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웅 - 닦는마음 밝은마음」
바라는 바 없이 베푼다
건강함이란 나(我)에 연연하여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나의 것을 기쁘게 베풀 수 있는 넉넉함이 아닐까?
사람의 마음은 팔이 안으로 굽듯 무엇이든 자신의 것으로 하고자 한다.
돈이든 물건이든 권력이든 지위이든 사람의 마음이든 간에......,
한정된 것을 서로 가지자니 투쟁이 일어난다.
투쟁의 불길은 더욱 나, 나의 것, 나의 승리를 부채질한다.
그러나 나라는 것을 닦은 마음에는 집착이 없다.
빈 마음이다.
빈 마음에는 상대에게 구(求)하는 바가 없기에 뺏기기 싫어하는 사람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구하는 마음에는 그 대상에 대한 집착이 있기에 행여 얻지 못하면 어쩌나,
잃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뒤따르지만
베푸는 건강한 마음에는 상대가 받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이 번지는 정도일까?
나중에는 그윽한 기쁨뿐일 것이다.
선생님께서 공부하는 분들과 함께 길을 가시다가 양잿물을 먹고 길바닥에서 신음하는 여인을 보셨다.
이를 보시고는 도량에 데려가 치료하라고 하시기에
한 보살님이 금강산 안양암에 업어다 놓고 약 을 먹이고 뒷수발을 들었다
이 여인은 자기 지옥고에 빠져 처음부터 고마워하는 마음이 전혀 없는 데다가
육신의 괴로움에 못 이겨 몇 날 며칠을 잠도 안 자고 소리를 질러댔고,
식도가 양잿물에 녹아 막혀 버려서 음식도 제대 로 못 먹었다.
게다가 치료해 주려고 지어다 놓은 외국산 귀한 약도 먹으려 들지 않으니.
수발들었던 보살님은
`생판 모르는 사람 데려 다 놓고 이게 무슨 고생인가,
내가 부처님 시봉하고 공부하러 왔지 이런 아귀를 시봉하러 왔나`
싶어 볼 때마다 나무라는 마음이 일어 났다.
선생님께서 그 마음을 아시고는 법문하셨다.
"베푸는 건강한 마음은 받는 사람의 마음이 약하고
변변치 못하다고 이를 두고 시비하지 않느니라"라고 법문하셨다.
베푸는 마음은 '나'란 것이 없어 상대에게 요구하는 바가 없는 것이다.
백 일간 정성껏 간병하고 매일 기도를 올려 기적적으로 치유된 그 여인은
감사한 마음으로 도량을 떠나갔다.
어느 날 그 보살님이 선생님을 모시고 대중들과 함께 중국 대사관 옆을 지나는데
'복순이'라고 하는 그 아팠던 여인이 남의 집살이를 하는지 아이를 업고 길에 서 있었다.
간병했던 보살님이 반가와서
"복순이"하고 부르며 가까이 가려고 하니 그 여인은 1년 전에 있었던 일이 부끄럽고
남의 집 아이를봐 주는 신세가 창피했던지 피해 도망간다.
보살님이 따라가려고 하니 백 선생님께서
"너의 성공한 마음 보았으면 흡족할 것이지, 고깃덩어리는 왜 따라가냐."라고 법문하셨다.
그 여인을 통해 한 생명을 살린 것은 자신의 마음이 성공한 것이고 자신이 공덕을 지은 것인데
그걸로 흡족하고 고마워할 것이지 무슨 요공 (要功)을 하려고 생색을 내느냐란 뜻이시다.
그 법문을 듣는 순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바치지 못하고 마음이 빠져나와 그 사람 따라간 것이 부끄러웠다고 한다.
※ 이 글은 < 닦는마음 밝은마음 >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김재웅 - 닦는마음 밝은마음
용화 - 1991. 03. 14.
[t-10.01.17. 20240425-16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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