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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을 살아 보시니까 인생이라는 게 어떤 것 같았습니까?

by 탄천사랑 2024. 2. 25.

·「니코스 카잔차키스 - 미할리스 대장」





오랫동안 기독교를 믿어온 그들과 이슬람교를 기초로 성장한 터키,
400년의 지배 끝에 터키로부터 그리스는 독립을 쟁취하지만 본토 그리스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섬,
크레타는 독립을 승인 받지못하고 처절한 투쟁을 하게 된다.
독립을 위한 무장봉기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그때마다 많은 남자들이 죽움을 당했다. 
유럽은 물론, 믿었던 러시아도, 조국인 그리스도 그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 이야기가 이 책의 배경이다.

 


곳곳에서 봉기가 일어나고 그 이면에는 종교의 갈등도 있었지만,
지배하려는 자와 지배 받기를 부정하는 터키인과 크레타인들은 서로를 살육하고 불을 지른다. 
터키 군인들이 크레타 섬을 향해서 다가오고,
이미 폭도가 된 이슬람교도들은 기독교인들이 눈에 띠는 대로 살인을 하고 있었다.

미트로스라는 크레타의 젊은 용사가 자신이 불사신 같다고 생각하고 있는 세파카스라는 백발의 노인을 찾아와 물었다.

“"어르신, 어르신께서는 거대한 상수리나무처럼 사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르신네께서는 폭풍을 숨 쉬시며 백 년 간이나 괴로워하시고, 이기시고, 싸우시고,  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르신, 백 년을 살아보니까 인생이라는 게 어떤 것 같았습니까?”
“시원한 물 한 사발 같았네.”   노인이 대답했다.
“아직도 목이 마르십니까?”

백발의 노인은 팔을 쳐들었다. 
저고리 소매가 넓어 스르르 내려 앉으면서 깡마르고 주름 진 팔이 어깨까지 드러났다.
노인은 큰 소리로 마치 저주라도 내리듯 호령했다. 

“갈증을 다 채운 자에게 화 있을진저!”   (p470)




세파카스 대장은 100살이 되어 어린 손자 트라사키를 통해서 알파벳을 배운다.

“할아버지 만세! 
  오늘은 만점이에요. 아니, 어떻게 그렇게 빨리 배울 수 있었어요?”
“트라사키, 죽을 날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아. 
  그래서 애를 좀 썼지. 
  이제 때가 왔다. 
  들어라, 내 원대한 계획이라는 걸 일러 줄 터이니. 
  내가 이 나이에 책을 읽으려고 글을 배운 줄 아느냐? 
  그럴 필요가 어디 있겠니? 
  백 살이 된 지금, 나는 모르는 건 하나도 없고 아는 것 또한 하나도 없다.”
“그럼 왜 배우셨어요, 할아버지?”
“트라사키, 나는 죽기 전에 꼭 한 가지 쓰는 것만 배우고 싶었다.”
“그게 뭔데요?”
“크레타의 구호지. 
  내 손을 잡고 가르쳐 다오. 세 단어다.”  여기서 그는 속삭였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아!  그랬군요, 이제 알았다!”
“트라사키, 너는 아직 모른다.  너는 아직 서둘지 마라. 
 자, 내 분필을 이끌어 주렴.”

두 손으로 손자는 할아버지의 거칠고 딱딱한 손을 잡고 천천히 이끌었다. 
마침내 석판 위에 굵직한 글씨가 나타났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p496)




미할리스 대장은 셀레나 산 정상에서 마지막 싸움을 준비한다. 
풍전등화 같은 상황이었지만 그는 담담하게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멀리 산 아래에서는 터키군이 공격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미할리스 대장에게 항복하면 목숨과 군대의 면모를 갖추는 것도 허락한다고 했다.
미할리스는 밤새도록 고민 끝에 부하들은 각자의 생각에 맡기기로 결정한다. 
미할리스 대장을 비롯한 몇몇만 죽음을 각오하고 남기로 한다.

그는 부하들을, 
멀리 산 아래의 터키군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세차게 내저으며 중얼거렸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오, 불운한 크레타여! 
 내 깃발에는 '자유와 죽음' 이렇게 썼어야 했다. 
 용사의 깃발은 그래야 하는 것이다. 
 자유와 죽음! 
 자유와 죽음을!'  (p618)



-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미할리스 대장' 에서

[t-24.02.25.  20230203-1505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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