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사프란 포어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211204-141531]
"관심이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올 가을에 제가 연극에 출연하는데 공연 작품이 <햄릿>이에요..
전 요릭 역이고요.
물이 흐르는 분수도 설치할 거예요.
개막일 밤에 오고 싶으시면 오세요.
지금부터 십이주 후예요.
아주 근사할 거예요."
"가도록 해볼께." 그녀가 말할 때 나오는 입김이 뺨으로 느껴졌다.
"잠깐만 키스해도 돼요?"
"무슨 소리니?" 그녀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고개를 뒤로 빼지는 않았다.
"그냥 아줌마가 좋아서요.
아줌마도 저를 좋아하시는 것 같고요."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구나." 네 번째 실망. 왜 안 되느냐고 물었다.
"난 마흔여덟 살이고 넌 열두 살이야."
"그래서요?"
"그리고 난 유부녀고."
"그래서요?"
"게다가 난 널 잘 알지도 못하잖니."
"저를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으세요?"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인간은 얼굴을 붉히고,
웃음을 터뜨리고,
종교를 갖고,
전쟁을 하고, 키스를 하는 유일한 동물이에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키스를 많이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인간다워지는 거라고요."
"전쟁을 더 많이 할 수록?" 대꾸할 말이 없었다.
"요 깜찍한 꼬맹이 같으니라고"
"꼬맹이 아니에요."
"하지만 좋은 생각 같지 않다니까." (p139)
※ 이 글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실린 일부 단락을 필사한 것임.
조너선 사프란 포어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역자 - 송은주
민음사 - 2009. 07. 02.
'내가만난글 > 갈피글(시.좋은글.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트레아몽-말도로르의 노래/인간과 더불어 시작되어 인간과 더불어 끝날 그 환희 (0) | 2010.04.09 |
---|---|
隨富隨貧且歡樂, 不開口笑是痴人. (0) | 2010.04.07 |
서로의 체온으로 (0) | 2009.12.08 |
윤경희-여행의 순간/바로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지 않았나 싶다. (0) | 2009.11.20 |
달을 쏜 저격수 - 오십 (0) | 2009.11.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