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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쏜 저격수 - 오십

by 탄천사랑 2009. 11. 1.

· 「이시연 - 달을 쏜 저격수(양장본 HardCover)」




오십

 


마른 잎새 떨어진
빈 가지 사이로
헝클어진 시간

저만큼 눈 덮인 들판에
매달린 달 속으로
실루엣처럼 다가서는 추억

한줌 눈물을 부둥켜 안은 채
얼음처럼 차가운 숨을 몰아쉬며
지금도 어디만큼 가고 있는
내 삶의 여정에

이젠 내려가야 할 채비를 해야 하는 
내 나이 오십.  


 

발문
의송 義送 이시연 李時淵 시인을 말하다.

장순휘 시인.
내가 이시연 시인을 만난 것은 18년 전 1991년 어느 날 의정부(CFA ROK/US)에서 였다.
그는 당시 무척 긴장된 모습으로 보였는데 
같이 근무하다가 나중에서야 그가 군인으로서 군과 국가를 위해 
의로운 일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음속 깊이 존경을 품었었다.

그는 결코 시를 쓸 것 같은 군인이라기 보다는 의리를 중시하는 군인적인 군인이었던 모습이 
본질에 가까웠다는 것이 진솔한 평가일 것이다.
이시연 시인과 나는 2006년 봄날 k대학원 정치외교학 박사과정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세월의 강물이 15년을 흘러 그를 중년의 모습으로 마주했으니 
그 감격은 세월만큼이나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가 뭔가 뜻있는 인생을 살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심성이 시를 사랑하고,
시를 쓴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다.
시는 孔子 가라사대 '思無邪' 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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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향기가 가득한 시인으로
이제 그의 삶은 시속에 신화처럼 빛나고 있다.
특히 시가 될 수 없었던 이 시대의 버려진 詩語들과 생존의 군상들과 씁씁한 추억들과 
더러운 쓰레기를 다시 정화해서 시로 창조하는 능력은 가히 놀라운 천재성을 보이기에 
쳐녀 시집 <달을 쏜 저격수>는 문단에 남기는 족적이 작지않다고 생각한다.

시인 이시연은 시 '오십' 에서 50세 나이를
'마른 잎새 떨어진 / 빈 가지 사이로 / 헝클어진 시간...(중략)
 이젠 내려가야 할 채비를 해야 하는 / 내 나이 오십' 이라고 노래하며,
인간적인 허무를 노래하고 있다.

인생무상의 시작을 나이 50줄 부터라고 깨닫는 것은 
바로 채비를 해야할 이유가 되어 독자의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그리고 그는 인생의 끝을 죽음을 넘어선 
'우리 / 천 년후에 / 또 만날 수 있을까 / 어느 별에서' (시 '어느 별에서)
반드시 다시 영원한 생명체가 존재하는 '흑진주'라는 별을 찾는 시인의 마지막 방랑을 시작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그의 새로운 여정을 곁에서 엿보려 한다.

저 '하늘' 너머로 우주의 어느 별을 향한 여정은 가슴시린 시로 날아서 돌아올 것이다. 
더 완숙한 시인으로 우리곁을 함께한 진정한 이 시대의 시인으로서
우리는 이시연 시인을 주목하고자 한다.   (123)



※ 이 글은 <달을 쏜 저격수>에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이시연 - 달을 쏜 저격수(양장본 HardCover)
열린출판사 - 2009. 03. 14.

[t-09.11.01.  20211120-17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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