온 바로 그때,
푸른 방은 햐얗게 바래 있었고,
어머니는 하느님 품에서 쉬고 있었고,
아버지의 사진은 이미 거기 없었으며, 공작 깃과 항아리는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시계 대신 어떤 물건이 놓여 있었다.


뜰에는 돌아가신 그의 할아버지가 쉬고 있던 무화과너무 밑에 깨진 그릇들이 흩어져 있고,
한 마리 병든 암닭이 있었다.


그의 약혼녀가 있던, 장미꽃과 햇살에 빛나는 배나무가 있던 채마밭에는 한 노부인이 있었다.

그 여자가 누군지 이 얘기에는 밝히져 있지 않다.   (p75)


- 프랑시스 잠.

※ 이 글은 <기막히게 아름다운 이야기 23가지>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유리 나기빈 - 기막히게 아름다운 이야기 23가지(짧고 쉽게 읽히는 세계 명단편^콩트 모음)
역자 - 이인환
성심도서 - 1991. 11.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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