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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일상에서 쉼의 여유와 흔적을 찾아서
성장교육(인문.철학.교양.

최진기-백치를 철학자로 만드는 Royal-Road/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by 탄천사랑 2010. 2. 16.

「최진기 -  백치를 철학자로 만드는 Royal-Road」




- 그들은 부드러운 속도로 일을 하고, 놀라운 만큼 많은 여가를 누린다.
  시간은 느슨하게 측정된다. 
  분을 셀 필요는 절대로 없다. 
  그들은 "네일 한낮에 만나러 올께"라는 식으로 몇 시간이나 여유를 두고 말한다.
  그들에게는 시간을 나타내는 많은 아름다운 말들이 있다.

  '어두워진 다음 잘 때까지'라는 '공그로트', 
  '해가 산꼭대기에'라는 뜻의 '니체', 
  '해뜨기 전 새들이 노래하는 아침시간'을 나타내는 '치페' 등 모두 너그러운 말들이다.

  여러 시간 일을 해야 하는 추수철에도 일이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80세 노인도 어린아이도 함께 일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지만 자기들의 속도로 웃음과 노래를 곁들이며 한다.  
  일과 놀이는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다. 
  놀랍게도 사람들이 실제로 일을 하는 것은 1년에 4개월 뿐이다. -


어때요? 우리의 학교와 비교해 볼까요?
일년 365일 공부하고, 공부와 놀이가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고
5분과 10분 단위로 종이 쳐대는 지금의 우리 학교.
무서운 속도로 공부를 할것이 요구되고 놀랄만큼의 적은 여가만 허용되는 우리 학교.
둘 중 하나는 비정상인데 어는 것이 비정상일까요?


1. 라다크처럼 좀 살아보자 애들아!
'행복하세요!' 조금은 뜬금 없는 질문이지만, 여러분은 행복하신가요? 
이런 비슷한 뉴스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1998년 런던정경대학LSE이 
  54개국을 대상으로 한 행복지수 조사결과 행복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가난한 나라로 손꼽히는 방글라데시, 아제르바이잔, 나이지리아 순이었다. 
  미국이나 일본, 스위스 등은 40위권으로 밀려나 있었다.>

과연 경제적 부가 행복의 일차적 조건일까요?
경제적 부가 행복과 무관하지는 않겠지만 
경제적 부가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는 볼 수 없지 않을까요?
또 그러한 부를 축적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부작용이 
오히려 우리의 행복과는 대치되는 것이 아닐까요?
이러한 고민에 멋진 시사점을 던져주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호지의 [오래된 미래]란 책입니다.
먼저 호지를 소개시켜 드릴께요.

호지는 스웨덴 출신의 언어학자이자 세계적인 여성생태환경운동가입니다. 
먼저 언어학자의 이야기를 하면 25살 때까지 6개 언어를 익혔다고 하네요.
1970년대 초 런던과 파리에서 언어학자로 일하던 중, 
1975년 언어 연구를 위해 처음으로 인도 잠무캬슈미르주의 히말라야산맥 
북서단부와 라다크산맥 사이에 있는 라다크 지역을 처음 방문하게 됩니다.

1977년 미국의 세계적인 언어학자 *촘스키에게 언어학을 공부한 뒤 
16년 동안 '리틀 티베트'로 불리는 라다크에 머물면서 공동체에 바탕을 둔 
라다크의 전통사회가 서구문명에 의해 파괴되는 과정을 목격하고
실천적 생태환경가로 변신하게 되어 1980년부터는 
'라다크 프로젝트'라는 국제조직을 결성해 라다크인을 돕는데 전념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1992년에는 라다크에서 겪은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저서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를 출간하여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지금은 영국-독일-미국에 사무실을 둔 '에콜로지와 문화를 위한 국제협회ISEC'
대표로 반세계화 - 반개발 - 탈중심화를 위한 국제 연대운동을 펼치고 있답니다.


2. [오래된 미래]
사실 제가 이 책을 쓰면서 친구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할 수 없는 책이 있습니다.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이라든지, 
*케인즈도 어렵다고 두손을 든 [자본론]을 여러분에게 읽어보라고 권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이 책은 정말 쉬워요.
그리고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의 하나입니다.

이 책은 위에서도 말했지만 
스웨덴 출신의 여성 환경 운동가인 호지가 '작은 티벳'으로 불리는 
인도의 작은 마을 '라다크'라는 지역에서 직접 생활하고 관찰한 기록입니다.
라다크는 고원 지대의 빈약한 자원과 토지, 
혹심한 기후 조건애도 불구하고 검소한 생활과 협동,
그리고 무엇보다도 깊은 생태적 지혜를 통해 평화롭고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해왔습니다.
이들의 삶은 물질적으로는 풍요하지 않지만 빈부의 격차도, 인간 소외도 존재하지않죠.
자 제가 이 책에 나오는 두 구절만 인용을 해볼께요.

사례 1
"아내를 선택할 때 사람들이 찾는 특별한 자질이 있습니까?"
"글쎄요, 무엇보다도 사람들과 잘 지내고 공정하고 관대해야지요."
"다른 것은 무엇이 중요합니까?"
“솜씨가 좋으면 좋지요. 게으르지 말아야 하고요.” 
“예쁜지 그렇지 않은지는 문제가 되지 않나요?”
“별로 그렇지 않아요. 
 문제가 되는 것은 내면이 어떤가예요. 여자의 성품이 더 중요해요. 
 여기 라다크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호랑이의 줄무늬는 밖에 있고 인간의 줄무늬는 안에 있다.”

만일 한국에서 똑 같은 대화가 벌어지면
"아내를 선택할 때 사람들이 찾는 특별한 자질이 있습니까?"
"글쎄요, 일단 예뼈야죠?"
"다른 것은 무엇이 중요합니까?"
“학교선생님이나 안정된 직장이 있는 공무원이면 더 좋겠어요."
“예쁜가의 여부가 문제 되지 않나요?”
"아뇨, 아주 중요하죠.
 호랑이의 줄무늬는 밖에 있지만 여자에게는 화장빨이 있으니까요."


사례 2
외양간의 흙은 파내어 거름으로 쓰고 그렇게 하여 짐승의 오줌을 재활용한다. 
똥은 외양간이나 우리만이 아니라 풀밭에서도 주워모은다.
인간의 배설물까지도 버리지 않는다. 
집집마다 보통 한층 높이의 수직통로 위에 
바닥에 구멍이 있는 조그만 방으로 된 퇴비 만드는 변소가 있다. 
화학적 분해를 돕고 더 나은 비료를 생산하고 냄새를 없애기 위해서 
흙과 부엌 화덕에서 나온 재를 섞는다. 
일년에 한번 땅 높이에서 변소를 쳐내어 그 내용물을 밭에서 쓴다

이런 라다크가 세계화 속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러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세계화는 지역, 민족, 국가 경제를 모조리 하나의 세계체재속으로 통합시키려 하고 있지요.
그리하여 각 지역에서 오랜 세월 형성되어온 각 문화와 생활 양식의 균질화를 강요하고,
세계의 자연적인 생물학적 및 문화적 다양성을 무시하고,
하이테크에 기초한 단작(單作)을 획일적으로 강요하고 있지 않습니까?
생명의 지속은 궁극적으로 다양성에 의존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책 제목이 오래된 미래인 이유는 
라다크식 생활 방식은 '오래되었지만 미래의 삶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자는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천연 자원의 고갈로 
인류 문명이 위기를 맞이했다는 현실 인식 아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호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새롭게 창조하거나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라다크의 공동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인류가 오래 전부터 간직해 왔던,
많은 지역에서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생태학적, 여성적, 경험적, 
공동체적 가치관을 되찾으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거죠.  (p65)


*노엄 촘스키는 살아 있는 언어학자 중 가장 권위가 있는 언어학자입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비판적 지성으로 꼽히는 노엄 촘스키는 언어학자이면서 작가, 
그리고 정치운동가로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중 한 사람으로 
중세 언어학 연구가인 아버지로부터 언어학의 기초를 배우고 다져 
언어학의 획을 긋는 중요한 언어학자로 성장하였고,
현재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석좌교수로 있으면서 저서의 강연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케인즈는 맑스의 자본론이 어렵다고 투덜댔답니다.
하나도 모르겠다고...(솔직히 천재 케인즈가 모르지는 않겠지만요)
그러나 케인즈의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은 더 어렵습니다.

 이 글은 <백치를 철학자로 만드는 Royal-Road>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최진기 -  백치를 철학자로 만드는 Royal-Road ,
써네스트 - 2008.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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