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수련회 때의 일이다.
초등학교 4학년인 한 꼬마가 수수께끼라며 갑자기 문제를 냈다.
"5 빼기 3은 뭘까요?"
한참을 궁리했다.
난센스 문제 같기도 하고 아니면 무슨 의미가 내포되어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별의별 생각을 다한 뒤에
"글쎄.."
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이 꼬마 녀석이
"스님은 바보예요.
이렇게 쉬운 것도 못 맞혀요"
하며 깔깔 웃었다.
내가 알려 달라고 하니 과자를 주면 알려 주겠다고 해 과자 한 봉지를 건네주었다.
"굉장히 쉬워요.
5 빼기 3은 2예요."
나는 피식 웃음이 났다.
그러자 꼬마는 또 물었다.
"그 뜻은 무엇일까요?"
'하! 이건 또 뭐야?' 혼자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겨 있는데,
그 녀석 하는 말이 걸작이다.
"오(5)해를 타인의 입장에서 세(3)번만 더 생각하면 이(2)해가 된다는 뜻이랍니다."
순간 나는 무릎을 쳤다.
"그래~
맞아!"
이후 어디에서 법문 요청이 오면 이 '5 빼기 3'은 나의 단골 메뉴가 됐다.
오해로 인해 얼마나 가슴 아파했던가?
오해로 인해 얼마나 많은 다툼이 있었던가?
이 오해는 어디서 올까?
이해하지 못함에서 오겠지...
이해가 안 되는 건 왜일까?
내 입장에서만 생각해서겠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해할까?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되겠지.
누가 내게 욕을 할 때는 그럴 만한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서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욕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보자.
그리고 이해가 되면 분노가 사라진다~
이해가 되면 내가 편해진다~
"5 빼기 3은 2~!!"
이 단순한 아라비아 숫자와
우리말의 멋진 조화에서 발견한 작은 지혜가 삶을 새롭게 하는 커다란 힘을 가졌다.
꼬마는 신이 나서 퀴즈를 하나 더 냈다.
"2 더하기 2는요?"
나는 가볍게 알아맞혔다.
"4지 뭐니."
"맞았어요.
그럼 그 뜻은요?"
하고 되묻는다.
또 한참을 궁리하다 모른다고 했더니,
그 꼬마는
"이(2)해하고 또 이(2)해하는 게 사(4)랑이래요"
라고 말한 뒤 깔깔대며 뛰어간다.
아~! 이 말은 또 얼마나 멋진 말인가?
'이해하고 또 이해하는 게 사랑이라….'
올여름 땀 흘리며 얻은 가장 큰 보람 중 하나다.
-'마가' 스님의 신문 연재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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