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영 - 思母曲」
감추다 만 치마폭엔 숯검정 얼룩무늬 놓으시며
달빛 어린 깊은 새벽..
삐걱거리며 들락이던 부엌문 문지방 턱 깎아내시던 어머니.
콜록이던 기침소리 가슴에 남아 울릴 때면 몸서리쳐지도록 당신이 그립습니다
사무치도록 남은 그리움
달래고픈 거리만큼 그리움의 자락은 끝이 없고 하염없는 눈물만 고여 쌓입니다
서러웠습니다
당신의 하얀 머리도
골 깊은 얼굴의 주름도
할머니 같은 어머니가 손녀딸 같은 막내둥이가 가슴 시리도록 서러워 울었습니다
빨간 멜빵 책가방 등에 업고 양손에 거머쥔 일 학년 등교 길
왼쪽 가슴에 달았던 하얀 손수건
언제나 크려나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시며 마음으로 울음을 삼켰을
내 어머니.
고집쟁이 막내딸
오일장서는 날 따라 나서면 뚝딱하고 해치우는 짜장면 한 그릇
그것도 모자라 시장 골목 어귀에 걸린 옷이 탐이나
어머니 치맛자락 붙잡고 심술내며 울어 제치던 욕심꾸러기 막내딸
그 욕심 채워주시려 애쓰시던
내 어머니.
따끈한 아랫목은 언제나 막내딸을 위해 마련해 놓으시던
당신의 것은 언제나 비어두시고 자식을 위해 담아두시던 어머니
그 실증 나도록 지독한 희생에 몸서리쳐지도록, 화가 치밀도록,
지겹도록,
희생이었던 내 어머니
너무도 싫었습니다
당신의 그 희생이.
이기의 마음으로 어미가 된 지금
부끄러운 세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당신의 아름다운 희생을 되새김질 해봅니다
새기고 또 새겨도 가슴 속 깊이 남은 당신의 사랑
울컥 일 때마다 남은 그 사랑에 또 눈물이 납니다.
당신이 그리워서 하도 그립고 또 그리워서 당신을 불러봅니다
어머니,
내 어머니 당신을.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를 읽고 또 읽으며,
지우고 또 지우며,
그 깊은 사랑에 눈물 고입니다
쌓이고 또 쌓여 갚지 못한 빚,
하나도 갚지 못한 빚입니다.
시간도 남겨주지 않으시고 떠나신 당신께 너무도 큰 빚을 지었는데
이 빚을 언제 갚으리까.
지금쯤,
당신의 무덤 가에는 초록의 잔디 이른 새벽의 이슬을 담고
오월의 햇살에 눈이 부시도록 반짝이겠지요.
노란 민들레 홀씨들 몸을 섞어 꽃을 피우고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두둥실 바람이 실어다 주는 너울 춤으로
봄바람의 덩실춤이 한참일 테지요
어떠신가요?
지낼 만 하시던가요?
사랑하는 남편 곁에 누워 계시니 행복하시던가요?
가끔은 막내딸 그리워 두 분이 곱게 차려입고 마실을 하시련만
고운 아버지의 사랑이 따뜻한 어머니의 그 품이 그리워
밤을 뒤척이며 잠을 흔들어 깨우는 여러 날,
다녀가신 날일 겝니다
어머니,
철없어 걱정하시던 막내딸
막내 사위 사랑 받고 잘 살아갑니다.
어머니 딸 닮은 손녀 딸 하나랑,
그토록 당신의 恨이었던 아들 둘을 두고
행복한 하루에 겨워 살아갑니다.
어머니께 몇 번이고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내 어머니 평생 그리움의 恨이었던 아들을 키우며...
어머니께 자랑하고 싶어 속이 탔습니다.
자라며 누리는 이 행복을 내 어머니 누리지 못해 恨이었던 그 누림을.
행복하실 겁니다.
당신이 누리지 못한 행복의 자락을 어머니의 막내딸이 실컷 누리고 있으니
어려서는 서러움이었습니다.
키워내지 못해 남은 당신의 그 恨 시림이
어머니의 그 恨이 내 몸 속에서 꿈틀거릴 때면
아들에 대한 그 恨 자락을 어린 가슴으로 바라보면서
뼈 속에 사무치도록 남은 그리움
살갗에 물든 당신의 그리움이었습니다.
어머니,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몹시도 그리운 이름
당신의 이름을,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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