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식 - TV동화 행복한 세상」
한 남자가 네팔의 눈 덮인 산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살을 에는 추위에 눈보라까지 심하게 몰아쳐 눈을 뜨기조차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아무리 걸어도 인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멀리서 여행자 한 사람이 다가왔고 둘은 자연스럽게 동행이 됐습니다.
동행이 생겨 든든하긴 했지만 말 한마디 하는 에너지라도 아끼려고 묵묵히 걸어가는데
눈길에 엔 노인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대로 두면 눈에 묻히고 추위에 얼어죽을게 분명했습니다.
그는 동행자에게 제안했습니다.
“이 사람을 데리고 갑시다. 이봐요. 조금만 도와줘요.”
하지만 동행자는 이런 악천후엔 내 몸 추스르기도 힘겹다며 화를 내고는 혼자서 가 버렸습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노인을 업고 가던 길을 재촉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의 몸은 땀범벅이 되었고 더운 기운에 노인의 얼었던 몸까지 녹아 차츰 의식을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체온을 난로 삼아 춥지 않게 길을 갈 수 있었습니다.
얼마쯤 가자, 멀리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남자의 입에서는 안도의 탄성이 터져나왔습니다.
“으아, 살았다.
다 왔습니다. 할아버지.”
그런데 두 사람이 도착한 마을 입구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일까?’
그는 인파를 헤치고 들여다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에워싼 눈길 모퉁이엔 한 남자가 꽁꽁 언 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시신을 자세히 들여다 본 그는 깜짝 놀랐습니다.
마을을 코앞에 두고 눈밭에 쓰러져 죽어간 남자는 바로 자기 혼자 살겠다고 앞서가던
그 동행자였기 때문입니다. (p260)
※ 이 글은 <TV동화 행복한 세상>에 실린 일부를 필사한 것임.
박인식 - TV동화 행복한 세상 1권
샘터(샘터사) - 2002. 03.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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