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카를로스 오르티즈 - 「제자입니까」
주님께서 처음으로 나의 회중과 내가 얼마나 아이 같은가를 깨우쳐 주셨을 때, 나는 크게 충격을 받았다.
내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교회에 부임했을 때, 교인 수는 184명이었다.
교역자들은 그때부터 정신없이 일해야 했다.
2년 동안의 극성스러운 조직과 전도 덕분에 교인 수는 600명을 헤아리게 되었다.
그러니까 3배나 교세를 확장시킨 셈이었다.
나는 전도에 관한 많은 집회에 참가했고, 거기서 배운 것들을 빠짐없이 우리 교회에 적용시켜 보았다.
우리는 우리 교회 교육 담당 사역자가 미국의 대학을 졸업하였다는 점을 뿌듯하게 여겼고,
그래서 우리 교회 주일 학교가 단연 으뜸이라고 생각했다.
학생부도 보이스카웃이나 걸스카웃과 같이 잘 되어가고 있었고 남전도회도 마찬가지였다.
그 밖의 다른 모든 기관들도 잘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 교회의 행정 체계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었다.
교회에는 남녀노소, 유대인, 아랍인 등 인종별로 구분된 서식 서가 비치되어 있었다.
또 우리는 각 사람의 전화 번호와 주소를 적은 교적부를 만들었다.
우리는 이 일을 위해 유용한 잡지 몇 권을 정기 구독하기도 하였다.
교적부에는 각 사람이 어떤 직종에 종사하는지, 세례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등 모든 것이 적혀 있었다.
이 점에 좋은 인상을 받은 노회 관계자들 때문에,
나는 우리 교회의 행정 체계를 소개하고
모든 서식서의 견본을 참가자들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 두 번식이나 집회의 주강사로 초청받았다.
그러나 그 이면에, 나는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하루에 16시간이나 일에 몰두할 때는 모든 것이 다 제대로 된 듯 보였다.
하지만 긴장을 풀고 있노라면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마침내 나는 모든 것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나는 당회에 말했다.
"2주 정도 기도하러 어딜 좀 다녀와야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한적한 곳으로 가서 기도와 묵상에 전념했다.
성령께서 나를 깨뜨리시기 시작했다.
그분의 첫 말씀은 이것이었다.
"후안.
너는 지금 교회를 세우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네가 하는 일은 사업이야." 나는 구분의 말씀이 무슨 뜻인 줄 몰랐다.
"너는 코카콜라 회사가 코카콜라를 파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리더스 다이제스트사가 잡지와 책을 파는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복음을 전하고 있다.
너는 학교에서 배운 모든 술수를 쓰고 있다.
도대체 네가 하는 일들 가운데 어디에서 나의 손길을 찾아보겠느냐?"라고 그분이 말씀하셨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나는 우리 교회가 영적인 지체라기보다는 회사에 가까웠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다음에 주님은 두 번째의 말씀을 하셨다.
그분의 말씀은 이런 것이었다.
"너는 자라고 있질 않다.
네 생각에, 네가 교인 수을 200명에서 600명으로 늘렸다고 해서,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것은 자라는 것이 아니라 살이 쪄가는 것이다."
이것은 또 무슨 말씀인가?
"너는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교인들을 400명 더 확보했을 뿐이지.
누구도 자라나지 있지 않고 그대로이다.
전에는 네가 200명의 영적 갓난아이를 거느렸다면, 지금은 600명을 거느리고 있는 것뿐이다."
이 말씀이 옳았다.
나는 단 한마디도 부인할 수 없었다.
주님께서 계속해서 말씀하셨다.
"결국, 너는 지금 교회가 아니라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영적으로 말해서, 그 누구도 아버지가 없다.
너는 교인들의 아버지가 아니라 분주한 고아원 원장이다.
네가 그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고 운영비를 지급하고 우유병을 챙긴다 하지만,
너와 그 어느 누구도 실제로 그 갓난아기들을 양육하고 있지 않다."
그분의 말씀이 또 옳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우리가 영원한 갓난아이라는 많은 표지들을 세심히,
우리 교회뿐만 아니라 모든 교회들에게서 찾아내기 시작했다.
그 예로 천편 일률적인 기도를 들 수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이 주님과의 관계가 점점 더 긴밀해져 간다면, 처음 구원받았을 때와는 다른 기도를 드릴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의 기도는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처음 나의 아내를 만났을 때 하던 식으로 지금도 말한다고 한번 상상해 보라.
나는 그날을 기억한다.
아내는 그때 우리 교회 교인이었다.
나는 마침내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마르다 자매,
드릴 말씀이 좀 있습니다.
시간 좀 내주시겠습니까?" 그녀는
"좋습니다.
목사님, 어디로 가실 건가요?"라고 대답했다. 호젓한 곳에서 나는 말했다.
"마르다 자매.
제가 교회의 다른 자매들에게와는 달리
자매에게 조금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셨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결혼한 지 12년이 지났고 4명의 자녀까지 둔 지금, 내가 집에 가서
"마르다 자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제가 교회의 다른 자매들에게와는 달리 자매에게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눈치채셨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라고 말한다고 생각해 보라.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연애 초기에 비해 더 깊은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교회에서 사람들은 똑같은 기도를 되풀이하고, 항상 부르는 똑같은 찬송을 부른다.
하나님과의 대화에 있어서 진전이 없다. (p116)
※ 이 글은 <제자입니까>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입니다.
후안 카를로스 오르티즈 - 제자입니까
역자 - 김성웅
두란노서원 - 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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